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가 한국전 초기 발생한 노근리 양민학살사건의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기 위한 보조를 맞추기 시작했다.
홍순영 외교통상장관은 8일 정부중앙청사로 스티븐 보스워스 주한 미대사를 초치, 한미 최대 현안으로 부상한 노근리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홍 장관은 이 자리에서 “역사적 진실규명을 위한 사실확인 작업이 급선무”라며 노근리 문제의 중대성을 상기시켰고, 보스워스 대사는 “철저하고 투명하게 조사를 진행하면서 한국과 공조하겠다는 확고한 입장”이라고 화답했다.
일단 한미 양측이 노근리 문제가 갖는 심각성과 중대성에 인식을 같이 하고, 향후 공조를 통해 신속히 노근리의 진상을 가리겠다는데는 합의한 셈이다.
문제는 한미의 공조범위가 어디까지 가능할 것이냐에 있다. 보스워스 대사는 이와 관련, 정보공유가 ‘투명하고 완벽하게’ 이뤄질 것이라며 공동조사단 구성에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를테면 중요한 증인 공동인터뷰, 현장조사 등은 서로 협력해서 할 수 있지만 굳이 조사단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작업을 같이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정부 당국자는 “당시 노근리 양민에 ‘사살명령’을 내린 미군의 명령계통을 한국측이 참여해 조사하는 일은 불가능할 것”이라며 “미국측이 공동조사단 구성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자는 “실제로 우리도 처음 한미 합동으로 노근리 조사를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을 때부터 조사단 구성을 염두에 두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노근리 사건에 대한 한미의 공동조사가 일정한 한계를 안고 있어 조사후 예기치 않은 불협화음을 낳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만일 미국측이 노근리 양민학살이 전쟁의 혼돈 속에서 이른바 양민으로 위장한 ‘빨갱이’를 섬멸하기 위한 우발적 사건이라고 결론지을 경우,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보상문제가 쟁점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앞으로 미국과의 협의과정에서 미국측이 보관하고 있는 관련기록과 당시 명령계통을 파악할 수 있는 접근권을 확보하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연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