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림동의 진짜 핫플을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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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 광주광역시 여성청소년가족정책관>
 

조잘조잘대던 딸아이의 목소리가 금세 멀어졌다. 역시나 작은 손엔 핸드폰이 들려있고 눈은 액정화면 속으로 고정이다. “대체 뭐가 그리 재밌니?”라며 가까이 다가가니 요새 광주에서 여기가 잘 나가는 핫플이라며 핸드폰을 들이민다.

SNS를 통해 동림동에 이어 양림동이 그들에게 인기인 모양이다. 선교사 사택과 사직도서관, 그리고 펭귄마을을 중심으로 청춘들이 좋아할 법한 세련된 커피숍과 레스토랑, 제과점 등이 속속 오픈하여 그 일대가 광주의 핫플이라고 한다.

핫플이 무슨 말인가 생경스러운 분들도 많을 것이다.(물론 나도 그 중 한사람이었다는 것은 굳이 숨기지 않아도 다들 아실 것이다.) 영어로 핫플레이스(Hot place)를 줄여쓴 말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인기 있는 곳이라는 의미 정도로 해석하면 될 듯싶다. 흔히들 ‘핫플’ 이라고 하는 곳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그 곳만의 차별성으로 다른 누군가가 아직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아이템으로 무장했거나 혹은 존재 자체가 흥미를 유발하는 것이다. 이는 외관이 될 수도 있고 판매하는 상품이 될 수도 있다. 거기에 그럴싸한 이야기까지 첨가된다면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핫플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아이는 알고 있을까? 양림동엔 수많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진짜 핫플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2015년 사직도서관 옆 작은 건물이 광주의 어머니, 소심당 조아라 선생을 기억하며 문을 열었다. 여길 아냐고, 가보았냐고 물어봐도 묵묵부답인걸 보니 모르는 게 분명하고, 관심도 없어 보인다. 재밌는 옛이야기 하나 해줘야겠다.

조아라 선생은 1931년 수피아여학교를 졸업하고 이일학교 교사로 근무하던 중, 광주학생운동에 참여했던 백인청년단사건 주동자로 연루되어 옥고를 치르고 교직에서도 강제 해직되었다. 따져보니 대학생인 우리 딸아이만 하던 때였다. 그뿐인가.

신사참배와 창씨개명을 거부해 옥고를 치뤘으며. 광복 후에는 조선건국준비위원회 광주부인회를 출범시키는 한편, 독립촉성부인회 광주전남 총무를 맡아 활동하였다. 또한 전쟁 고아들을 위한 성빈여사(聖貧女舍)를 세우고, 청소년 야학인 별빛학원과 소외받는 여성들을 위한 계명여사를 열기도 하였다. 80년 광주민주화운동 때는 수습대책위원으로 활동하다 계엄군에 끌려가 옥고를 치루는 등 평생을 소외되고 약한 자의 곁에 서서 그들의 곁을 지켜주었다.

이렇듯 광주 여성운동과 사회운동의 큰 기둥이었던 그녀를 기억하기 위해 2003년 7월 소천할 때까지 생의 마지막을 보낸 이 곳에 기념관이 자리 잡았다는 사실, 이를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래서 광주시와 광주YWCA는 양림동을 방문하는 모든 분들이 소심당 선생을 생각하며 기념관에 한번 쯤 들러주었으면, 그래서 이 곳이 북적거리는 사람들로 핫플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의기투합하여 올해 그녀의 삶을, 이야기를 건물 밖으로 불러낼 계획이다.

먼저, 연극의 막을 열어 보고자 한다. 그녀가 평생을 두고 실천하였고 노력하였던 삶의 가치와 일생을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한편의 연극으로 재연해 볼 참이다.

그 다음엔 선생을 주인공으로 다양한 행사를 구성하여 크게 한 판 벌일 예정이다. 체험 마당도 준비하고 포토존도 만들고 흥미진진하게 말이다. 그래서 정지되어 있는 건축물에 따뜻한 이야기를 불어넣어 보려고 한다.

이제 시작이다.

이러한 노력들이 쌓이고 그녀를 기억하고 반추하는 시간들이 차곡히 쌓여 그곳에 가면 꼭 들러야 할 핫플레이스가 되길 조심스레 기대해본다.

이런 저런 계획들로 앞으로가 궁금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는 봄날이다. 주말엔 딸아이와 양림동 데이트를 해야겠다. 아차, 그리고 걸어서 금남로도 가봐야지. 세계여성의 날 행사가 우리 모녀를 기다리고 있을테니 말이다. 소심당의 평생에 걸친 노력과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며 모여든 1908년 미국땅 그녀들의 목소리가 백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현재 진행형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을까. 다음엔 이 이야기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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