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孝)는 물질이 아닌 마음의 위안
<정영화 광주시 고령사회정책과장>
 

정영화 광주시 고령사회정책과장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심순덕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 中

위 시를 읽다가 보면 마음 한쪽이 아리하게 아파온다.

우리네 어머니와 아버지는 항상 그래야 되는 줄 알았고, 부뚜막에 걸터 앉아 찬 밥 한 덩이를 물에 말아서 급히 먹고 또 일하던 우리 어머니 모습이 그리워서 또 가슴이 아파온다.

한없는 희생을 주고도, 자식들의 생채기 섞인 말과 푸념이 어린 말에도 울 줄도 모르고, 슬퍼할 줄도 모르고, 그냥 듬직하게 자식만을 어루만지는 그냥 ‘부모’인 줄 알았다.

매년 눈이 부시게 푸르른 5월의 햇살과 함께 찾아온 어버이날. 5월의 하늘만큼이나 높고도 드넓은 그 사랑에 빨간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는 날, 내가 낳은 자식이 내 가슴에 빨간 카네이션을 달아주는 날. 바로 오늘이 올해로 45번째를 맞이한 어버이 날이다.

5월 8일 어버이날은 부모님의 은혜와 존경을 되새기고 전통가족제도의 계승 발전을 위해 제정된 날로 이날만큼은 자녀들이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그간 부모님께 소홀했던 자신들을 반성해보면서 부모님의 목소리라도 한번 더 듣기 위해 전화기를 눌렀고, 먼 곳에서라도 달려오기를 서슴지 않은 날들이었다.

그런데 급속한 경제성장과 핵가족화로 인해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인가 효(孝)의 행태가 바뀌기 시작하더니 내가 낳은 아이들 중심의 형국이 되었고, 일상생활의 대부분이 아이들 위주로 이뤄지고 있는 생활을 하게 되었다.

또한 부모님들을 위한 마음이 담긴 위안과 가족 간의 소통보다는, 통장으로 용돈을 보내고 안마기 등을 택배로 부치는 등 배려가 아닌 자식들이 편한 방법으로 점점 변해가고 있어 씁쓸하기만 하다.

보건복지부에서 실시한 노인실태 조사를 보면 1주일에 1번씩 이상 부모님께 방문하고 전화 통화 등 안부를 묻는 자녀가 73%로 비교적 양호한 편이나, 전혀 왕래하지 않은 자녀들도 2%정도 된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듯이 자녀들과 함께 사는 가정들은 급감하는 반면, 노인 단독가구는 급증하여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노년기 주거형태인 기혼 자녀가 노부모를 모시고 생활하는 행태는 약 11%이하로 나타났다.

자녀들이 가정생활의 중심으로 변하고, 평생을 몸소 체험한 경험으로 축적된 지혜와 지식은 새로운 세대들에게는 시대역행적이고 비과학적이며 불합리한 허구로까지 여겨지는 지경이다.

또한 우리의 어버이들이 어른으로 대접을 받는 것은 고사하고 학대당하고 젊은 세대로부터 ‘귀찮은 존재’로 취급 당하는 세태는 우리 사회의 서글픈 자화상이다.

현재 광주광역시에는 누군가의 돌봄이 필요하고 관리해야 하는 독거노인이 2만2천여명이며 이는 우리 시의 65세 이상 노인의 12.5%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광주광역시에서는 자녀의 부양의식이 약화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독거노인을 위해 노인돌봄서비스 등을 시행하고 있으며, 민간단체 봉사자를 연계하여 홀로 사시는 어르신에게 주1회 전화와 방문 등으로 안전을 확인하고 말벗이 되어 주는 지역 밀착형 독거노인보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노년의 일하는 즐거움과 경제적인 독립을 위한 노인일자리를 제공하고, 노후 생계유지를 위한 기초연금이 누락되는 어르신이 없도록 다하는 등 우리 지역의 어르신들의 안정적인 생활을 지원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효는 모든 행실의 근본이라는 선현의 말씀을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나를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님께 효도하는 것은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한다. 까마귀가 자라서 늙은 어미새에게 먹이를 물어다주어 봉양한다는 ‘반포지효(反哺之孝)’란 말도 있지 않은가!

이번 어버이 날에는 그리운 부모님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 두 팔 벌려 꼭 안아드려 보자. 그리고 전화라도 한 통 드리자. 고맙다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시라고.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