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실패자는 다 모여라!

성실실패자는 다 모여라!
- ‘대한민국의 실리콘밸리’로 거듭나는 광주를 기대하며
<신현구 광주경제고용진흥원장>
 

경제협력기구(OECD)가 발표한 ‘2013년 과학·기술·산업 스코어보드’ 보고서에는 주요 회원국의 창업기업의 생존율을 조사한 결과가 나온다. 창업 3년 뒤 살아남은 기업 비율을 보면, 슬로베니아 68.4%, 룩셈부르크 66.8%, 호주 62.8%, 미국 57.6%, 이탈리아 54.8%이고, 한국은 41%로 꼴찌를 기록했다. 그런데 이 40%도 스스로 준비해서 창업을 한 경우의 생존율이다. 요즘같이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다보니 정부가 정책적으로 창업을 장려하는 상황에서 정책적인 지원을 전제로 충분한 준비없이 창업을 한다면 생존율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사회 경험도 부족한 청년들이 창업을 할 경우 3년 후 생존율은 1/3도 안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창업기업들의 실패 요인을 꼽으라면 시장조사의 부족, 자금부족, 필요한 인력 확보 부족, 마케팅 능력 부족, 변화에 대한 대응 부족 등 여러 가지를 언급할 수 있으나 포괄적으로 경험부족이라고 본다. 아무리 사회경험이 많더라도 사업자체의 경험이 부족하여 실패하는 것이 다반사인데 사회경험마저 부족한 청년들이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젊은 패기로 도전하여 반짝 실적을 낼 수는 있겠지만 지속성을 갖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당장은 창업을 장려함으로써 실업률을 낮출 수 있을지 모르지만 2~3년 이내에 양산될 사업실패자들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는 사업실패자에 대해 가혹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사업에 한번 실패하면 신용불량자가 되어 금융거래가 불가능해지고, 자신의 이름으로 사업자 등록증을 낼 수도 없고 취업도 할 수 없어 재기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한번 실패하면 영원한 실패자로 낙인찍혀 재기의 기회가 원천적으로 차단되는 환경하에서는 실패를 무릎쓰고 도전하는 기업가정신은 기대하기 힘들다. 그러나 실패자 중에는 실패요인을 분석하여 새롭게 시작한다면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가 적지 않다. 국내 연구조사결과에서도 재도전기업이 창업기업보다 생존율이 2배이상 높은 것으로 분석된 바가 있다. 자동차왕 헨리 포드, 애니메이션 왕국의 창시자 월트 디즈니, 소설가 마크 트웨인,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한차례 이상 파산선고를 받은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파산=재기불능’의 인식이 지배적인 우리 나라에선 보기 드문 현상으로서 그들이 우리나라에서 살았다면 포드자동차나 미키마우스 그리고 톰 소여의 모험은 이 세상에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실패도 좋은 자산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고 정말 열심히 하다가 실패한 사업자(성실실패자)들에 대해 재기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제도를 만드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유익한 일이다. 더욱이 2~3년 내에 창업 실패자가 양산되어 큰 사회적 문제가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정부도 성실실패자에 대해 재도전의 기회를 주려고는 한다. 중소기업청의 ‘패키지형 재도전지원사업’이 그것이다. 그런데 공모에 참여해서 선정되는 것이 만만치 않아서 충분히 준비하지 않으면 그림의 떡이다. 특히 호남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2016년에 중소기업청이 패키지형 재도전지원사업으로 100개 기업을 공모했는데 호남에서는 1개 기업밖에 안됐다고 한다. 사업모델이 구체화되고 사업성이 인정되어야 하며, 신용상의 문제도 해결되어 있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접근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사업실패자라면 대체로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있어 능동적으로 나서지 않으려고 한다. 또한 호남인들은 정치권력으로부터 소외감을 갖고 있어서 국가공모사업에 대해 회의적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광주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재창업역량강화지원사업’이다. 재기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성실실패자들이 중소기업청의 패키지형 재도전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도움을 주겠다는 것이다. 2월 중에 사업실패 후 재창업을 준비중인 예비재창업자나 재창업 3년 이내의 재창업기업 대표자들을 20명 내외 모집하여, 3월부터 2개월동안 공동의 사무공간을 제공하고 실패원인분석, 사업모델 구체화 및 사업계획서 작성에 대한 전문가 멘토링, 경우에 따라서는 신용회복에 대한 컨설팅 등을 통해 5월로 예정된 중소기업청 패키지형 재도전지원사업에 선정되기까지 지원하는 한편, 중소기업청의 지원과는 별개로 재창업 후 마케팅 등에 있어서도 적극 지원함으로써 성공적인 재창업이 이루어지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 광주경제고용진흥원에 재창업지원센터를 마련했다. 광주에서 재창업을 한다는 전제가 있으면 광주에서 뿐만 아니라 전국 어디에서든지 성실실패자는 다 와도 좋다. 우수한 사업계획을 가지고 있는 성실실패자들이 모여서 새로운 꿈을 펼쳐가는 대한민국의 ‘실리콘밸리’로 거듭나는 광주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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