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와 김정은, 그리고 국민의당

바로와 김정은, 그리고 국민의당

<최혁 남도일보 주필>
 

절대 권력의 속성은 권력을 넘보는 자는 가차 없이 제거한다는 것이다. 역사 속의 수많은 권력자들이 그러했다. 아마도 기록된 것 중 가장 오래된 ‘권력자의 잠재권력 제거’는 성경 출애굽기에 나오는 ‘바로’(파라오:pharaoh)왕의 이스라엘 민족 아이 학살일 것이다. 애굽(埃及)은 지금의 이집트(Egypt)를 말한다. 모세가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고 이집트를 탈출하는 내용을 그린 것이 출애굽기이다.

이스라엘 민족들은 심한 가뭄이 들 때면 곡식이 풍부한 이집트로 넘어가 고비를 넘기곤 했다. 야곱 이후 이스라엘 민족 상당수는 430년 동안 이집트에 머물렀다. 출애굽 당시 이집트 내 이스라엘 사람은 대략 30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성경에는 모세를 따라 이집트에서 나온 20세 이상의 이스라엘 성인 남자수가 60만 명으로 기록돼 있다. 딸린 식구를 3명으로 간주하면 그 정도가 된다.

이집트를 통치하던 바로는 갈수록 늘어나는 이스라엘 민족을 위험한 존재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스라엘 자손들을 강제노역장으로 몰아넣는다. 힘들고 고된 일을 시키면 힘에 부쳐 자식들을 낳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이스라엘 자손들은 계속 늘어났다. 그래서 산파들을 시켜 태어나는 이스라엘 남자아이들은 모두 죽이도록 했다. 그러나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산파들은 아이들을 죽이지 않았다.

그래서 바로는 ‘이스라엘 남아 살해명령’을 내렸다. 남자아기가 태어나면 무조건 나일 강에 던지도록 한 것이다. 갓 태어난 모세 역시 강물에 빠져 죽거나 악어 밥이 될 처지였다. 그러나 갈대상자에 넣어 버려졌던 모세는 공주의 눈에 띠어 이집트의 왕자로 자라난다. 후에 모세는 자신이 이스라엘 백성임을 깨닫고 민족에게 돌아가 우여곡절 끝에 지도자가 된다. 모세는 결국 바로에 맞서 싸우며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고 애굽을 탈출하는데 성공한다.

바로가 두려워했던 것은 나라와 권력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학살을 주저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의 생명은 조금도 귀하게 여기지 않았다. 아이가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부모들의 찢겨지는 가슴과 피눈물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바로와 같은 인물들은 그 뒤로도 수없이 많았다. 역사속의 수많은 권력은 사람을 냉혈한으로 만들었다. 권력욕은 멀쩡한 사람을 형제와 친척들을 처형장으로 내몬 ‘괴물’로 변하게 했다.

최근에는 김정은이 그러했다. 북한의 김정은은 이복형 ‘김정남을 자신의 자리에 대신 앉을 수 있는 위험한 존재’로 여겼다. 그래서 공작원들을 시켜 쿠알라룸푸르공항에서 김정남을 독살했다. 그에게는 독살사실이 드러날 경우 발생할 외교 분쟁이나 국제사회의 비난에 대한 염려는 없었다. 잠재적 위험인물인 김정남을 죽이는 것만이 최대 관심사였다. 형제애라는 것은 아예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포악한 권력자 김정은은 차츰 고립돼 가고 있다.

지금 국내정치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대권가도에 방해가 되는 상대를 참살하려는 일들이 시도 때도 없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새누리당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의원들은 ‘철천지원수’가 돼 으르렁거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친문세력들은 누구라도 ‘문재인의 대권가도’에 방해가 되면 벌떼처럼 칼을 빼들고 처단하려 든다. 대권을 쥐기도 전에 절대 권력의 추악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국민의당은 ‘당 권력에 위험이 되는 인물’을 ‘싹부터 잘라버리는’ 행태를 보였다. 장성민 전 의원의 입당을 거부한 것이다. 국민의당은 그가 TV조선 시사프로그램 ‘장성민의 시사탱크’를 진행하던 2013년 5월 15일자 방송의 ‘5·18 발언’을 문제 삼았다. 그러나 그의 ‘5·18 발언’은 전체적인 정치성향을 감안해보면 그렇게 정색하고 정죄할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의 입당은 당의 외연을 확장시키고 흥행성을 가미하기에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었다.

장성민을 야멸차게 내친 이유야 ‘5·18 발언’이지만 실제로는 당 권력을 흔들 가능성이 높은 장성민의 입당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은 지지율이 답보상태인데도 안철수 의원을 대선후보로 옹립하려는 태도를 버리지 않고 있다. ‘안철수 후보 대세론’에 도전하려는 ‘굴러온 돌’이 못내 싫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그래서는 ‘만년 야당’을 벗어나지 못한다. 권력욕이 모든 것을 비정상으로 만들고 있다. 권력욕은 사람을 돌게 하는 것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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