조기 대선 정국과 유일한 ‘생환자’ 이개호 의원

오치남 남도일보 편집국장의 우다방 편지

조기 대선 정국과 유일한 ‘생환자’ 이개호 의원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박 대통령의 실세중의 실세인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21일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됐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 탄핵심판사건의 결론도 2월 말에서 3월 초 사이 나올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만약 탄핵이 인용될 경우 4월 말이나 5월 초순께 대선을 치러야 할 수도 있다.

빨라지는 ‘탄핵시계’와 맞물려 대선 주자들의 발걸음도 촌각을 다투고 있다. 특히 여야를 떠나 대선 주자들이 가장 많이 공을 들이고 있는 곳이 광주·전남지역이다. 야권의 심장부인 이 곳에서 설날 민심을 잡지 못하면 대선가도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야권은 야권대로, 여권은 여권대로 집중 공략지로 삼고 있는 형국이다.

조기 대선 정국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인물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개호(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국회의원이다. 이 의원은 지난해 4·13총선에서 광주 8개, 전남 10개 등 총 18개 지역구 가운데 민주당 후보로 유일하게 당선된 인물이다. ‘국민의당 태풍’, 정확히 말하면 ‘반문(반문재인) 정서’에 맞서 살아남았다. 그래서 민주당 대선 주자들이 이 의원에게 연일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여권 주자들도 무시할 수 없는 인물이다. 이 의원의 지역구가 전남이지만 담양 출신으로 광주 효동초등학교와 동성중, 금호고, 전남대를 졸업한 그의 영향력이 광주·전남지역에 모두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전남대 경영학과 재학 중 행정고시(제24회)에 합격한 뒤 ‘행정의 달인’으로 불릴 정도로 공직사회로부터 신뢰를 받아온 그의 ‘입김’이 여전히 여야를 아울러 통하고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이 전라남도 등에서 공직생활을 하면서 얻은 ‘행정의 달인’이란 애칭의 바탕에는 ‘소통의 달인’이 깔려 있다. 그가 주로 근무했던 전라남도 인사때 마다 상사들은 “이개호만 달라”, 부하직원들은 “이개호면 된다”고 말할 정도로 두터운 신망을 받았다. 공직시절 얻은 ‘소통이 달인’이 현재 ‘재선 국회의원 이개호’를 탄생시켰다.

자연스럽게 몸에 밴 그의 ‘소통 마인드’는 국회의원 신분이 됐다고 달라지지 않아 대선 주자들의 집중 공략 대상이 된 셈이다. 특히 유력 대선주자 가운데 광주·전남지역 출신이 단 1명도 없는데다 여야 대권 주자들이 투자할 가치가 매우 큰 인물이어서 ‘이개호의 몸값’은 올라가고 있다. 지금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민주당의 경우 대선 후보 경선이나 본선에서 ‘광주·전남 필승’ 카드를 만들 최적임자란 판단 때문에 이 의원의 주가는 갈수록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 의원은 현재 민주당 전남도당 위원장을 맡고 있다. 민주당내 유력 주자나 다크호스 등 어느 누구에게도 치우칠 수 없는 입장이다. 앞으로 당내 대선 후보 경선을 공정하게 치러야 할 막중한 책무가 주어져 있기 때문이다. 여권 주자들 가운데 충분한 자격을 갖춘 인물도 있지만 드러내놓고 “그 분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처지는 더 더욱 아니다.

그러나 이 의원은 대다수 국민들의 촛불 민심처럼 ‘정권교체’ 바람엔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정권교체는 물론 정치개혁도 함께 이뤄야 한다는 국민의 명령을 받들어 사전 선거운동에 저촉되지 않은 범위에서 특정 주자에 치우치지 않고 “정권교체”를 외치고 있다.

그는 지난해 4월 20일 민주당 당선인대회에서 광주·전남 지역에서 유일하게 살아온 소감을 밝히면서 울먹였다. “같이 활동했던 동료들 다 잃고 혼자 왔습니다…”라면서 눈물을 쏟았다. 그리고 “야권의 심장인 광주·전남을 반드시 되찾겠다”고 다짐했다. 이 의원은 단상에 서서 함께 자리를 해야 할 광주·전남지역 동료들이 단 1명도 보이지 않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고 전했다.

이개호 의원이 대선때 홀로 ‘킹 메이커’ 역할을 할 수는 없다. 한재림 감독의 영화 ‘더킹’에서 박태수(조인성)가 던진 말처럼 대한민국의 왕은 국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의원이 대선 결과를 보고 또 다시 눈물을 흘릴 수도 있다. ‘기쁨의 눈물’일지 ‘슬픔의 눈물’일지는 국민들만 알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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