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어촌 작은학교 활성화에 자원배분 확대 필요

농산어촌 작은학교 활성화에 자원배분 확대 필요

<형광석 목포과학대학교 교수>
 

이달 3월에 독자 여러분을 세 번째 만난다. 드문 일이다. 오늘은 3월 마지막 날이다. 아름다운 날이다. 마침이 있기에 아름답다.

어제 전남 정책자문위원회 인재육성분과위원회에 다녀왔다. 토의주제는 ‘농산어촌 작은 학교 살리기 방안’이다. 전남도 청년정책담당관실은 배포한 자료에서 ‘농산어촌 작은학교 살리기 문제는 단순히 학교 교육만이 아닌 지역사회의 존립을 위협하는 사회 전반의 문제’라는 인식을 표명했다. 2016년 기준, 전남의 학교(분교 포함)는 초교 491개, 중학교 260개, 고교 143개로 모두 894개이다. 학생이 60명 이하인 학교는 363개로 전체의 40.6%를 차지한다. 60명 이하 학교의 비중은 초교 49.1%, 중학교 44.2%, 고교 4.9%이다. 초교의 작은학교 비중 49.1%는 전체 작은학교 비중 40.6%보다 8.5%p 높다.

자료에 제시된 전남도 작은학교 활성화 우수사례는 순천시 송산초교, 해남군 서정초교, 강진군 옴천초교 등이다. 세 학교가 분교로 격하되었다가 폐교의 위기나 확정 단계를 벗어나 본교로 승격될 정도로 활성화가 이뤄진 요인은 지역 주체의 지역사회 중심의 학교 활성화 의지가 잘 집약되었고, 그 의지가 특성화 프로그램 운영으로 실현되었고, 학부모-교원-지역사회의 3자 연계를 통한 시너지 창출 등이다. 물론 교장의 리더십과 교사의 헌신도 크게 작용한 요인이다.

일본에서 초교는 지역사회중심으로, 중등학교는 교육과정 중심으로 움직인다. 인재육성분과위원 중 어느 분의 말씀이다. 중등학교는 교육과정 중심으로 움직이기에 설사 학생이 1명밖에 없다 하더라도 교사 12명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론적 근거는 차치하고, 진로, 특수, 보건, 전문상담 등을 담당하는 교사는 별도로 하고 화순중학교 누리집에서 확인하니 제시된 과목은 국어, 도덕, 사회, 수학, 과학, 기술, 가정, 체육, 음악, 미술, 영어, 중국어, 한문 등으로 총 13개이다. 교육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중등학교는 일정한 규모가 되었을 때 제대로 기능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초교는 지역사회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말을 곱씹어 보면, 농산어촌 지역사회에서 자석 역할을 하는 매체는 초교이다. 초교는 국가재정이 어려웠던 시기에 지역주민의 헌신과 기여에 기초한 지역사회 자원이 응축된 곳으로 생각된다. 그 자원의 소유권이 형식상으로는 지역사회에 귀속되지 아니하였기에 일부 초교가 지역사회의 바람과 달리 민간에게 매각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거시적으로 보면, 학교와 지역사회의 연결고리가 끊어진 계기는 도로와 교통수단의 발달로 보인다. 이제는 전설로 다가오지만, 1960년대, 1970년대,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농산어촌 학교 근방에서 거주하는 선생님이 많으셨다. 일하는 곳과 잠자는 곳이 일치했다. 방과 후에 교사는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했다. 지금은 거의 모든 부문에서 두 곳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돈은 농산어촌에서 벌고 잠은 대도시에서 잔다. 농산어촌의 작은학교 살리기가 쉽지 않음은 일터와 거주의 분리가 심해지는 현실에서 드러난다.

농산어촌 작은학교 문제를 시장경제 논리에 맡겨놓으면, 시장의 실패가 발생하기에 지방정부가 개입하여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가능하다. 2017년 전남 농산어촌 작은학교 활성화 지원대상이 초교 10개, 중학교 5개로 각각 작은학교의 4.1%와 4.3%에 불과하다. 사업예산도 1억5천만 원(도비와 시군비가 각각 7천500만 원) 수준이다.

몇 년 사이에 지방 소멸이라는 말이 널리 유포되었다. 농산어촌 작은학교의 쇠락은 지방 소멸의 징표로 보인다. 특히 지역사회 중심으로서 돌쩌귀 역할을 하는 초등학교의 쇠락은 지역사회의 존립을 위협한다. 따라서 ‘생명의 땅, 청년이 돌아오는 전남’을 자리매김 주제로 내세운 민선 6기 전남지방 정부가 전남으로 내려오는 기업에 어떻게 하면 양질의 인력을 저렴하게 공급하느냐고 기울이는 노력 못지않게 농산어촌 작은학교 활성화가 실질적인 효과를 장기간 나타낼 정도의 자원배분의 확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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