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들러 리스트’와 스티븐 스필버그

‘쉰들러 리스트’와 스티븐 스필버그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1. 1993년에 제작된 영화 ‘쉰들러 리스트(Schindler’s List)’는 홀로코스트 영화이다.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이 작품에서 이전까지의 스타일과 전혀 다르게 사실적인 톤으로 참극의 현장을 생생히 스케치했다.
흑백으로 제작된 이 영화는 유대인의 노동력을 이용하여 돈벌이에만 급급한 체코 태생의 독일인 사업가 오스카 쉰들러(1908~1974)가 1천100명의 유대인들을 구하는 과정을 다뤘는데 탈무드 격언이 감동이다.
"한 생명을 구하는 자는 세상을 구하는 것이다."
이 영화로 스필버그는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았고, 1998년 9월에 헤르초크 독일 대통령으로부터 민간인에게 수여되는 독일 최고의 명예인 ‘십자훈장’을 받았다. 타임지는 그를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인물 100인’에 올렸다.
#2. ‘쉰들러 리스트’ 영화를 보고 나서 스티븐 스필버그가 유대인이라는 것을 알았다. 스필버그는 1946년 미국 오하이오 주 신시내티에서 태어났는데 부모는 우크라이나-폴란드 계 유대인이다. 캘리포니아 주 새러토가로 이주한 스필버그는 유년 시절에 정통파 유대식 교육을 받았다.
스필버그는 ‘쉰들러 리스트’ 영화를 제작하면서 홀로코스트의 생생한 기록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1994년 유대인 재력가의 도움으로 ‘쇼아 영상 역사재단(Shoah Visual History Foundation)’을 설립했다. 그 활동은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의 영상 증언을 수집하고 이를 보전하기 위한 것이다. 스필버그는 세계 57개국에 흩어진 5만2천명에 달하는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이 32개 언어로 증언한 12만 시간 분의 자료를 비디오로 녹취했다. 완성된 영상자료는 미국 워싱턴 홀로코스트 기념관, 이스라엘 야드 바솀 등 5개소에 보관돼 있다.
또한 쇼아재단은 2005년 10월에 이 영상자료를 미국 남가주 대학에 기증했다.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은 2006년 12월부터 학생, 교수, 연구자들에 대해 미국 남가주대학의 홀로코스트 증언 데이터베이스에 온라인으로 접근하는 것을 허용했다.(연합뉴스 2006.11.26.)
#3. 스필버그가 만든 ‘쇼아 재단’의 ‘쇼아(Shoah)’는 대참사를 의미하는 단어인데, 유대인들은 홀로코스트보다 이 말을 더 선호한다.  프랑스 영화감독 란츠만이 1985년에 만든 9시간27분짜리 다큐 영화 제목도 ‘쇼아’이다.
홀로코스트(Holocaust)는 ‘완전히 타버리다’라는 뜻의 그리스어 ‘holokauston’에서 나온 말로, 짐승을 통째로 태워 바치는 ‘번제(燔祭)’ 혹은 ‘번제물(燔祭物)’이란 뜻이지만, 일반적으로 ‘2차 세계대전 중에 나치가 저지른 유대인 대학살’을 뜻하는 고유명사로 쓰인다.
그런데 유대인들은 이  단어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의 죽음을 홀로코스트로 묘사한다면 그들을 학살한 나치가 제사장이 되어버리는 모순 때문이다.
#4. 나치의 유대인 학살은 20세기에 일어난 그 어떤 유사한 학살 사건과 비교할 수 없는 인류사의 대(大)참극이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 생존자 프리모 레비는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 책에서 이렇게 묘사했다.
"이처럼 예기치 않고 복잡한 사건은 그 언제 그 어느 곳에서도 발생한 적이 없었다. 그렇게도 많은 사람이 그처럼 짧은 기간에 학살당한 적이 결코 없었을 뿐더러 기술적 정교함, 광기, 그리고 잔인성이 이처럼 서로 밀접하게 결합된 경우는 더더욱 없었다."
유대인들은 홀로코스트에 대해 자료수집과 분석, 그리고 홍보와 대중화를 끊임없이 계속하고 있다. 왜 그럴까?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 4블록 ‘절멸관’ 입구에서 본 글귀가 그 답을 준다.
Those who do not remember the past are condemned to repeat it(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자들은 과거를 되풀이하게 되어 있다.)- George Santayana
5·18 광주 민주화운동도 마찬가지이다. 기억하기와 대중화를 계속하지 못하면 광주정신은 왜곡되고 폄하되며 훼손되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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