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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은수 전남도 농림축산식품국장의 남도일보 특별기고논 타작물 재배 확대한다

논 타작물 재배 확대한다

<서은수 전남도 농림축산식품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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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은수 전남도 농림축산식품국장

우리 국민의 주식(主食)은 분명 쌀이다. 지난 1970년대만 해도 쌀밥을 먹는 것이 그리 쉽지 않았다. 귀하고 귀한 것이 쌀이었다. 어머니들이 “보리밥 먹고는 힘이 나지 않는다”며 귀한 쌀을 구해 밥을 해주었던 시절이 필자 기억에 생생하다.

우리나라에서 쌀 ‘자급자족’을 달성하게 된 것은 1971년 개발된 통일벼가 원조다. 당시 다른 품종보다 30%이상 수확량이 많고, 병해충도 강한 품종이었다. 이런 통일벼가 1972년부터 농가에 본격 보급되면서 1976년에는 역사상 최초로 쌀의 자급자족 시대를 맞아 ‘녹색혁명’을 이뤄냈다. 이를 토대로 식량자급률 제고는 물론, 다양한 벼농사 기술이 함께 발전했다.

통일벼가 없었다면 우리의 쌀 농업과 삶은 어떻게 되었을까? 우리 모두 다시 한 번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50원짜리 동전 한 면에 새겨 있는 벼이삭이 바로 통일벼다.

이렇게 귀하게 여겼던 쌀이 언제부턴가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누군가 “벼농사 없이는 우리 농업이 없다” 고 말했다. 국가 식량안보를 위해서도 국민 모두가 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속적인 소비확대를 통해 우리 농업의 근간인 벼농사를 지키자는 것이다. 모두가 공감하는 부분이나 현실은 어렵기 짝이 없다.

지난해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61.9㎏이다. 1990년 130.5㎏에 비하면 절반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그러나 지난해 단위 면적당(10a)당 쌀 생산량은 539㎏으로 1990년 451㎏보다 20%이상 늘었다.

이처럼 소비는 줄고, 생산은 늘어나는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쌀 수급불안의 근본 요인이다. 지난해 말 정부의 쌀 재고량은 236만t으로 계속 누적되고 있는 실정이다.

쌀 수급안정을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벼 재배면적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 생산량을 줄이고, 쌀 소비를 지속적으로 늘려 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쌀 소비를 당장 확대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급기야 정부에서는 쌀 적정생산을 위해 올해 벼 재배면적을 3만5천㏊ 감축키로 했다. 이중 전남도는 7천200㏊로 농지전용 등 자연감소 3천200㏊를 제외하고, 약 4천㏊의 논에 벼 대신 콩과 잡곡 등 타작물을 재배할 계획이다.

당초 농식품부는 매년 되풀이 되는 쌀 수급불안 해소를 위해 올해부터 ‘생산조정제’를 도입·시행키로 했다. 농업인 등 각계의 공감대를 토대로 904억원의 사업비를 요구했으나 반영에는 역부족이었다.

쌀 ‘생산조정제’는 논에 타 작물을 재배하면 일정수준 보조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정부가 지난 2003년부터 3년간 이미 실시했고, 2010년에는 ‘논 소득기반 다양화’ 사업으로 2013년까지 추진했던 사업이다.

결과적으로 올해는 지자체에서 ‘논 타작물 재배’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우리 도에서는 올해 도비 등 18억원으로 600㏊에 대해 논에 타작물 재배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벼를 재배했던 논에 타작물을 재배하는 경우 ㏊당 300만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또한 농업기술원 각종 시범사업은 논을 대상으로 추진하고, 시·군 자체사업과 들녘경영체를 대상으로 논 타작물 재배를 적극 유도해 나갈 계획이다. 농어촌공사에서도 간척지 임대 시 논에 타작물을 재배하는 경우 80%에서 최고 100%까지 임대료를 감면해 주기로 하는 등 벼 면적을 줄이는데 주력키로 했다.

이제 ‘논에는 벼’라는 등식이 사라져야 한다. 지난해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쌀 수급안정의 하나로 농업진흥지역 해제라는 카드가 나왔다. 각계의 지탄을 받기도 했지만 그만큼 쌀 수급불안에 대한 근본 해결책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올해는 국가 차원의 ‘쌀 생산조정제’가 꼭 시행되어 논의 기능을 유지하면서 적정량의 쌀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이 확보되길 바란다. 이는 어려운 쌀 농업에 대한 정부 재정당국의 전향적인 시각이 반드시 필요하다. 벌써 올 농사 준비철이 임박했다. 옛 우리 조상들은 이맘때면 ‘農者天下之大本’이라고 쓴 농기(農旗)를 들고 한 해의 풍년농사를 기약하는 농악을 울렸다.

요즘 풍년이라는 말이 조심스럽다고 하지만, “올해는 쌀값 걱정이 없는 풍년이 되었으면 한다”는 한 농부의 작은 소망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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