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 기는 더 높이 올려야할 깃발이다

새마을 기는 더 높이 올려야할 깃발이다

<최혁 남도일보 주필>
 

작은 동전에도 양면이 있다. 작은 것도 그럴진대, 그러고 보면 큰 것(일)에는 참으로 많은 측면(view point)이 있을게다. 저마다 생각과 주관이 다른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세상이다 보니, 어떤 이에게 진리인 것이 다른 어떤 이에게는 거짓이 될 것이다. 혹 그 반대되는 일도 많을 게다. 그래서 이면(裏面)을 들여다보는 눈이 필요하다. 겉으로만 판단하게 되면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된다. 그래서 매도(罵倒)는 위험하다. 세상에 절대란 없는 법이다.

광주지역 시민단체가 ‘새마을 기’를 끌어내리고 있다. 새마을 기가 ‘유신의 잔재’라는 이유 때문이다. 시민단체들이 예전부터 쭉 내걸려져 있던 새마을 기를 가지고 시비를 거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정국’과 무관치 않다. 팽배해 있는 박대통령에 대한 국민혐오를 이용해 이참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흔적까지도 싹~지워버리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인다. 박정희와 박근혜를 한 묶음으로 해 퇴출시켜버리려는 기도(企圖)다.

광주지역 시민단체들이 대부분 가입해 있는 ‘박근혜퇴진 광주시민운동본부’는 지난 2일 광주광역시 각 자치구와 기초의회에 새마을 기 철거를 촉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 단체는 지난달부터 각 자치단체장들을 만나 새마을 기 철거를 요구해왔다. 지난달 19일에는 광주시청 청사에 걸려있던 새마을 기를 게양대에서 떼어내기도 했다. 이에 따라 광산구와 동구, 서구 등이 새마을 기를 내렸다. 남구는 애초부터 새마을 기를 내걸지 않았었다.

광주지역 자치단체들이 시민단체의 압력을 이겨내지 못하고 새마을 기를 철거하는 모습에 씁쓸한 마음이 깊다. 마녀사냥 식 광풍(狂風)이라는 생각도 든다. 물론 시민단체들이 직접 문제를 삼은 것은 ‘새마을운동회’다. ‘박근혜퇴진 광주시민운동본부’는 “새마을운동회는 박정희 유신 정권의 유령”이라며 “이들은 수십 년 동안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사업비와 사무실공간, 운영보조금 등 특혜를 받아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이 새마을운동회에 대한 퇴출을 요구하면서 그 상징인 새마을기가 수난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는 ‘빈대잡자고 초가삼간 집을 태우는 일’이나 마찬가지다. 박근혜가 싫다고 해서 ‘새마을운동’을 ‘난도질하는 것’은 우리 과거의 일부를 부정하는 것이다. 새마을 정신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을 수 있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박근혜는 박근혜고, 새마을 정신은 새마을 정신이다. 둘이 같을 수는 없다.

새마을정신은 우리의 오늘을 있게 한 원동력이었다. 모두들 힘을 합쳐 부지런히 살면 잘 살수 있다는 믿음을 갖도록 했다. 새마을 정신과 운동을 통해 가난했던 우리사회가 번듯한 동네와 나라가 됐다. 새마을운동을 통해 박정희 전 대통령이 근대화사업에 성공했다고 해서, 이것이 그가 저질렀던 장기독재와 인권유린에 대한 면죄부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역으로 독재자가 펼쳤던 운동이라 해서 그 성과를 깡그리 무시하는 것도 옳은 일은 아니다.

본질을 봐야한다. 새마을정신은 이데올로기가 아니다. 새마을운동 역시 정치선동이나 집회가 아니었다. 겨울이면 노름에 빠져 있던 농민들을 밖으로 끌어낸 정신개조였다. 또 마을길과 농로를 넓히게 한 마을환경개선운동이었다. 부지런하자(근면), 우리 힘으로 일어서자(자조), 힘을 모으자(협동), 이 세 가지 정신은 국민들의 삶을 바꿔보자는 정신이었다. 유신을 찬양하거나 동조를 강요하는 정치적 주술(呪術)이 아니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더구나 새마을 정신의 모태는 광주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새마을 정신’의 모티브를 광주 동광원에서 찾는다. 동광원은 6·25 전쟁 때 부모를 잃고 오갈 데 없는 고아들을 돌보기 위해 광주의 유지 70여명이 힘을 모아 세운 고아원이었다. 이 동광원에서 600여명의 전쟁고아들을 돌본 이가 정인세 선생이다. 그는 일제 때 광주YMCA를 이끌며 청소년운동과 농촌계몽운동을 폈던 인물이다. 선생은 신사참배 거부에 연루돼 1년 동안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정인세 선생과 함께 방림동 동광원에서 고아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자조자립 정신을 불어넣어주고, 갱생의 희망을 안겨준 이가 김준 선생이다. 김준 선생은 전남 영광출신으로 서울대를 졸업한 뒤 전남대학교 농과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던 중 정인세 선생의 헌신적인 삶에 감명을 받아 교수직을 그만두고 동광원에 들어왔다. 이후 고아들을 위해 헌신했다. 그는 정신질환자나 불구, 고아들과 함께 거름통을 메고 농사를 지으며 솔선수범의 삶을 살았다.

김준 선생은 동광원 일대의 마을길을 넓히는 등 생활환경 개선에 힘썼다. 또 스스로 노력하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실천해 보였다. 그때 박정희 전 대통령이 동광원의 자조자립정신과 원생들의 협동정신을 전해 듣고 이를 재건국민운동의 모티브로 삼은 것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김준선생의 공동체생활과 정신을 전해준 이는 유달영 교수로 김준 선생의 스승이었다.

김준 선생은 박 전 대통령과 뜻을 함께 해 농촌부흥운동을 추진키로 결정한다. 이에 새마을중앙회장과 연수원장을 지내면서 새마을운동을 전 국민각성과 생활개선운동으로 확대발전시켰다. 동광원의 생활정신이 전 국민의 각성운동, 그리고 ‘잘살아보세~운동’이 된 것이다. 따라서 한국의 근대화와 고도경제성장의 배경에는 광주 동광원과 정인세·김준 선생이 자리하고 있다. 이 나라를 부강케 한 새마을운동의 뿌리가 바로 광주인 것이다.

그런데 광주시민단체들이 이 같은, 역사적 사실을 외면한 채 새마을 정신을 부정하고 있다. 5·18 정신만 광주의 정신일까? 새마을 정신도 광주의 위대한 정신이다. 박근혜를 물러나게 하고 박정희를 역사의 뒤안길로 매장시키기 위해서 우리의 위대한 정신유산인 새마을 정신을 매도하려는 행위는 정당치 않다. 시민 권력의 힘으로 자행하는 폭력이다. 지금의 ‘잘사는 우리’는 허리띠를 졸라맨 아버지 세대의 희생과 피땀 때문에 존재할 수 있었다. 그것을 부인하지 말자. 새마을 기는 끌어내려야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높이 올려야할 깃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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