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0 정부는 ‘촛불 정부’?

5·10 정부는 ‘촛불 정부’?

<형광석 목포과학대학교 교수>
 

천지불인(天地不仁)이다. 또 4월이다. 벚꽃잎은 불티처럼 바람에 흩날린다.

4월 14일은 예수가 십자가에서 못에 박힌 채 돌아가신 날이다. 그 사흗날인 16일은 ‘예수 부활 대축일’이다. 마침 세월호 대참사 ‘4·16사변’ 3주년이다. 차마 세포도 활동하지 못한다.

내년 4월엔 떨어지는 벚꽃을 편안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싶다. 지금 해야 할 일은 관찰이다. 5·9 대통령 선거에 얼굴을 들이민 후보가 무슨 말을 어떻게 하는가? 그가 입에 자주 올리는 말은 평소 생각의 입자이고, 절제 못 하고 무심결에 뱉은 한마디는 그의 잠재된 미의식(the unconsciousness)의 강력한 표출이다. 사실은 그게 본심이다. 와전되었다느니 하면서 에둘러대지만, 시간이 지난 후에 행동을 보면 썸뻑 내뱉었던 그 말이 무의식 창고에 저장된 유전자였음이 확인된다.

어느 유력 후보는 벌써 특정 이익집단의 그물망에 걸려 들어가는 언사를 보인다. 그 이익집단이 공공의 이익을 대변할 리 없다. 이익집단은 속성상 그 이익을 관철하려고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후보자 자신은 걸려든 게 아니고 그 이익집단을 포섭했다고 방어할지 모르겠다. 나는 포섭했다고 생각하지만, 상대방은 나를 포획했다고 한다. 포섭과 포획은 표리의 관계이다.

지지기반을 확충한다면서 점점 더 이익집단을 포섭해가는 과정에서 후보자 자신의 정체성은 모호해진다. 나중에 거대 이익집단 카르텔의 얼굴마담과 포로로 변해간다. 대통령 파면을 끌어낸 촛불 민심에서 이탈이다. 어쩌다 그런 인물이 와대 거주 자격을 획득한다면, 촛불 민심은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리라. 촛불 민심은 고생 고생하여 차린 밥상을 자신의 억압자였던 거대 이익집단 카르텔에 바치게 된다. 다른 후보도 이익집단이 시험 삼아 쳐놓은 촘촘한 그물망에 포획되어가는 상황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후보와 그 참모가 모를 리 없다. 모른다면, 뇌에 염증이 심하거나 원래 유전자가 그러할 거다. 생각건대, 대선 후보가 이마에 띠를 두르지 않았기에 그렇다. 자신의 정체성을 선명하게 쉽게 부각하는 자리매김 주제를 드러내지 않았다. 후보자 자신도 정작 자신의 정체성을 모른다는 정황이다.

경세제민의 철학과 책임감이 투철한 지도자라면, 5·10 정부의 사명, 비전, 자리매김 주제를 제시해야 한다. 텔레비전 토론이 벌어지는 이 시점에서 각 후보는 자리매김 주제를 밝혀야 한다. ‘생명의 땅, 청년이 돌아오는 전남’은 전남 지방정부의 자리매김 주제이다.

‘국민의 정부’, ‘참여 정부’를 생각한다. 각 정부의 최고지도자, 그 참모, 장관 등은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할 때, 각각 ‘국민’, ‘참여’를 화두로 삼고 묵상했을 거다. 대형 파도에 일시 흔들릴지라도 복원력을 잃지 않았다. 지구를 도는 인공위성처럼 원래 설정한 궤도를 벗어나지 않는다. 억측이겠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님과 노무현 전 대통령님의 DNA를 추출하면 각각 ‘국민’과 ‘참여’가 나오리라 믿는다. ‘국민’과 ‘참여’가 열쇳말로서 자석 역할을 했기에 희망이 보였다. 적어도 4대강에 녹조라테가 생기지는 않았고, 차마 ‘4·16 사변’과 같은 모든 국민 트라우마는 없었다. 과반에 가깝거나 초과한 득표율로 대통령으로 선출된 이명박씨와 박근혜씨가 자리매김 주제 없이 와대에 거주했기에 금수강산에 터 잡은 용과 사람은 찌들었고 너무 울어서 해와 달도 보지 못할 지경이 되었다.

대통령을 파면하고 조기 대선을 추동한 힘은 무엇인가? 촛불 민심이다. 초등학생도 안다. 보통 ‘촛불’은 명사이다. 대한민국에서 ‘촛불’은 명사이자 동사이다. 촛불은 민심이고 행동이다. 행동하는 민심이다. 그렇다면, 5월 10일 출범하는 정부의 자리매김 주제는 ‘촛불 정부’여야 한다. ‘촛불 정부’를 이마에 깊이 새긴 후보가 누군지 보겠다. 69년 전 1948년 5월 10일은 제헌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대한민국 최초의 근대적 선거일이다. 2017년 5월 10일은 비로소 국민이 하늘이 되고 대통령이 땅이 되는 획기적인 날이라고 대한민국 역사에 기록되기를 바라며 두 손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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