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초청 토론회와 ‘2%의 아쉬움’

오치남 남도일보 편집국장의 우다방 편지
대선주자 초청 토론회와 ‘2%의 아쉬움’
 

사단법인 광주전남언론포럼이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선주자 초청 토론회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7일 국민의당 천정배 전 공동대표를 시작으로 지난 1일 바른정당 남경필 경기도지사 초청 토론회를 가졌다. 이 사이에 진행된 더불어민주당 안희정 충남도지사, 바른정당 유승민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성남시장,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국회의원까지 합치면 모두 8명의 대선주자들이 토론회에 참석했다.

이 가운데 박원순 시장과 김부겸 의원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해 아쉬움을 남겼으나 1개월여동안 잠룡들이 토론회에 초청됐다. 오는 9일 국민주권개혁회의 손학규 의장과 13일 국민의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토론회가 열릴 예정이어서 대권을 잡으려고 뛰고 있는 유력주자들이 거의 토론회를 거칠 전망이다.

이번 행사를 주최하고 있는 광주전남언론포럼은 지난 2011년 신문·방송·통신사 등 13개 지역 언론사의 전·현직 편집·보도국장 출신 언론인 30여명으로 구성된 중견 언론인 단체다. 그동안 주요 정책현안 토론회를 비롯해 공동 여론조사, 언론인 연수지원 등 지역 언론 발전과 건전한 여론 형성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대선주자 초청 토론회도 광주전남언론포럼의 올해 역점 사업 가운데 핵심이다. 지금까지 대통령 선거와 관련, 광주·전남지역 언론들이 공동으로 주자나 후보들을 검증할 기회가 없었다. 각 신문이나 방송, 통신사들이 개별로 대선주자나 후보들을 검증하기는 했으나 13개 언론사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대선주자부터 체계적으로 검증한 사례는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사건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될 경우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 현재 분위기는 조기 대선쪽으로 기울여 4월말이나 5월초에 대통령 선거가 실시될 것이란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와 대선주자 초청 토론회는 광주·전남은 물론 전국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에 따라 주제도 ‘조기 대선과 호남 정치’에 주로 맞춰 잠룡들의 자질과 정책 검증에 초점을 두고 진행되고 있다.

일부 군소주자들까지 토론회에 초청해 달라는 청탁아닌 청탁을 하고 있을 정도로 주가가 치솟고 있다. 토론회 패널로 참석하고 있는 필자도 전국에서 전화를 받고 있어 뜨거운 열기를 실감하고 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여야를 떠나 유력 또는 다크호스로 분류되는 주자 가운데 호남 출신이 없다는 점이다. 지역주의를 조장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10여명의 대선주자 가운데 호남 출신 유력주자도 포함돼 인물 검증과 선의의 정책대결을 벌일 경우 대선주자 초청 토론회는 더욱 더 관심을 끌고 온전한 대한민국 건설에도 마중물이 될 것으로 확신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토론회 과정에서 한 초청자도 호남출신 유력주자가 없다는 데 동감을 표시하면서 “차차기 대선 후보감이 있느냐”고 물어봤다. “없는 것 같다”라고 말했더니 “아직도 없으면 차차기 대선 때도 지금과 상황이 마찬가지 아니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렇다. “천하를 얻으려면 먼저 사람을 얻어라”는 조조의 인재술을 본받아야 한다. 호남은 그 동안 젊고 유능한 정치인을 키우는데 너무 인색했다. 일각에선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후계자 양성에 소홀했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호남사람들 모두의 책임이다. 특히 여야를 떠나 정치인 스스로 남의 탓만 하고 자신들의 허물을 보지 못한 채 서로 헐뜯고 제살깎아먹기만 했던 자업자득이 아닐까. 지역 언론과 시민사회단체들도 진정으로 젊고 유능한 정치인 키우기에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하지만 무엇보다 정치인 스스로의 책임이 가장 크다. 뚜렷한 국가 비전이나 확고한 정치 철학과 소신을 갖고 ‘정치 후진국’ 대한민국을 ‘정치 선진국’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였던 젊은 정치인이 과연 몇명이나 있을까. 부끄럽게도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선거때마다 당리당략이나 명예욕에 앞서 ‘갈지자 행보’를 보인 정치인들이 더 많지 않았는가. 후배 정치인의 앞날을 위해 길을 터준 선배 정치인도 얼른 생각나지 않는다. 그래서 존경받는 원로 정치인도 1∼2명이 그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이제부터라도 바뀌지 않으면 호남의 미래는 없다. ‘우물안 개구리’에 안주하지 말고 젊은 정치인 스스로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몸과 마음을 닦아 수양해 집안을 안정시킨 뒤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정한다)를 되새겨야 한다. 지역 언론과 시민사회단체들도 젊고 유능한 정치인 만들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차차기 대선주자 초청 토론회도 ‘2%의 아쉬움’을 남기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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