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탄핵 심판 결과 승복(承服)해야

오치남 남도일보 편집국장의 우다방 편지

朴대통령 탄핵 심판 결과 승복(承服)해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19차례의 탄핵 촉구 촛불집회, 15차례의 탄핵 반대 태극기 집회, 90일간의 특검 수사, 81일간의 탄핵 심판 변론, 국민들의 들끓는 분노, 갈라진 민심, 그리고 운명의 날….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시계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을 가를 선고가

이르면 이번 주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9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3개월동안 숨가쁘게 달려온 탄핵 시계가 어떤 방향으로 멈춰설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만일 헌재가 탄핵을 인용할 경우 박 대통령은 대통령직에서 파면돼 자연인 신분으로 돌아가야 한다. 탄핵 기각이나 각하 결정을 내리면 박 대통령은 곧바로 직무정지 상태에서 벗어나 국정에 복귀한다.

더 큰 문제는 탄핵 심판 이후다. 탄핵 인용이냐, 기각 또는 각하냐를 떠나 ‘촛불 집회’와 ‘태극기 집회’로 두동강난 민심이 하나로 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촛불 민심’은 탄핵이 기각되면 횃불을 더 높이 치켜들 기세다. ‘태극기 민심’은 탄핵이 인용되면 방망이를 들 형국이다. 혁명이니, 민란이니 하는 섬뜩한 말까지 나오는 마당에 탄핵 심판 결과를 승복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지 못하면 대한민국은 3개월동안 겪은 혼돈보다 더 큰 혼돈속으로 빠질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성난 민심을 달래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직 국민 스스로 응어리진 ‘마음의 빗장’을 풀고 ‘승복(承服)의 아량’을 보여주는 길이 유일한 해법이 아닐까….

하지만 해법 찾기가 그리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 80% 가량은 대통령 탄핵 인용으로 파면해야 한다고 응답하고 있다. 탄핵 사유에 대한 법리적 판단 못지 않게 국정농단에 따른 국민적 감정이 어느 정도 개입한 결과로도 해석되고 있다. 반면 박 대통령 변호인단은 지난 2일 국회의 탄핵소추를 각하해달라는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했다. 절차상 하자로 탄핵 요건을 갖추지 못해 내용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자는 것이다. 아예 인용이나 기각 여부를 따질 문제가 아니라 탄핵소추 자체가 무효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헌재는 헌법 절차와 헌재 재판관의 양심에 따라 박 대통령 탄핵심판을 선고할 것으로 보인다. 헌법 수호기관이자 국민의 기본권을 구제하는 최후의 보루 역할에 충실할 것으로 믿고 있다. 헌재 선고는 단심(單審)이어서 재심(再審) 사유도 없고 불복 수단도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 모두가 이번 박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결과를 수용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정세균 국회의장은 3·1절을 앞두고 지난달 28일 발표한 대국민담화문에서 “탄핵 여부는 헌재의 판결에 맡기고 어떤 결과가 나오건 깨끗이 승복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국민 통합에 일차적 책임을 지고 있는 정치권과 정부가 갈등과 분열의 또 다른 진앙이 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야 정치권이나 제19대 대통령선거 주자들도 대체적으로 탄핵심판 선고 결과에 대해 승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기자협회도 “대통령 대리인단 변론은 침대축구 같았다”란 제목의 3월 1일字 기자협회보 1면 머릿기사에서 “탄핵 심판 변론 취재 기자들이 조심스레 기각보다는 인용 가능성을 높게 봤다”고 밝히면서 “기자들은 한목소리로 헌재 결정을 승복해야 한다”고 전했다.

대통령직 파면이냐 유지냐는 전적으로 재판관들의 판단에 달려 있다. 이제 우리는 탄핵 심판 결과를 겸허하게 수용하면서 분열된 국론을 다시 모으고 더 성숙된 민주주의를 완성해야 한다.

헌재 심판 결과를 수용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걷잡을 수 없는 국론 분열과 대혼돈 속으로 치닫기 때문이다.

정치권이나 대선 주자들도 탄핵 심판 결과에 편승한 ‘광장 정치’를 통해 갈등을 부추기지 말고 갈등을 완화시키고 화합의 정치를 펴는 데 총력을 쏟아야 한다. 특히 갈등을 조장하는 언행을 일삼는 대선 주자는 ‘국민의 힘’으로 퇴출시킬 것을 제안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승복문화’에 대해 인색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자신이 옳다고 판단하면 남의 의견을 깡그리 무시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국민적 분노는 ‘대한민국의 힘’을 세계에 보여주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그리고 청소년들에게 역사의 산 교육장을 만들어줬다는 점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서로 갈라선 ‘촛불 민심’과 ‘태극기 민심’을 떠나 헌재의 탄핵 심판 결과를 받아들이는 ‘승복 민심’을 보여주는 것도 기성세대의 책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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