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역화폐 도입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역화폐 도입
- 광주·전남 경제공동체 실현의 첫걸음
<신현구 광주경제고용진흥원장>
 

지역의 중소상공인들을 만나면 IMF 때보다 더 어렵다고 하소연이다. 이렇듯 지역 상공인들의 체감경기가 그 어느 때보다도 좋지 않은 것은 소비감소와 저성장기조의 구조적인 경기불황이 가장 큰 요인이지만 수도권의 확대와 교통·통신의 발달로 인한 자금의 유출도 무시 못할 요인이다. 2015년 기준으로 보면 광주·전남의 지역내총생산은 98조원, 지역내총소득은 91조7천억원이었다. 지역내총생산과 지역내총소득의 차이인 6조3천억원이 외부로 유출되고 있고 그 중 대부분이 수도권으로 유출되고 있다고 본다. KTX와 SRT의 개통으로 그 속도와 양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흔히 지역경제 구조를 ‘구멍 난 항아리’에 많이 비유한다. 여기저기 구멍이 뚫린 항아리에 물을 채울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계속해서 물을 부어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구멍을 메워버리는 것이다. 전자의 대표적인 방법이 모자라는 자금을 해소하기 위해 계속해서 신용(빚)을 늘려가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매우 비생산적인 접근방법일 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결국 물이 새나가지 않도록 효과적으로 구멍을 메우는 방법, 즉 지역 외부로 자원이 유출되지 않고 지역 안에서 순환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며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지역화폐다.

지방재정의 상당 부분을 중앙정부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지방정부가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지역경제활성화 정책을 펼치려면 지역 밖이 아닌 지역 안에 존재하는 자원들을 발굴·교환하는 내생적 지역발전 모델을 구축할 필요가 있으며, 지역화폐는 이 과정을 매개하는 좋은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정책 검토가 필요하다.

지역화폐는 지역 내 자원들의 상호교환을 촉진함으로써 지역이 생산한 부가가치가 지역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일종의 자물쇠 역할을 하며 이를 통해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역화폐의 효과를 좀 더 구체적으로 언급한다면, 법정통화가 매개하지 않는 지역 내 유휴자원(재화/서비스)의 활용, 현금 유동성 증가에 따른 신규 수요 창출,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통한 실업률 감소, 지역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지역 기업들의 소득 증대, 지역 공동체 구성원 간 교류 확대를 통한 연대감 증진, 외부 경기 변동에 의한 지역경제 영향력 축소 및 자립경제 기반 구축 등을 들 수 있다.

현재 강원도와 전국 40여개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 지역상품권을 발행·운영하고 있다. 강원도는 5만원, 1만원, 5천원권 ‘강원상품권’을 올해 1월 1일부터 발행하고 있는데 광역자치단체로는 처음이다. 기초지방자치단체로 대표적인 곳은 경기도 성남시를 들 수 있다. 성남시는 2006년 12월 11일부터 5천원권과 1만원권 ‘성남사랑상품권’ 2종을 발행·운영하고 있다. 판매대행점은 28개소가 있고 가맹점은 7천개가 넘는다. 평상시에는 상품권 구매금액의 6%를 할인판매하고 명절기간 1개월 동안은 구매금액의 10%를 할인판매하고 있다. 2015년 판매금액은 130억원인데 2016년부터는 청년배당과 산후조리지원금, 성남시 생활임금 등 총 90억원을 성남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함으로써 연간 판매액이 200억원이 넘고 누적금액이 1천억원에 이른다. 강원도 양구군은 2007년부터 시행해오고 있는데 판매대행점 11개소에 가맹점은 900여개가 된다. 구매시 포인트를 적립하여 주는데 매월 50만원 이내에서는 2%, 초과시에는 1%를 적립해준다. 2015년에는 7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누적금액은 510억원이다. 경북 칠곡군은 2011년부터 시행해오고 있는데 판매대행점 34개소에 가맹점은 2천700여개이다. 구매시 포인트를 적립하여주는데 매월 50만원 이내에서는 1.5%, 초과시에는 1%를 적립해준다. 2015년에는 81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누적금액은 483억원이다. 가깝게 있는 전남 강진군에서도 2012년 12월부터 강진사랑상품권을 발행하여 3년만에 100억원 매출을 올렸고 지역경제의 효자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다.

‘남의 떡이 크게 보인다’와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요즘 우리 지역경제를 보면서 이 말이 왜 그리 와닿는지 모르겠다. 외국이나 수도권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서는 높은 평가를 하면서 지역의 것에 대해서는 관심도 부족하고 평가절하를 하는 경우가 많다. 솔직히 우리 지역기업들의 상품이 디자인과 포장, 인지도 등에서 부족하긴 하지만 상품의 질에 있어서는 부족한 점이 별로 없다. 우리가 살고 있고 우리 후손들이 살 이 지역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는 기업과 상품에 대해 우리가 먼저 사랑해주지 않는다면 누가 제대로 평가해줄 것이며, 과연 이 지역의 미래가 있을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그리고 광주·전남은 원래 하나이고 하나여야 한다. 민선 6기 들어와서 그 어느 때보다도 상생에 대한 논의와 실적이 괄목할 만하다는 것에 동의한다. 그러나 대내외적으로 어렵고 불확실한 환경하에서는 각자도생보다는 적극적으로 하나되어 나아가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광주와 전남이 통합을 하는 것이 좋겠지만 우선 경제적으로 통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 첫걸음이 광주와 전남이 지역화폐를 통합 발행·운영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