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폐의 합의’가 아닌 진정한 청산을 기대하며…

‘은폐의 합의’가 아닌 진정한 청산을 기대하며…

<박상신 칼럼니스트>
 

“청산한다는 것은 책임지는 것입니다. 단죄 없는 용서와 책임 없는 사죄는 ‘은폐의 합의’입니다. 책임짐으로써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청산입니다.”

어느 노 교수가 쓴 글이며 적폐청산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내용이다.

얼마 전 끝난 박영수 특검은 “경제도 중하다. 하지만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이 더 중하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는 ‘은폐의 합의’가 아니라 ‘진정한 청산과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다’는 의미로 불법과 부조리가 판치는 이 시대, 시민들의 가슴속 작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그래서인지 진정한 청산이란 발전적 미래로 나가기 위한 희망의 주춧돌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지난날 자행된 ‘은폐의 합의’가 오늘날 얼마나 큰 재앙을 불러왔는지를 방증하는 증표다.

며칠 전 시민들은 방송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의 검찰 조사 장면을 지켜봤다. 그녀는 “국민께 송구스럽고 검찰 조사에 충실히 임하겠다”는 간단한 소회를 밝혔을 뿐 반성하는 태도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이 모습을 바라본 대다수 시민들은 실망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국민이 위임한 국가권력을 개인의 사익을 위해 휘두르고도 모자라 수사 선상에서 드러난 진실을 온갖 탈법을 동원, 은폐하려 했다. 반성은커녕 “엮였다”란 표현을 써가며 자신을 옹호하는 정치세력의 뒤에 숨어 정치적 희생양이라 스스로를 치부해 버렸다. 실로 어처구니없는 목불인견(目不忍見)의 작태라 아니할 수 없다. 이미 국가를 보위하는 원수로서의 권위와 도덕성은 길바닥에 나뒹구는 휴짓조각처럼 너덜너덜해진 지 오래다. 대통령이란 어떤 자리인가. 미래를 내다보며 깊은 성찰과 인내, 그리고 민족의 독립과 번영을 위해 헌신한 순국선열의 뜻을 받들어 올곧이 5천만의 생존을 담보하는 위치다. 하지만 그녀는 망각했다. 그래서 국민은 허탈하다.

지금 나라가 처한 현실은 어떤가. 한마디로 풍전등화의 위급한 상황이다. 국정농단이란 경악할 일들이 벌어지는 동안 한반도는 열강들의 무기 각축장으로 변모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를 비롯하여 무시무시한 전쟁 무기들이 한반도 전역을 뒤덮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결을 같이해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은 도를 넘어 경제보복이란 부메랑으로 되돌아오는 형국이다. 실로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엄중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위기 상황 속, 그래도 가장 중한 과제는 초석을 다지는‘진정한 청산’이다. 그렇지 않으면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의 적폐들을 철저히 단죄해야 한다. 책임자 처벌은 물론, 국민적인 논의와 합의를 통해 새로운 규범을 만들고 용서할 것은 용서하자. 이는 새 정부의 역사적 소명이다. 아울러 청산할 대상은 차고 넘친다. 예를 들면 역사를 거꾸로 거슬러 하나씩 생각하면 쉽다. 세월호 진실, 이명박 정부의 실정(4대강, 자원외교, 방산비리), 광주민주화 항쟁 시 발포, 친일부역자의 청산 및 무수한 인권탄압의 실체가 존재할 것이다. 이젠 사실을 밝혀야 한다.

독일을 보라. 나치의 부끄러운 역사를 만천하에 공개, 스스로를 반성하고 책임자는 끝까지 추적, 법의 심판대에 세웠다. 더 나아가 진정한 용서를 구했다. 지금도 그들의 참회(懺悔)는 진행 중이다. 그들은 지금 어떠한가. 유럽을 호령하는 민주국가로 자리매김했고 아울러 EU 연합을 이끄는 대표국으로 거듭났다.

우리가 걸어가려는 적폐청산(積弊淸算)은 좌·우익의 대립이 아니다.

오로지 옳고 그름의 문제이며, 불의에 타협하지 않고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이는 외세 열강들 틈바구니에서 신음하는 민족의 운명을 판가름하는 중차대한 대업(大業)이란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민주당 한 후보의 대연정 제안도 이런 취지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지만 단죄 없는 용서와 책임 없는 사죄, 권력 나눠먹기식 대연정이라면 진정한 청산과는 거리가 먼 ‘은폐의 합의’라고 볼 수밖에 없다. 부디 그러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아울러 대선 주자들이면 누구나 알아듣기 쉽게 적폐청산의 비전과 정책을 제시해주기 바란다.

왜냐하면 역사는 ‘은폐의 합의’를 기억하고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한다는 사실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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