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산하 기관장 채용 ‘시장 입김’ 작용하나요

오치남 남도일보 편집국장의 우다방 편지

광주시 산하 기관장 채용 ‘시장 입김’ 작용하나요

오치남<남도일보 편집국장>
 

요즘 곤혹스런 전화를 자주 받는다. 개인적인 자리에서도 같은 질문을 받는 경우가 많다. 혹시 광주광역시 산하 공공기관장 채용에 윤장현 시장의 입김이 작용하느냐는 내용이다. 광주시 공공기관장 인사를 왜 나에게 물을까…. 참으로 난감하다.

그렇다고 대답을 해주지 않으면 서운해 할까봐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정확히 모르지만 지금까지 친·인척비리로 홍역을 앓았던 윤 시장이 공공기관장 공모에 간여하겠느냐”는 반문으로 대신한다.

그렇다. 요즘 광주지역에서 제19대 대통령선거 못지 않게 큰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 광주시 공공기관장 공모다.

광주시는 지난 1월 20일 윤 시장의 인적쇄신 방침에 따라 일괄 사표를 제출했던 공공기관장 9명 가운데 2명은 반려하고 7명은 수리했다.

자리에서 물러난 기관장은 조용준 광주도시공사 사장, 정선수 광주도시철도공사 사장, 정석주 광주신용보증재단 이사장, 서영진 광주문화재단 대표이사, 장혜숙 광주여성재단 대표이사, 이춘문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 본부장, 유재신 광주시체육회 상임부회장 등 7명이다. 다음달 4일 임기가 만료되는 김농채 광주평생교육진흥원장의 연임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19일에는 정용식 광주교통문화연수원장이 떠났다.

공기업을 비롯해 공공기관장 9명이 거의 비슷한 시기에 한꺼번에 물러난 것은 광주시청 개청 이래 아마 첫 사례가 아닐까…. 광주시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9개 공공기관의 수장 채용이 늦어질 경우 업무 공백을 초래한데다 무더기로 사표를 수리한 윤 시장에게 책임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 17일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 본부장 원서접수 마감을 시작으로 오는 24일 교통문화연수원장, 28일 도시공사 사장 원서 접수가 마무리된다. 다음달 2일 신용보증재단 이사장, 3일 문화재단 대표이사, 7일 여성재단 대표이사, 8일 평생교육진흥원장·도시철도공사 사장 원서 접수가 마감된다. 체육회 상임부회장은 사무처장 대행 체제로 유지된다.

이들 8곳의 수장은 임원추천위원회의 서류심사와 면접시험 등의 전형을 거쳐 임명된다. 이 가운데 도시공사 사장과 신용보증재단 이사장, 문화재단 대표이사, 여성재단 대표이사, 도시철도공사 사장 등 5명은 광주시의회의 인사청문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최종 임명까지는 2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들 공공기관 임명추천위는 이번 공모와 관련, 지역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문호를 열어 가장 적합한 적임자와 전문가를 뽑겠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 또 전문성과 비전을 가진 젊고 참신한 차세대 리더들이 응모할 수 있도록 한 뒤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거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윤 시장의 개입이 전혀 없을 것이란 점을 우회적으로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분위기가 그리 좋지만은 않다. 이번에 일괄사표를 수리한 일부 기관장들이 임명 당시 측근인사·보은인사·낙하산인사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런 악습이 되풀이되지 않을까 우려섞인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기관장 채용을 앞두고 일괄사표 처리된 수장들이 윤 시장에게 서운함을 표시하고 있는 것도 향후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들은 기관장의 경영능력이나 실적 등을 반영하지 않고 사표를 일괄 처리한 것은 대대적인 물갈이를 빙자한 ‘윤 시장의 포퓰리즘’에 불과하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특히 일부 기관장들은 ‘아름다운 퇴장’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도 마치 자신들이 무슨 잘못을 한 것처럼 사표를 내라고 한 뒤 곧바로 수리한 것은 최소한의 공직사회 예의마저 깡그리 무시한 처사라며 윤 시장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만약 후임들이 자신들보다 자질이 뒤떨어지거나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평가를 받으면 모든 책임은 윤 시장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광주시의 채용 일정에 맞춰 공공기관장 공모가 차질없이 진행돼야 한다. 지금까지 기관장 채용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을 것으로 믿지만 이번엔 윤 시장이 공모에 간여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뒤 모든 것을 임원추천위와 시의회에 맡겨 주위의 우려를 잠재워야 한다. 임원추천위와 시의회도 사심이나 당리당략을 떠나 적임자 전형과 청문에 총력을 쏟아야 한다. 자신들의 명예를 지키면서 광주시민들에게 봉사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새술은 새부대에 담아라고 했던가. 좋은 격언이다. 하지만 새술이 헌술보다 품질이 떨어질 경우 새부대를 썩게 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사실 여부를 떠나 벌써부터 특정 기관장 내정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거듭 진언컨데 윤 시장은 이번 공공기관장 채용에 아예 눈을 감고 임원추천위와 시의회에 일임, ‘시민시장’의 위상을 되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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