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뒤 재산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서구, 장수노트 사업 ‘재추진’주목

홀로노인 대상 생전에 장례 계획 지원

장수노트 표지 모습. /광주 서구 제공


“지금까지 국가에서 보살펴줘 감사하며 제가 죽은 뒤 아파트 보증금과 은행 통장에 남은 잔액을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드리고 싶습니다.”

현재 고인이 된 최모(78)할아버지가 ‘장수 노트’에 남긴 말이다. 가족 없이 홀로 서구 금호동에 살았던 최 할아버지는 생을 마감하는 날을 준비하며 ‘장수노트’에 글을 남겼다. 최 할아버지가 장수노트에 남긴 글처럼 남은 그의 재산은 금호동주민센터에 기부됐고 장례는 공영장례를 치뤘다.

최 할아버지처럼 홀로 죽음을 맞을 수 있는 노인들이 생전에 장례 계획을 직접 세우도록 한 임종 기록부 ‘장수노트’ 사업이 중단된 지 1년 만에 다시 추진된다.

20일 광주 서구에 따르면 서구노인종합복지관이 추진하는 장수노트 사업은 지난 2013년 시작으로 매년 600~800여명의 홀로 노인이 참여해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지난해 잠시 중단됐다. 홀로 노인들이 평소 앓고 있던 질환 등 노트 내용 보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장수노트’에는 노인들에 필요한 정보와 건강 및 안전사고 주의요령, 폭염·혹한 대비 요령, 보이스 피싱 피하는 법 등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담고있다.

마지막 부분에는 ‘이름다운 마무리를 위하여’ 라는 공간이 마련돼 자신이 죽으면 꼭 연락해야 할 사람, 수의와 영정 위치, 장례 방식, 장례에 초대할 사람, 유품 처리 방식 등을 적을 수 있도록 했다.

서구는 장수노트 내용을 참고해 노인들이 돌아가시면 공영장례를 지원했다. 이를 위해 서구는 지역 내 병원이나 장례식장 등과 협약을 맺기도 했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11명의 노인들이 장수노트에 적은 바람대로 장례를 치렀다. 1인당 150여만원의 예산이 지원됐다.

현재 고인이 된 최씨는 장수노트를 통해 꼭 연락할 사람과 와주었으면 하는 사람은 없다고 기록하며 화장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장수노트에는 누군가에게 받거나 갚아야 할 돈을 적거나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을 적을 수도 있다.

고인이 된 최 할아버지와 달리 다른 최모 할머니는 “마지막 가는 길은 전 남편이 참석해 장례를 치르게 해달라”며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와 통장에 들어 있는 돈 등은 전남편에게 위임, 남편이 사망시에는 딸에게 모든 것을 위임한다”고 전했다.

서구는 올해 상반기 지역 내 가족이 전혀 없고 우울증이나 사고 등이 우려되는 홀로 노인들 90여명을 대상으로 생활관리사를 파견해 장수노트를 나눠줄 예정이다.

서구 관계자는 “예비 조사를 마친 뒤 올 상반기께 본격적으로 홀로 노인들을 찾아가 1대1로 살피면서 장수노트를 작성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소연 기자 lsy@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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