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이어 헌재농단까지 벌어지다니

최순실 일당의 국정농단과 뒤이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탄핵,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지켜보면서 ‘법의 이중성’과 ‘정의실현의 효용성’에 대해 심각한 의문이 생긴다. 피고의 방어권을 위해 법적 대리인인 변호사들이 원고 측에 맞서 치열하게 법리다툼을 벌이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법이라는 이름아래 법정에서 수많은 궤변과 억지주장이 횡행하는 것에 국민들은 혼란스럽다.

국민들은 최순실 주변 인물들과 청와대 참모, 정부 고위인사들에 대한 구속과 이후 진행되고 있는 법정다툼을 보면서 “법이라는 것이 저렇게 이중성을 갖고 있는가?”라는 회의를 느끼고 있다. 우리사회의 최고 엘리트라는 변호사들이 억지와 견강부회로 ‘사슴을 말로 만들어가는’(指鹿爲馬)모습을 보면서 ‘법조인으로서의 실력’과 ‘일반인으로서의 상식’은 서로 상극(相剋)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법조계에서 흔히 일컬어지는 ‘전관예우’(前官禮遇)와 ‘유전무죄’(有錢無罪)라는 단어는 법의 애매모호함, 혹은 법적용의 융통성이 그만큼 광범위하고 크다는 말일 것이다. 법관의 재량에 따라 이렇게도, 혹은 저렇게도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은 역으로 생각하면 ‘법이라는 것이 꼭 정의의 편만은 아니다’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법조인의 양심에 따라 법은 약이 될 수도, 혹은 독이 될 수도 있다.

상식적인 선에서 본다면, 그리고 상식에 기초한 국민감정에 비춰보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은 정당하다. 지금까지 드러난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은 참으로 광범위하다. 박대통령의 권력을 이용해 돈을 챙기고, 주변사람을 고위직에 앉히는데 사용했다. 국회대리인들의 표현대로 ‘권력남용에 의한 공범관계’까지는 아니더라도 박대통령은 측근관리를 소홀히 해 나라를 혼란에 빠트린 잘못이 크다.

그런데 누가 봐도 상식적으로 잘못이 많은 박대통령은 법적 대리인들에 의해서는 ‘아무런 잘못이 없고 최순실에게 이용당한 선의의 피해자’로 간주되고 있다. 법이 선악을 판단하는 잣대가 아니라 범법자들의 잘못을 가리고 축소시켜주는 울타리(蘇塗:고대사회에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신성한 장소로 범죄자들이 이곳으로 피하면 잡아갈 수가 없었다)역할을 하고 있다. 이래서는 법의 권위를 유지할 수 없다.

법(法)이라는 한자를 풀어보면 ‘물(水)이 자연스럽게 흘러간다(去)’는 뜻이다. 그런데 요즘 법은 경우에 따라 ‘물이 거꾸로 흐를 수도 있다’는 결과를 내놓는다. 일부 법조인들의 탐욕과 어긋난 양심에서 비롯된 일이다. 지난 22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16차 변론에서 박근혜대통령 측 대리인단이 ‘막장극’을 연출했다. 자신들은 소신이었을지 몰라도 대다수 국민 입장에서 보면 억지고 궤변이다.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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