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 누구?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 누구?

<형광석 목포과학대학교 교수>
 

누가 현묘한 수를 찾고 실행에 옮길까? 한 번도 만나보지도 않았고, 설사 만났다 해도 밥과 술을 함께 먹어본 적이 없는 인물을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까? 그가 무슨 일을 어떻게 해왔는가를 추적하면 그 사람이 누구인지 실체가 조금은 드러난다. 어떤 사람의 현재 모습은 현시점 이전의 경험이 작용한 결과이다.

부지불식간에 관찰한다. 왜 저 친구가 저렇게 말하지? 그 친구의 머릿속을 스쳐가는 생각은 뭐지? 왜 이 사람이 내 눈길을 피하지? 얼굴은 나를 향했는데 시선은 옆으로 가지 않아, 나를 속이려고 뭣을 숨기는가보네.

길거리를 산책할 때 정면으로 마주 오는 사람은 눈에는 들어오나 여운이 크지 않다. 그 사람의 앞모습이 통째로 드러났기에 미묘한 감정과 상상이 일어나지 않는다. 아무리 미남과 미녀로 보여도 산책하던 방향을 바꿔서 그 사람의 뒤를 밟아서 따라가고 싶지는 않다. 순간적으로 따라 가보자고 강한 욕구가 발동되어도 가던 방향을 바꿔야 하는 비용을 치러야 하니까.

내 앞 3미터 전방에서 걸어가는 사람의 뒤태가 깔끔하고 멋지다. 걸음걸이도 팔자가 아니고 일자이다. 허리도 꼿꼿하다. 신체 윤곽이 뚜렷하다. 여름이라면, 엷은 옷 속에 감춰진 골격과 근육이 잘 조화되어 보이기까지 한다. 뒷모습이 아름답다. 아름다운 거리 3미터를 유지하면서 한참을 따라가다가 여운을 간직한 채 삼거리에서 내가 가고자 하는 왼쪽 길로 방향을 바꾼다.

사람의 뒷모습이 아름다우려면 어떠해야 할까? 정년퇴임이 오륙년 남은 친구는 자기 말에 냄새가 난다면서 말 수를 줄이고 후배 교수들의 뜻을 대부분 수용한다고 말한다. 재주가 많은데도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을 드러나게 하려는 그 친구의 모습이 아름답게 다가온다. 재주가 많으면 덕이 박하다고 하는데, 그 친구에게는 그런 점이 관찰되지 않는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친구이다.

알음과 앓음이 많은 사람이 사실은 아름다운 사람이라 하지 않는가? 작년 2월 26일 남도시론에서 말했듯이, 아름다운 사람은 가슴앓이를 알고 앓는 사람이다. ‘아름답다’에서 ‘아름’은 알다와 앓다의 명사형인 알음(앎)과 앓음의 소리 표현이다. 앎이 많다고 해서 아름답게 보이지는 않을 테고, 수난과 고통이라는 앓음이 7할은 차지해야 아름다움의 기초가 탄탄하게 다져질 거다.

엊그제 대선의 사각 링에 올라가지 않겠다고 선언한 아저씨가 알음과 앎이 풍부한 사람임은 그가 극동의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각 나라가 연합한 국제연합(UN)의 사무총장을 역임한 이력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증명된다. 그 아저씨가 뼈가 아프도록 앓았던 적은 얼마일까? 개인적 앓음으로 말미암아, 웃고 있어도 눈물 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드러난 이력으로 보건대, 정치적 앓음과 사회적 앓음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소수자로서 시대정신과 정면 대결하다가 처절하게 깨지고 앓아본 자취는 없다.

전직 국제연합 사무총장이라는 단군 이래 대한민국의 최대 사회적 자본을 공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마치 사적 소유물로 생각하고 처신하다가 중도에 하차했으니, 아름다운 사람으로 기억되기에는 이미 루비콘 강을 건너버렸다.

공인으로서 성장하고 뒷모습까지도 아름다워지려면, 공적으로 사회적으로 앓음이 많은 분이어야 함은 ‘국민의 정부’를 표방하셨던 김대중 전 대통령님의 삶이 보여준다. 익히 크게 알려진 수난과 고통만 해도, 순교에 가까운 죽음의 문턱에 두 번이나 오가는 앓음을 뼈가 저리도록 겪으셨다. 필자는 그분의 사진조차도 바라보기에는 미약한 존재이나, 아름다운 뒷모습을 그리워하고 실천하는 사람이 많다고 생각된다.

현재 대선 판에서 지지도가 두세 손가락 안에 든 인물 중에 개인적 앓음은 모르겠으나 적어도 사회적 앓음은 드러나 보이지 않는다. 최근 삼사 년간에 우리나라가 이 지경으로 들어가는 단초와 징후를 알고도 남음이 있을 그들은 정면대결하지 않았다. 적극적 방관자였다.

노동(勞動)을 인식하고 시대적 과제에 정면도전하고 몹시도 앓으셨던 김대중 전 대통령님이 더욱 그립다. 그립다고만 하지 않고, 대한민국 헌법의 전문과 2장(국민의 권리와 의무)을 찾아서 큰소리로 읽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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