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文在寅)과 항우(項羽)

문재인(文在寅)과 항우(項羽)

<최혁 남도일보 주필>
 

‘재인어천가(在寅御天歌)’가 곳곳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 설을 전후로 해 나온 각종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조사결과는 문재인의 일방적 질주다. 대세론이 사실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매일경제 ‘레이더P’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3~24일 이틀간 전국 성인 1천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결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2.8%의 지지율로 1위를 기록했다.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에 대한 지지율은 15.4%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9.5%로 3위,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7.9%로 4위, 안희정 충남지사는 6.4%로 5위다. 문 전 대표에 대한 지지율은 2위보다 2배 이상이다. 문재인-반기문-안철수 3자 가상대결에서도 문 전 대표는 46.1%로 1위의 지지율을 보였다. 반 전 총장은 23.9%, 안 전 대표는 14.5%였다. 다른 여론조사기관의 대선후보 지지율 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문 전대표의 ‘청와대 금의환향(錦衣還鄕)’은 시간문제인 듯싶다. 문 전 대표 측은 ‘대세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그러면서도 애써 표정관리를 하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지난달 28일 경남 양산 통도사를 방문해 영배 주지스님을 만나는 자리에서 ‘문재인 대세론’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이 잘해서라기 보다는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들의 간절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한껏 자세를 낮췄다.

그렇지만 ‘문재인 대세론’은 허망한 유리성일 수도 있다. 문 전 대표를 지지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싫은 소리로 들리겠지만, 세상에 ‘절대’는 없는 법이다.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 그 가능성 중의 하나는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 혹은 보수 세력의 대오단결’이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인용 결정에 따라 박 대통령이 비참한 모습으로 청와대 문을 나서면서 눈물과 함께 억울함을 호소하면 분위기는 급변할 가능성이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을 별 것 아닌 것으로 치부하며 ‘촛불민심’을 ‘종북 좌익의 국기문란’으로 몰아가는 극우보수 세력의 발호가 만만치 않음을 기억해야 한다. 박 대통령도 “탄핵사태는 누군가가 오래전부터 기획해온 것으로 생각한다”며 음모론에 불을 지피는 한편 지지 세력에 ‘총동원령’을 내린 상태다. 김부겸 의원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야 3당이 단결해서 단일후보를 내세워 대선을 치른다면 정권교체는 확실히 이뤄진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저마다 후보를 낸 상태에서 보수 세력의 단일후보와 경쟁한다면 결과를 낙관하기 어렵다. 지금은 특정개인을 중심으로 한 정권교체를 외칠 때가 아니다. 나라를 비정상으로 만들어놓고도 반성하지 않는 새누리당과 극우보수 세력으로부터 정권을 가져와야할 때다. 극우보수 세력의 반격을 경계해야 한다.”

그러면서 그는 또 이렇게 말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모습을 나체로 그려 전시하는 것과 같은 일들은 보수 세력을 똘똘 뭉치게 하는 이적행위다. 지금 상황에서 박 대통령 지지 세력을 결집하게 하는 모욕행위나 지나친 비판은 자제하는 것이 현명하다. 박 대통령을 쓸쓸하게 퇴장하게 내버려두는 것이 최선이다. 박대통령을 보수의 영웅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문재인 대세론은 팩트(fact)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지나친 자만은 독배(毒杯)가 될 수 있다.”

문 전 대표가 대권을 거머쥐려면 항우(項羽)의 실패를 마음속에 새겨야 한다. BC 206년 진이 멸망하자 천하를 놓고 항우와 유방이 패권을 다퉜으나 결국은 유방이 승리했다. 절대적으로 유리했던 초(楚)의 항우가 전쟁에 진 것은 몇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는 고향으로 돌아가 전쟁을 계속한다는 금의환향의 유혹에 사로잡혀 전략적 요충지인 관중(關中)을 세력발판의 근거지로 삼지 않은 것이다. 둘째는 야심을 키워가고 있는 유방을 제거해야 한다는 범증과 신하들의 충언을 듣지 않아서이다.

문 전 대표는 관중이랄 수 있는 호남을 수중에 넣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배신감에 치를 떨고 있는 안철수와 화해해야 한다. 다른 야당에 ‘공동정부구성’과 같은 지분을 안겨줘야 한다. 그것이 호남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다. 청와대 입성을 기정사실화하고 국민의당과의 연합과 호남민심 얻기를 게을리 하는 것은 천하제패 요충지인 관중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박대통령을 지나치게 모욕해 황교안 국무총리를 유방처럼 키우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세론은 깨진다. ‘친문끼리’의 정권교체 욕심은 일을 그르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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