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름장에 시달리는 한반도와 지도자의 소명

으름장에 시달리는 한반도와 지도자의 소명

<최혁 남도일보 주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미·중 정상회담을 갖는 동안 시리아폭격명령을 내렸다. 이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다. 우선은 ‘트럼프의 힘’을 과시하려했다는 것이다. 중국에 대한 자신의 경고가 결코 빈말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행동으로 보였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북핵문제와 관련해서는 시리아를 폭격한 것처럼 북한 역시 폭격할 수 있으니 이쯤에서 핵무장을 포기하라는 강력한 메시지로 여겨지고 있다.

물론 미국이 북한에 대해 군사적 공격을 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북한에 대한 폭격은 한반도내 전면전을 의미한다. 한·미·일 군사동맹의 군사작전은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적 개입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그러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최악의 세계대전으로 치달을 위험이 높다. 세계는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경제 역시 밑바닥을 헤맬 것이다. 공존이 아니라 공멸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의 북한 침공은 현실적으로는 어렵다.

그렇지만 역사는 논리와 이성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다. 과거의 역사를 보면 광기와 야만이 인류를 비극으로 몰아넣었다. 증오는 전쟁을 불렀고 영토에 대한 야욕은 집단학살을 서슴지 않게 했다. 미국 제일주의의 트럼프와 전쟁을 통해 힘과 부를 축적하려는 펜타곤 매파·군수업자들의 야합은 얼마든지 전쟁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일본의 최근 모습 또한 대동아공영(大東亞共榮)의 망상에 사로잡혀 침략전쟁을 일으켰던 과거의 제국주의와 비슷하다.

우리의 운명을 다른 나라의 결정에 맡겨야 하는 이 어쩔 수 없는 숙명이 참으로 잔인하다. 이른바 한반도의 지정학적 운명론이다. 오랜 세월을 중국과 일본이라는 나라의 틈바구니에 끼어 한반도는 참혹한 전쟁과 침략을 너무도 자주 겪었다. 중국과 일본의 힘은 한반도에서 부딪치곤 했다. 중국과 일본은 과거 두 차례의 전쟁을 모두 조선 땅에서 치렀다. 한번은 임진왜란 때이고 나중은 청일전쟁 때다. 임진왜란 때는 무승부랄 수 있다. 그러나 청일전쟁은 일본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났다. 일본은 청나라를 잔인하게 유린했다. 대륙의 수모였다.

하지만 임진왜란과 청일전쟁의 피해 대부분은 고스란히 조선이 짊어졌다. 조선은 이 땅을 점령했던 왜인들에게 7년 동안 참혹한 수탈을 당했다. 명 역시 마찬가지였다. 조선을 구해준 은혜에 보답하라며 온갖 위세를 떨며 금은보화를 챙겨갔다. 조선은 겉으로는 남아있었으나 실제로는 나라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청일전쟁 때 수만 명의 일본군을 먹여 살리고, 청군에 끌려가 평양성을 다시 쌓아올린 사람들은 모두 이 땅의 조선백성이었다.

한반도라는 공간의 역사성은 고비 때마다 비극을 불러왔다. 우선은 두 나라를 상대하기에는 조선의 힘이 너무도 약했다. 이는 역사에서 교훈을 찾지 못했던 못난 위정자들의 탓이 크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미국에 치이고 중국에 겁박당하고 있다. 일본 역시 언제든 덤벼들 기세다. 그런데도 국가지도자들은 기업 돈을 뜯어먹을 생각만 하다가 쇠고랑을 차고 있다. 세계를 상대로 경쟁을 벌여야할 국내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것이 국내정치다.

정치인들은 이 나라를 어떻게 지켜낼 것인지를 놓고 고민하지 않는다. 몰라서 그런 건지, 아니면 다른 생각이 있어서 그런 건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계속되고 있어도 분명한 태도를 밝히지 않고 있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해결하겠다는 식이다. 문제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데, 나중에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답답할 뿐이다. 사드배치는 반대한다면서도 중국의 겁박과 북한의 협박은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해결방안 제시는 하지 않고 있다.

대선국면이 초박빙 대결구도가 되면서 비로소 국가안보와 관련된 대선후보들의 입장표명이 나오고 있다. 보수표심을 의식한 것이기는 하지만 긍정적 변화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북한이 계속 핵 도발을 하고 고도화한다면 사드배치가 강행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역시 “안보가 가장 중요하다. 안보가 제대로 안되면 경제는 소용이 없다. 현재 ‘사드배치반대’로 정해져 있는 당론을 철회시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문제는 북한은 수년전부터 핵 도발을 해오고 있다는 것이다. 얼마나 더 핵 도발을 해야 사드배치에 동의하겠다는 것인지, 문재인 후보의 북핵문제 해결방식에는 문제가 있다. 안 후보 역시 마찬가지다. 선거운동보다 당론을 바꾸는 것이 우선이다. 당 구성원들의 생각부터 바꿔내야 한다. 그래야 정책화가 가능해진다. 이런 중요한 문제를 놔두고 허접한 개인 신상 문제로 설전을 벌이고 있는 대선후보와 측근들의 사고전환이 절실하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