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역사를 간과한 새마을 기 철거

최순실 국정농단과 박근혜대통령 탄핵 등 일련의 사태가 진행되면서 일부 시민단체들의 ‘새마을 기’ 철거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박대통령이 최근 보이고 있는 ‘탄핵뒤집기’와 ‘면피성 발언’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이 높아지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새마을운동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역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광역시는 시민단체의 새마을 기 철거주장을 받아 들여 지난달 19일부터 새마을 기를 게양하지 않고 있다. 광주시의회도 지난달 10일 청사에 게양됐던 새마을 기를 철거했다. 광주지역 6개 정당과 89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박근혜 퇴진 광주시민운동본부’는 지난 1일 광주 일선 구청과 기초의회에 공문을 보내 새마을 기 철거를 요구했다.

이에 앞서 광주 광산구청과 광산구의회는 지난달 2일부터 광주 지자체 가운데 가장 먼저 새마을 기를 게양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광주시와 광주시의회, 광산구, 광산구의회의 새마을 기 철거는 ‘우리 힘으로 잘사는 나라를 만들어보자는 새마을 기에 담긴 철학’과 ‘새마을 정신의 뿌리가 광주’라는 사실을 망각한, 역사개념이 없는 몰가치적인 조치다.

유신정권과 박근혜정권이 싫다고 해서 모든 것을 부정할 수만은 없다. 박근혜대통령은 탄핵에 이를 정도로 국민적 저항을 받고 있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공과는 구분돼야 한다. 광주지역 지자체들이 시민단체의 주장을 절대기준으로 삼아 새마을 기를 철거하는 것은 인기영합 적이다. 우리 아버지 세대들이 땀과 피로 이룬 성과를 부인하고 모욕하는 것이다.

더구나 새마을운동의 철학은 현 귀일원의 전신인 동광원에서 태동된 것이다. 일제시대 광주YMCA를 이끌며 민족계몽운동을 폈던 정인세 선생은 방림동에 고아원(동광원)을 설립해 600여 명의 고아를 돌봤다. 이때 전남대 교수직을 그만두고 동광원에 들어와 고아들에게 성실과 정직·자조·자립정신을 불어넣어 사회의 일꾼으로 만든 분이 영광출신 김준선생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서울대 유달영 교수로 부터 제자 김준교수를 소개받아 ‘새마을 운동’의 모티브를 얻게 된다. 동광원에서 실천되고 있는 생활환경개선과 자조적 생활방식을 국민운동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새마을운동의 모태가 광주임에도, 그리고 그 정신을 보지 않은 채 새마을 기를 끌어내리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광주 지자체장들의 몰지각이 한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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