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 사격 봤다” 5·18당시 증언 쏟아져

전일방송 직원들 집단 인터뷰…“공중사격 목격”

“공개홀 주변 등 탄피 집중”…조준사격 개연성
 

23일 오전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서 5·18진실규명지원단이 5·18 당시 전일방송에서 일했던 시민들을 집단 인터뷰하고 있다. /남성진 기자 nam@namdonews.com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전일빌딩에 대한 헬기 공중사격을 자행했다는 당시 재직자들의 집단 증언이 나왔다.

특히 전일빌딩 7층에서 시민군이 저항했던 것으로 보여 헬기 사격이 단순 위협 사격 수준을 넘어 조준사격 개연성도 존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광역시 5·18진실규명지원단은 23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2시20분까지 80분 동안 5·18 기록관 7층에서 1980년 당시 전일방송에 근무했던 재직자 22명을 대상으로 집단 인터뷰를 실시했다.

이날 집단 인터뷰는 사전 질문지에 따라 5·18 전문가 7명이 개별 면담 방식으로 ▲전일빌딩 구조 ▲주요 피탄지점 ▲헬기 공중사격 여부 ▲탄피 등 흔적 보존 여부 ▲집단발포일인 21일과 27일 항쟁 최후 진압 이후 상황 등을 집중 조사했다.

당시 프로듀서였던 이상옥(68)씨는 “당시 5월27일 새벽 헬기에서 군인들이 뛰어내리는 것을 보았고 도청 쪽으로 날아가는 헬기가 사격하는 것을 봤다”며 “헬기가 파바닥 소리를 내며 빨간 빛을 뿜어냈다”고 밝혔다.

그는 또 “27일 엘리베이터를 타고 방송국에 올라가니 7층 조정실에 칼빈 1정, 대검 1정이 있어서 광주경찰서(현 동부경찰서)에 가져다줬다”고 덧붙였다.

기술부 엔지니어였던 천길홍 씨는 “5월27일 항쟁 진압 후 출근해 보니 7층 기술부 금남로쪽 유리창을 관통한 총탄이 사무서류가 들어 있던 철재 캐비넷을 뚫고 기술 서적 3, 4권에 박혀 있었다”며 “사무실 바닥에도 총알 5, 6개 떨어져 있었다”고 증언했다.

전일방송 기술부 캐비닛의 방송기술 관련 서적에 박힌 총탄은 일반 M16총탄이 아닌 강력한 화기로 추정되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증언도 나왔다.

아나운서였던 최경천(74) 씨는 “10층에 올라가 봤더니 유리창 총구멍과 함께 바닥에는 사선으로 패인 총탄 흔적이 많이 있었다”며 “당시에도 유리창 총구멍과 패인 총탄 흔적을 연결해보니 공중에서 쐈다는 결론이 쉽게 나왔고, M16이 아니고 더 센 총인 것 같았다”고 증언했다.

당시 청원경찰이던 진태연씨는 “총탄자국은 2층 공무국, 7층~10층 유치창에 총자국(유리창에 총구명) 발견했다”며 “주로 1~2층은 아니고 높은 7층~8층에 집중돼 있었다. 동쪽 상무관 방향에도 총탄 흔적 많았다”고 말했다.

이날 재직자들의 집단인터뷰 후 면담조사위원들은 전체 회의를 열고 전일빌딩에 대한 공중사격 및 탄흔은 전체 10층 규모 중 7~10층에서 다수 발견됐으며, 특히 기술부와 주조정실, 공개홀이 있던 7층에 집중된 경향이 있다는 의견을 모았다.

또 전일방송 당시 근무자들이 20일 밤 11시 이후 방송이 중단되면서 21일부터 27일 또는 27일 오전까지 사실상 출근하지 않은 점으로 미뤄 전일빌딩에 대한 공중사격은 27일 새벽일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추론했다.

/임소연 기자 lsy@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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