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리채, 사진작가 조현택 초대 ‘밝은 방’展

‘부재(不在)’와 ‘영원(永遠)’이 공존하는 공간~
갤러리 리채, 청년작가 공모 선정자 초대전
사진작가 조현택 ‘밝은 방’展…오는 28일까지
 

조현택 作 ‘빈방 55번방~광주시 광산구 덕림동 699-7’
사진작가 조현택

‘경험적 기억’을 토대로 10여년 이상 꾸준히 사진 작업을 해 온 지역작가의 전시가 열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광주광역시 남구 제석로 12번지에 자리한 갤러리 리채는 ‘2017년 청년 작가 공모’ 선정 두 번째 이야기로 조현택 작가의 ‘밝은 방’전을 오는 28일까지 개최한다.

조현택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인물(소년)’에서 ‘풍경(빈 방)’으로, 최근작에서는 다시 ‘인물과 풍경(가짜 세트장 속에서 유령 같은 포즈를 취하며 코스프레를 하는 인물들)의 혼합’시리즈로 변해왔다고 말한다.

그의 오래된 문제의식은 사진의 근원과 예술의 본래적 힘, 그리고 세상이 바라보지 않는 곳에 대한 빛의 기능이 사진기와 사진가의 역할이라는 숙명론적 사명감이 아닐까 하는 자기 존재론적 의구심에 있다고 한다.

작가는 평소 낡고 버려진 것들에 대한 집착과 수집욕을 갖고 있다. 촬영을 진행하면서도 빈방에 남겨진 여러 물건을 수집해 그것들을 깨끗이 닦고 본래의 모습을 찾아주는 행위가 작업만큼 중요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러한 거꾸로 되돌려 놓는 행위는 이전 작업에서도 나타난다.

이전 작인 소년들의 유년 시절을 찍은 사진들에서는 더 어른스러운 면모를 첨가시켜 그럴듯한 야성미를 덧붙임으로써 되돌릴 수 없는 과거에 대한 미학적 완성을 꿈꾼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빈 방’ 시리즈에서는 누군가 남겨 놓은 흔적이나 낙서, 커튼, 액자, 포스트 등 낡은 살림살이를 재배치하거나 집 밖의 풍경을 집 안으로 들여오는 ‘옵스큐라 방식’을 활용해 그 곳에 살았던 이들의 시간을 되돌리고자 한다.
 

옵스큐라 방식이란 빛을 차단한 캄캄한 공간에 바늘구멍을 뚫고 바깥 밝은 공간의 빛이 구멍을 통해 어두운 방안으로 들어와 상하좌우가 반전돼 맺히는 카메라의 원리를 나타내는 말이다.

실제로 카메라는 ‘방’이라는 의미를 옵스큐라는 ‘어둡다’라는 의미를 가진 라틴어에서 유래됐다.

작가는 사각형의 빈 방에 암막커튼을 키고 한 줄기 빛이 들어올 수 있는 구멍을 뚫는다. 그 작은 구멍으로 들어오는 바깥의 커다란 풍경은 거꾸로 뒤집혀 빈 방의 벽면을 환하게 밝힌다.

그럼으로써 ‘죽은 방’은 ‘살아있는 방’이 되고, 거꾸로 뒤집힌 형상만큼 오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조 작가는 이렇듯 자신이 연출하고 기록하는 사진 작업을 통해 사진에 대한 존재론적 사고를 지속하고 있는데 주제와 상관없이 그의 작품들은 모두 시간과 공간의 현재적 복원을 꿈꾸고 있다.

조현택 작가는 이번 전시에 대해 “빈 방 시리즈의 모든 사진은 철거될 빈 집의 방을 카메라로 만들어 집들의 영정사진을 찍어주는 마음으로 가장 빛이 좋고 찬란한 순간을 기다려 집안과 집밖의 풍경을 함께 찍은 것이다”며 “모든 존재하는 것들은 언젠가 사라지겠지만 눈 앞에서 사라진다고 해서 그 기억이나 추억마저 없어지지 않는 것처럼 사진이 인간의 삶에서 담당하는 영역에 대해 좀더 근본적으로 접근하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오는 28일까지 진행되며 월요일은 휴관이고 금요일은 직장인을 위해 오후 9시까지 문을 연다. 특히 금요일 밤에 전시장을 찾으면 작가와 예술적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며 현장감 넘치는 전시설명도 들을 수 있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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