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년 맞은 이충무공과 고하도

정유년 맞은 이충무공과 고하도

<박홍률 전남 목포시장>
 

“목포의 바다는 지중해보다 아름답다.”

세계 파워보트 레이스를 이끄는 스페인의 호세 루이스 델 팔라시오, 1970년대 주한 일본대사였던 우시로쿠 도라오 등 외국인들의 감상이다. 야로슬라브 올샤 주한 체코 전 대사도 2014년 3월 국내 언론과 인터뷰에서 “목포와 통영이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유럽 내륙국인 체코와 달리 오밀조밀한 해안이 정말 아름답다”고 찬사를 보냈다. 외국인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목포 바다는 수평선이 펼쳐진 망망대해가 아니라 섬들이 피붙이처럼 옹기종기 모여있는 다도해다.

섬의 든든한 맏형은 고하도라 할 수 있다. 목포 해안과 나란히 늘어선 모양으로 육지를 거센 파도로부터 자연스럽게 보호해온 섬이다. 경치도 빼어나 과거 목포 8경 중 용두귀범(龍頭歸帆, 돛단배가 고하도 용머리 앞을 돌아오는 풍경)과 고도설송(高島雪松, 겨울철 고하도의 눈 덮인 소나무 풍경) 등 2개가 고하도에서 유래했다. 목포가 면화 수출항으로 발전해 전국 3대항으로 명성을 떨쳤던 원동력도 국내 최초로 육지면 시험 재배에 성공했던 고하도에서 비롯됐다.

고하도는 올해 정유년(丁酉年)과 유서가 깊다. 60년마다 찾아오는 정유년은 우리 역사에서 의미있는 해이자 우리나라의 대표적 위인이 위풍당당하게 우뚝 서있는 해이기도 하다. 60갑자를 7번 되돌려 4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정유년인 1597년으로 당시 조선은 정유재란을 겪었다. 서남해를 무대로 하는 정유재란사(史)의 한장은 고하도에서도 펼쳐진다. 이순신 장군은 울돌목에서 명량대첩을 거둔 이후 1597년 10월 29일부터 1598년 2월 16일까지 106일 동안 고하도에 주둔해 병선 건조, 군량 조달, 무기 제조 등 군사를 재정비하고, 완도 고금도로 이동했다. 이는 ‘조선왕조실록’과 ‘난중일기’에 기록돼 있으며, 소설의 소재로도 활용돼 김훈은 ‘칼의 노래’에서 당시를 묘사했다.

현재 고하도에는 이순신 장군의 5세손인 이봉상과 통제사 오중주가 1722년 건립한 이충무공기념비(전라남도 유형문화재 39호), 비를 보호하기 위해 광복후 시민 모금으로 지은 모충각, 초입의 홍살문 등 이충무공유적(전라남도 지방기념물 제10호)이 있어 명장(名將)의 넋을 기릴 수 있다. 또 고하도 진성과 선소 유적 등 국난 극복의 흔적을 통해 치열했던 당시를 상상해볼 수 있다. 세종 21년인 1439년 설치된 목포진과 함께 목포가 오랜 역사를 가졌으며, 서남해안을 드나들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지리적 요충지임을 보여주는 곳인 셈이다.

목포시는 매년 4월 28일 고하도에서 이순신 장군 탄신제를 봉행해왔다. 올해는 탄신제를 필두로 5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콘텐츠를 활용해 다채로운 문화행사를 개최한다. 목포가 역사 도시임을 알리는 ‘2017 목포 이순신 수군 문화제’는 오는 4월 28~29일 고하도 및 유달산 노적봉 일원에서 열린다. 이충무공 후예라 할 해군제3함대 등이 펼칠 개선장군 수군 퍼레이드, 시민들이 재현할 강강술래 등은 목포시민의 자긍심을 고양하고,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뜻깊은 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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