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딩’ 내 조카 세뱃돈 얼마나 줘야 하나

팍팍한 형편 속 고민…또 하나의 명절 스트레스

대학생 5만원 중고생 3만원 초등생 1만원선

금액 고정하거나 문화상품권·장난감대체도

아이들에게 설날은 ‘큰 돈’을 받을 수 있는 날이다. 설은 자녀들에게 합리적인 소비법을 알려줄 기회이다. 세뱃돈을 어떻게 사용할지 스스로 생각한 뒤 저축을 선택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한다. /남도일보 자료사진
설을 맞이하는 아이들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들뜨기 십상이다. 부모·친지들로 받게 될 세뱃돈에 대한 확실한 믿음때문이다. 이 믿음은 ‘설날은 곧 세뱃돈’이라는 오랜 경험에서 출발한다. 부모들은 ‘너무 보채지 마라’고 한소리 하지만 순간이다. 설날에 으레껏 보는 아이들 모습으로 여긴다. 그러면서 한 편으로 아이들과 조카들에 줄 세뱃돈을 준비한다.



◇뿌듯하면서도 부담스러워

올해도 어김없이 민족의 대명절인 설날이 다가왔다. 진즉 새해는 밝았지만 정식으로 고향을 찾아 새해인사를 나누는 설이야말로 진짜 새해라 할 수 있다. 설이 다가오면 역시 세뱃돈이 화두다. 은행에선 신권과 세뱃돈 전용 봉투가 등장하고, 어른들은 신권을 구하느라 분주하다. 포털에선 ‘세뱃돈 많이 받는 법’이나 ‘세뱃돈 뺏기지 않는 방법’, ‘나이를 입력하고 표정을 비추면 세뱃돈을 얼마 받을지 예측해주는 앱’까지 등장했다.

이쯤 되면 어른들의 얼굴엔 그늘마저 드러워진다. 체면은 차리면서 부담은 최소화할 수 있는 세뱃돈으로 얼마가 적당한지 생각이 깊어진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거나, 중학생, 혹은 대학생이 됐다면 얼마를 줘야 하는지, 몇 살부터, 몇 살까지 줘야 하는지 고민스럽다. 만약 손가락 10개가 부족할 정도로 조카가 많다면, 적지 않은 출혈은 불가피하다. 더구나 팍팍한 형편이라면 한숨까지 나올 정도다.

광주 서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57)씨는 설 명절이 다가오자 세뱃돈 걱정이 커진다. 김씨에게 세배를 하는 조카가 대학생만 10명 가까이 된다. 대학생에게 세뱃돈으로 1만원짜리 한 장을 달랑 내밀 수는 없어 보통 수십만원이 빠져나간다. 김씨는 “조카들 세뱃돈을 주면 뿌듯하긴 하지만 매번 세뱃돈이 부담스럽긴 하다”고 토로했다.

회사원 조모(49)씨는 “올해 조카들 세뱃돈 봉투엔 3만원씩 넣을 생각”이라며 “작년에 5만원씩 줬는데 경기가 좋지 않아 3만원으로 줄였다”고 밝혔다

◇어른과 아이들의 ‘동상이몽’

세뱃돈에 대한 고민은 설문조사 결과에도 반영되고 있다.

최근 잡코리아, 인크루트 등이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직장인이 가장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연령별 세뱃돈 액수는 ▲대학생ㆍ취업준비생 5만원 ▲중ㆍ고등학생 3만원 ▲미취학아동ㆍ초등학생 1만원으로 집계됐다. 올 설 세뱃돈 예상 지출액은 평균 ‘23만원’으로, 세뱃돈의 최대 수혜자는 조카(40.9%)> 부모 및 시부모(40.5%)순이었다.

반면, 학습업체 와이즈캠프가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어른 1명에게 받고 싶은 세뱃돈에 대해 초등학생 63.1%가 ‘5만원 이상’을 꼽았다. 1만원(13.4%)과 2만원(9.3%), 3만원(7.7%)이 그 뒤를 이었다. 세뱃돈을 주는 사람은 1만원을 생각하고 있는데, 초등학생 절반 이상은 5만원을 받을 단꿈에 젖어 있다는 얘기다.

이에 세뱃돈 금액을 고정한 가정도 있다. 전남 여수에 사는 백모(63)씨 집안은 서열을 막론하고 ‘세뱃돈 고정’기준을 세웠다. 조카들의 나이를 불문하고 정확히 2만원씩 주도록 한 것. 이씨는 “나이 많은 조카들이 어린 동생과 똑같은 세뱃돈을 받는 것에 조금 서운해 하는 것도 없지 않지만 식구가 많아 세뱃돈을 다 모으면 총액이 많아 큰 불만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금 대신 문화상품권을 주는 것도 방법이다. 5천원 단위로 2, 3만 원어치만 해도 많아 보이고, 책을 사거나 영화를 볼 수 있으니 명절 전에 문화상품권 매출이 급증하기도 한다.

비용을 아끼기 위해 물건으로 대체하는 경향도 있다. 광주 남구의 정 모(73)씨는 어린세뱃돈을 장난감으로 대신할 생각이다. 최씨는 “그때그때 아이들 수준에 맞춰서 세뱃돈을 줘 왔다”면서도 “올해는 부담도 되고 해서 장난감이나 하나 사줄까 한다”고 전했다.

◇자녀 경제교육 첫 걸음

아이들에게 설날은 ‘큰 돈’을 받을 수 있는 날이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아이들은 곧 울상이 되어버린다. 바로 대부분 엄마들이 ‘이리 주세요’ ‘엄마한테 맡기세요’ 하면서 거의 반 강제적으로 빼앗듯 가져가기 때문이다. 말이 좋아 맡아준다는 거지 아이들 입장에선 자신이 받은 돈을 엄마가 빼앗아 간 거나 다름없다.

설은 자녀들에게 합리적인 소비법을 알려줄 기회이다. 어떻게 사용할지 스스로 생각한 뒤 저축을 선택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자. 절약하려는 마음과 함께 경제관념도 생길 수 있다. 최근에는 그야말로 기상천외한 세뱃돈 관련 금융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으니,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아이의 돈을 통장에 넣을 때 반드시 아이와 함께 가도록 하는 게 좋다. 아이에게 자신의 이름으로 된 통장을 보여주면 아이는 자연스레 경제적으로 독립된 존재라는 인식을 하게된다.
/김명식 기자 msk@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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