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데이터와 여론조사, 어떤 게 맞을까?

빅 데이터와 여론조사, 어떤 게 맞을까?

<최혁 남도일보 주필>
 

민심과 여론조사결과는 같을까, 다를까? 기자의 생각은 ‘다르다’이다. 5월 9일의 조기대선과 관련, 대선주자들에 대한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고 있지만 주변에서 확인되는 대선주자에 대한 호감과 혐오, 그리고 여론조사 결과 사이의 간극이 너무 크다. 기자는 광주에서 살고 있다. 기자 주변에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 대해 호감을 나타내는 사람들이 매우 드문데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열 사람 중에 네 명 정도가 문 후보 지지자로 나타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결과에서는 국민의 당 안철수 후보가 50대 이상 연령층에서, 문 후보는 20대 층에서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자는 50살을 훌쩍 넘은 나이다. 주로 만나는 이들도 환갑을 바라보거나 넘긴, 머리 희끗한 사람들이다. 이 탓에 ‘문재인 지지자들’을 만나보기 힘들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주변에 있는 20대 청년들에게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그들 대부분은 망설임 없이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히는 것이었다.

그래서 기자는 ‘여론조사결과가 전혀 엉뚱하지만은 않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일정부분은 민심을 반영하고 있어서이다. 그렇지만 의도성과 적극성이 지지율을 왜곡하고 있다는 생각은 여전하다. 광주와 전남북에는 분명히 친문(親文)과 반문(反文) 지지층이 혼재하고 있다. 그러나 친문지지층이 보다 더 여론조사에 자주 노출되고 있으며 더 적극적으로 여론조사에 응하고 있는 듯싶다.

이는 그럴만한 근거가 있다. 주변의 몇 사람들은 여론조사기관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은 뒤 “사시는 곳이 어디에요?”라는 질문에 “광주”라고 대답하면 전화가 그냥 뚝 끊겨졌다고 말했다. 이런 ‘수상한 전화’는 안철수 지지자들에게는 문재인 지지도를 높이기 위한 ‘불순한 전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공정이 생명인 여론조사기관에서는 기자의 이런 언급에 화를 내며 펄쩍 뛸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이런 미심쩍은 전화를 받은 이가 한 두 명이 아니니, 무턱대고 화를 낼 일만은 아닌 듯싶다. 대부분의 여론조사기관은 사심 없는 조사와 발표를 하고 있으나 일부는 고객의 의도에 따라 맞춤형 결과를 내놓는 경우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민심과 여론조사 결과는 전혀 다를 수 있다. 요즘 들어서는 의도성과 적극성이라는 변수 외에도 투표 당일까지 속마음을 숨기고 있는 유권자들의 몰표로 예상 밖의 결과가 자주 나타나고 있다.

최근 들어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큰 폭으로 벌어지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에이스리서치가 지난 달 29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광주·전남북에서 문 후보는 48.2%를, 안 후보는 36.5%의 지지율을 각각 보였다. 보름 전만 하더라도 두 후보의 지지율은 호각세를 보였다. 그러던 것이 몇 차례 TV토론 뒤에 균형이 깨져버렸다. 아무래도 안 후보가 TV토론에서 ‘죽을 쑨’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TV토론에서 안 후보는 좀 답답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광주·전남지역에서만큼은 안 후보에 대한 실망감이 문 후보에 대한 지지로 돌변하는 것은 생각하기 힘든 일이다. 도대체 ‘여론조사’가 벌어지는 ‘필드’(field)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액면대로라면 ‘물방울 이론’에 의한 ‘표 몰림 현상’이다. 될사람한테 표를 몰아주자는 것이다. 내가 투표한 표가 무의미한 표가 되기를 싫어하는 심리(死票防止心理) 때문에 부동층의 표가 문 후보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흐르던 작은 물방울이 큰 물방울 쪽으로 합쳐져 버리는 것처럼, 될 성 부른 문재인에게 표가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지역에서 물방울이론에 동의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주변 사람들은 ‘안철수 표’가 숨어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어떤 이들은 이 숨어있는 표를 ‘샤이(shy)표’라 표현하지만 기자는 샤이라는 단어를 붙이는데 동의하지 않는다. 드러나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바닥민심’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한 듯싶다.

안철수 선거 캠프나 지지자들은 왜곡됐을 가능성이 큰 여론조사결과보다는 이 ‘바닥민심’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 바닥민심은 ‘빅 데이터’와 사실상 동의어라 할 수 있다. 빅 데이터는 기업경영 및 트렌드 분석에 활용되는 정보를 말한다. 구글(google)은 웹 사이트를 방문한 사람들의 성향과 키워드를 수집해 유의미한 미래예측결과를 내놓고 있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구글은 이 빅 데이터를 통해 트럼프승리를 예단했었다.

이제 투표일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 수많았던 여론조사 결과가 그대로 들어맞을 것인지, 아니면 한국에서도 바닥민심의 표출로 전혀 다른 결과가 도출될 것인지가 9일 밤이면 드러난다. 바닥민심이 ‘바다 민심’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어떠한 경우에도 진실이 왜곡과 조작을 이겨낸다는 사실이 증명됐으면 하는, 소망이다. 바다 민심이 패권과 적폐를 모두 수장(水葬)시켜 이 나라를 건강하게 만드는 힘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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