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바람이 태풍이 되려면…

안철수 바람이 태풍이 되려면…

<최혁 남도일보 주필>
 

3년 만에 바다위로 모습을 드러낸 세월호 때문에 나라가 침통하다. 그러나 세상은 야속한 것. 눈물을 훔치던 사람들도 한편으로는 정치 이야기에 쫑긋 귀를 세운다. 정치는 마약인 듯싶다. 혐오스러우면서도 오감(五感)을 끌어들인다. 누가 ‘우리의 대장’이 되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이 달라져서일까? 그러나 과거의 경험으로 보면 딱히 그렇지만은 않다. 그게 그거고, 저게 저거다. 천지개벽은 없었다. 달라진 것은 없었고 오히려 심사만 더 꼬였다.

특히 이번 대통령 선거가 그렇다. 저만치 앞서가고 있는 한 사람을 여러 명이 뒤쫓고 있었는데 이미 판세는 많이 기울었었다. 이야기 거리가 있어야 먹고 사는 언론은 억지춘향 격으로 뭐라 뭐라 추임새를 넣어가며 흥미를 불어넣었지만 대선 판은 과거와는 달리 시들했다. 문재인의 등극은 시간문제일 뿐이었다. 안희정 충남지사와 안철수 의원이 수시로 판을 흔들어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최선(最善)이 아닌 차선(次善)이 대통령이 될 판이었다.

그런데 대역전극이 시작될 기미가 나타났다. ‘호남 발 안철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 25일과 26일 각각 열린 광주·전남·제주, 전북 경선에서 압승을 거뒀다. ‘문재인에 대한 호남의 반발’ 이 표출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제 어떻게 될까? 사람들은 자못 궁금해 하는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특히 호남사람들은 더하다. 이심전심. 서로가 마음이 통한 것을 안 호남사람들은 이제 또 똘똘 뭉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7일 실시된 호남경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60.2% 득표율로 압승한 사실을 들며 호남민심은 자신들에게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경우가 좀 다르다. 국민의 당 경선 장에 나타난 사람들은 ‘숨어있던’ 사람들이고 더민주당 경선 장을 찾은 이들은 ‘예견됐던’ 사람들이다. 숨어있던 사람들은 도도한 물결을 이룰 정도로 가득하나, 예견됐던 사람들은 잔물결만 찰랑댈 수준에 불과하다.

이제는 안철수에게 달렸다. 일기 시작한 풍파를 정작 잔물결에 그치게 할 것인지, 아니면 질풍노도로 바꾸게 할 것인지는 그에게 달렸다. 국민의당 경선이 흥행에 성공한 것은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다 와서 투표할 수 있는 ‘100% 완전국민경선제’를 실시했기 때문이다. 사즉생(死卽生). 모든 것을 다 내려놓으니 살길이 생긴 것이다. 이렇듯 다 내려놓아야 한다. 안철수의 문제로 지적되는 ‘의사결정의 불투명성’과 ‘측근들의 벽’을 스스로 깨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안철수는 문재인과의 차별화에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 그의 아집은 모처럼 불기 시작한 열풍(熱風)을 미풍(微風)으로 바꿔버릴 것이다. 국민들에게 천지개벽의 희망을 안겨주려면, 그래서 호남 발 열풍을 대선 판을 뒤집는 태풍으로 만들려면, 그의 환골탈태가 필요하다. 샌님 같은 목소리를 투사형으로 카랑하게 하고, “1:1 구도가 되면 승리가 가능하다‘는 선언적이고 무책임한 말로는 태풍을 만들지 못한다.

우선 당장은 국민의당 내부 사람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변화가 필요하다. 남편 사람됨은 아내가 가장 잘 알듯이, 안철수의 한계와 문제는 국민의 당 사람들이 가장 잘 알고 있다. 국민의당 사람들부터 깜짝 놀랄 대변신이 필요하다. 그것은 앞서 지적한 대로 지금까지의 그의 모든 행동 스타일과 의사결정 방식을 모두 바꾸는 것이다. 공개적이어야 하고, 투명해야 한다. 안철수뿐만 아니라 그의 측근들도 내려놓아야 한다. 그래야 모두 산다.

‘뜬 구름 잡는 이야기’도 그만 둬야 한다. 지키지도 못할 공약을 수 백 개 늘어놓는 것보다 솔직담백한 단 한가지의 공약이 더 낫다. ‘공중부양 능력자 허경영’이 ‘돈키호테’ 취급을 당했지만 많은 이들이 그를 그리워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가 15대(1997년), 17대(2007년)대선에 출마하면서 내놓은 공약 대부분은 허무맹랑한 것이었다. 그러나 국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공약도 많았다. 속을 시원하게 해주는 사람. 안철수가 본받아야 한다.

앞으로 안철수가 해야 할 일은 ‘꼬여있는 국민들의 심사’를 풀어주는 일이다. 문재인은 꼬여있는 호남사람들의 마음을 풀어주지 못했기에 호남민심을 얻는데 실패했다. 안철수는 자신이 잘해서가 아니라 상대적 반사이익을 얻었을 뿐이다. 그래서 변신이 필요하다. 기득권을 내려놓고, 사람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 당당하게 큰 길을 가야한다. 그래야 정치권의 꼼수와 비겁함 그리고 탐욕에, 비틀어졌던 국민들의 심사가 풀어진다. 그러면 태풍은 자연히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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