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후보들에게 고함

대통령후보들에게 고함
- 취업난과 중소기업 인력난 해결책은 ‘중소기업근로자연금’ 도입
<신현구 광주경제고용진흥원장>
 

“취업난이라고들 하는데 우리 중소기업인들에게는 구인난입니다. 쓸만한 사람이 없습니다.”

“청년 인턴 3명을 썼는데 1년만에 1명 남았어요. 신입들 가르칠 시간과 여유도 없고 잘 남아있지도 않아요. 그래서 이제는 돈 더주더라도 바로 써먹을 수 있는 경력직을 뽑으려고 합니다.”

“R&D에 투자를 하고 싶지만 좋은 기술인력이 오지도 않고, 어렵사리 채용해서 기껏 가르쳐놓으면 대기업이나 월급 몇 푼 더 준다는 곳으로 튑니다.”

최근에 만난 하남공단 중소기업인들의 하소연이다.

15~29세 청년 실업률은 2016년에 9.8%로 최근 들어 가장 높은 수준으로서 2008년 세계금융위기 당시 7.2%보다 2.6%가 상승했고, 2017년 들어와서는 2월에 12.3%, 3월에 11.3%로 두 달 연속 두자리 수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에 취업 한파 속에서도 예정된 채용인원을 다 채우지 못한 중소기업은 10곳 중 8곳이고 그 인원이 8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청년층이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취업을 선호하고 중소기업을 기피함으로써 중소기업과 청년 간 인력 미스매치가 심각한 상황에 이른 것이다.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이유는 첫째, 임금 및 복지 수준이다. 복지는 차치하더라도 중소기업의 임금은 대기업의 60%수준이고 그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둘째, 안정성과 장래성이다. 회사 자체의 안정성과 고용의 안정성도 문제지만 장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더 문제다. 특히 노후에 대한 걱정은 더 심각한 상황이다. 셋째, 사회적인 불편한 시선이다. 우리 사회에는 중소기업에 대한 편견과 부정적 인식이 지속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청년 자신도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지만 부모들의 중소기업 기피 현상은 더 심각하다. 얼마 전 광주경제고용진흥원이 주관한 ‘청년 일자리 대토론회’에서 방청석에 있던 한 대학생이 한 말이 인상적이다.

“우리도 눈높이를 조정하여 중소기업에 취업하고 싶은 생각이 있지만, 부모님들이 중소기업에 취업할 바에야 2~3년 더 뒷바라지 할테니까 더 공부해서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 가라고 하신다.”

따라서 청년들에게 눈높이를 현실적으로 낮추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중소기업을 가고 싶어하고 그 부모들이 자식의 중소기업 취업을 창피하게 생각하지 않도록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과 근무여건을 개선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여러 가지 개선책을 생각할 수 있겠지만 특히 경제적인 안정감과 희망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 대안 중 하나로 ‘중소기업근로자연금제도’를 제안한다. 현재 중소기업 취업자들은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취업자에 비해 적은 급여로 시작하는데 해가 거듭될수록 그 격차는 커지게 된다. 더욱이 퇴직 이후를 생각했을 때 국민연금은 수령액이 100만원을 넘기가 어려워 연금으로는 노후생활을 할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정년퇴직 이후에도 20~30년 이상을 살아야 하는 현실에서 노후가 보장이 안된다는 것은 치명적이다. 지금 받는 급여도 적은데다가 노후도 보장이 안된다면 누가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려고 하겠는가? 만일 중소기업 근로자가 퇴직 후 군인연금처럼 월 200만~300만원의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면 당장의 어려움과 불편한 시선도 감내할 수는 있을 것이다.

지금은 경제전쟁의 시대다. 우리나라 기업 수의 99.9%, 고용인력의 88%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은 우리 경제의 근간이요, 중소기업근로자는 경제전쟁의 최일선에서 싸우는 전사에 다름없다. 그들이 무너지면 우리의 산업은 다 무너지는 것이다. 따라서 이 나라를 지키는 역할을 하는 군인에 대해 군인연금으로 노후를 보장해 주듯이 경제전쟁시대의 최전방 전사인 중소기업근로자들에게도 군인연금 수준의 중소기업근로자연금제도를 도입하여 노후를 보장해주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취지는 공감하지만 재원마련이 문제라고들 한다. 그런데 2017년 정부예산을 보면 일자리지원에 17조5천억원, 중소기업지원에 8조원을 편성하고 있다. 이 중에는 부처별로 중복적인 사업예산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대책보다는 단기적인 성과위주의 시혜성 지원예산이 적지 않다. 우선 청년일자리지원 예산 3조원에다가 기타 일자리지원 예산과 중소기업지원 예산 중 일부를 더하여 연금재원으로 활용한다면 중소기업 사업자와 근로자에게 큰 부담을 주지 않고도 중소기업근로자연금을 운용할 수 있다.

요즘 대통령후보들이 중소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을 외치며 각종 선심성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정책이 표를 의식한 단기적 성과 위주의 정책일 뿐 근본적인 대책은 아닌 것 같다.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하여 중소기업의 육성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청년들의 중소기업 취업을 유도하여 취업난을 해결할 수 있는, 이른 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중소기업근로자연금제도’에 대해 대통령후보들의 관심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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