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인양, 진실도 함께 들어올리는 것일까?

세월호 인양, 진실도 함께 들어올리는 것일까?
<문정현 법무법인 바른길 대표 변호사>
 

3년만에 모습을 드러낸 세월호를 바라보면서 우리는 가슴에 묻어두었던 그날의 슬픔과 아픔을 또 다시 끄집어내고 있다. 잊지 않겠다던, 늘 함께 하겠다던 약속도…. 그동안 인양되지 못했던 세월호가 무슨 사연으로 이제야 인양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지만, 그나마 다행이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런데 곳곳이 녹슬고 찌그러진 참담한 세월호에 오열하는 미수습자 가족들을 지켜보면서 분노와 미안함이 치밀어오르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팽목항을 찾아 그들과 아픔을 나누고 싶었던 미안한 기억들이, 진도 체육관 한쪽에 앉아 자원봉사를 하면서 자신부터 위로를 받고 싶었던 부끄러운 몸부림이, 아이들과 함께 분향소를 찾아 헌화하던 낯선 슬픔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3년이라는 세월이 흘러버렸다. ‘잊지 않겠습니다… 늘 함께 하겠습니다’는 약속도 어느 사이 희미해져 가고 있으니 사람이란 게 참 몹쓸 동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저 그날의 희생자와 그 유족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고, 아무것도 하지 못한 우리 자신에게 분노가 치밀뿐이다.

세월호 인양을 바라보면서 우리 모두는 그동안 갈망해온 진실이 민낯으로 드러나기를 바라고 있다. 세월호 침몰의 원인은 구체적으로 무엇이었는지? 그 당시 구조하지 못한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대통령과 국가기관은 무엇을 하였는지? 대한민국의 안전관리와 위기관리 시스템은 어떠했고, 그 이후 어떻게 개선되었는지? 3년이 지난 지금에야 인양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특히 아직 수습되지 못한 아홉 분이 가족의 가슴속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인지? 세월호 선체의 인양이 단순히 선체의 인양에 그쳐서는 안되는 이유이다. 세월호 침몰과 수많은 희생자의 넋이 이대로 물밑에 가라앉아 있을 수 없는 이유인 것이다.

이제 세월호를 둘러싼 의혹과 논쟁이 더 이상 지속되어서는 안된다. 세월호의 인양과 함께 묻혀있던 진실을 들어올려 모든 의혹과 논쟁을 종식시켜야 한다. 그런데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연장이 거부되고, 세월호 유가족과 미수습자 가족들의 의견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 같아 걱정이다. 어떤 이는 지겹다며 세월호에 대한 논의 자체를 애써 부정하기도 하나, 이는 매우 잘못된 생각이다. 다시는 이 땅에 참담한 불행이 반복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에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실규명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요즘 우리 사회는 충격적인 사건들로 가득 차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유난스러울 정도이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대한 특검수사, 촛불집회와 태극기 집회의 극명한 대립과 갈등, 현직 대통령에 대한 최초의 파면 결정, 탄핵 이후 전직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에 이르기까지 숨가쁠 정도이다. 도대체 어쩌다가 이토록 깊은 수렁에 빠져 혼란만을 가중시키고 있는지 답답하다.

그럼에도 우리에게는 아직 희망이 있다. 세계가 감동하는 촛불집회를 통하여 우리 국민의 민주시민의식이 분명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누가 뭐래도 무엇이 옳고 무엇이 최선인지,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이 정의를 구현하는 길인지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능력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은 꿈 같은 희망이다. 그래서 세월호 참사는 우리에게 주었던 아픔과 슬픔만큼이나 커다란 교훈을 남겨주었고, 우리를 성숙하게 만들었다. 세월호 유족과 미수습자 가족들의 슬픔이 우리의 슬픔으로 전이되었듯이 우리의 꿈과 희망이 그들에게도 따뜻하게 전이되기를 바랄 뿐이다.

봄이 왔는데도 아직 쌀쌀하다. 따뜻한 봄, 진정한 봄이 세월호 유가족과 미수습 가족들에게도 오리라고 믿는다. 우리 모두의 마음을 담아 그 따스함을 선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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