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창업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최대 4일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창립 3주년을 넘긴 기업은 전체 기업 대비 38%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벤처기업 10곳중 6곳은 3년 안에 문을 닫는다는 이야기다. 창업벤처는 자본 투자를 받기도 어렵고, 판로 확보는 더더욱 어렵다는 현실을 방증하는 수치다.

이른바 '창업꽃길 지나니 성장흙길'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5일 '통계로 본 창업생태계 제2라운드' 보고서를 통해 "창업절차가 초고속으로 이뤄지며 벤처기업수는 사상최대(3만개)를 기록했다. 하지만 벤처기업의 62%는 3년을 못버티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창업장벽은 크게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은행의 국가별 기업환경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창업 등록단계는 12단계에서 2단계로 축소됐고, 소요시간은 22일에서 4일로 줄었다.

이는 스타트업 천국 미국의 5.6일보다도 크게 단축된 것이다.

우리나라 창업부문 경쟁력 순위도 116위(175개국 대상)에서 11위(190개국)까지 껑충 뛰었다. 이에 힘입어 벤처기업 수는 3만개를 넘어섰다.

그렇다면 생존율은?

이번 조사에서 창업 3년을 넘긴 기업은 전체의 38%에 불과했다. 10곳 중 6곳 이상의 벤처기업이 다음 라운드에 오르지 못한 채 좌절하고 있는 것.

OECD 국가로는 국내 벤처기업 생존율이 스웨덴(75%), 영국(59%), 미국(58%), 프랑스(54%), 독일(52%) 등에 크게 뒤처져 조사대상 26개국 중 25위를 기록했다.

2라운드 진입의 가장 큰 장벽은 '민간중심 벤처투자 생태계 미비', '판로난' 등이었다.

해외에서 본 한국벤처의 투자매력도 역시 낮은 수준으로 평가됐다. 전세계 '벤처시장 매력도'를 발표하는 스페인 나바다 경영대학원이 M&A시장, 금융시장 성숙도 등으로 벤처투자 매력도를 평가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의 80% 수준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미국 나스닥 상장에는 6.7년이 걸리지만 한국 코스닥 상장에는 평균 13년이 걸린다"며 "법인사업자의 80% 이상이 10년 안에 문 닫는 상황에서 13년 후를 기대하며 자금을 대는 투자자를 찾기 힘들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벤처기업 대표들 역시 창업초기 3~4년을 지옥으로 표현한다.

A 회사 대표는 "정부자금 덕에 제품은 개발했지만 창업 6개월만에 바닥났다"며 "스마트폰 앱, ZHS텐츠만 환영받는 민간투자시장에서 아이디어 상품은 외면당하기 일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단기실적에 따라 투자가 쏠리는 자금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심해 안정적 자금조달이 힘들다"고 호소했다.

창업 4년차 B사(발열 손발팩 제조) 대표 역시 "만들기만 하면 되는줄 알았는데 유통이 이렇게 힘든지 꿈에도 몰랐다”며 "벤처기업들을 대상으로 제대로 된 유통, 물류 교육을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신현한 연세대 교수는 이와 관련, "미국에선 대기업이나 벤처캐피탈의 투자를 받은 벤처기업들이 더 혁신적인 성과를 낸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우리도 대기업 또는 다국적기업의 자본투자 가능성을 높여줘야 벤처 성장에 필요한 자원이 지속적으로 공급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송의영 서강대 교수 역시 "창업 숫자에만 신경쓰지 말고 새 가치를 끊임없이 창출하는 힘이 있는 기업들을 지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며 "정부정책방향도 이제 스타트업(start-up)에서 스케일업(scale-up)으로 레벨업할 때"라고 말했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대기업은 M&A를 통해 미래 신기술·신제품을 수혈받는다"며 "벤처기업은 민간투자를 담보한 대기업-창업기업 상생의 혁신생태계를 조성해주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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