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효(孝)에 대한 단상
<김은영 호남지방통계청 행정사무관>
 

어머니는 5년째 병석에 누워계신다. 얼마 전 남편과 함께 어머니를 뵈러 요양병원을 찾았는데, 어머니는 안타깝기 이를 데 없는 상황이었다. 의식은 있으나 말씀을 잃은 지 오래…. 음식을 삼키는 기능을 잃어 코를 통해 튜브로 식사하게 되신 것도 벌써 3년이나 되었다.

어머니께서 몸져눕기 전까지 가족들에게 그토록 큰 산인지 미처 깨닫지 못했다. 천성이 선하고 따뜻하셔서 지아비는 물론이고 자식들을 얼마나 알뜰살뜰 챙기셨는지 모른다. 나는 장남한테 결혼하여 큰며느리였지만 직장 다닌다는 핑계로 집안 대소사는 어머니께서 하시는 대로 따라서만 했고 명절이 가까워도 머리 무겁게 느끼지 못하고 살아왔던 것이다. 늘 죄송한 마음이었는데 그때마다 어머니는 오히려 나를 걱정해주셨다.

과연 이렇게 모시는 것이 효(孝)일까? 튜브를 제거해서 편안하게 가시게 해드리는 것이 효(孝)일까? 본인의 의지를 확인할 수 없으니…. 아버님도 자식들도 모두가 난감한 상황이다. 모친을 매정하게 곡기를 끊어 돌아가시게 한다? 차마 자식의 도리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정작 어머니는 그렇게라도 살기를 바라는 것일까?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6년 고령자 통계 결과를 보면 2015년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 인구(내국인)의 13.2%를 차지하는 656만9천명으로 10년 전인 2005년보다 약 220만4천명이 증가하였는데, 이 중 고령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전남’으로 나타났다. 이렇듯이 고령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고령자들을 케어할 수 있는 요양병원 또한 2012년 1천103개에서 연간 평균 108개씩 증가하여 2016년에는 2012년에 비해 325개가 증가한 1천428개가 세워졌다.

그리고 부모 부양에 대한 견해에 대한 의식조사 결과를 보면, 약 10년 전(2006년)에는 고령자의 67.3%가 부모 부양은 ‘가족’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2014년에는 34.1%로 큰 폭으로 감소하였고, 점차적으로 ‘부모 스스로 해결’하거나 ‘가족과 정부·사회’가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증가하였다. 또한 가족이 부모 부양을 해야 한다면, 가족 중에 장남(맏며느리)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에서 점차 모든 자녀가 함께 부모를 부양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의식이 변화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까마귀는 새끼 때 길러 준 어미 새의 은혜를 잊지 않고, 어미 새가 늙었을 때 먹이를 물어다가 어미 새의 입에 물려준다고 한다. ‘반포지효(反哺之孝) : 자식이 자라서 어버이 은혜에 보답하는 효성’ 사전적인 풀이는 이렇게 되어 있건만 무수히 많은 요양원과 요양병원은 이 시대의 효를 어떻게 정의하고 살아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궁극적 답을 찾는 많은 자식들의 효심에 대한 답은 아니리라 생각된다.

가정의 달을 맞이하면서… 효심 깊은 대한민국의 아들 딸 들이 오늘도 국가적 시스템에 의존하여 요양병원의 문을 무겁게 두드리고 있을 것이다. 갈등의 심정을 담고 살아가고 있을 많은 불효자(?)들과 단상의 숲에 잠시 머물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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