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그린 산단 조성현장을 다녀와서

빛그린 산단 조성현장을 다녀와서

<김주완 광주테크노파크 기업지원단장>
 

지난 4월 25일, 부지조성 중인 빛그린 산단을 방문했다. 그것은 내게 행운이었다. 전기차의 미래, 완성차 공장유치에 대한 불확실성 - 이런 것들을 보다 명확히 정리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자동차 관련 기관들의 준비가 잘 돼 있고 무엇보다 윤장현 시장의 논리와 진정성이 가슴에 와 닿았다.

광주시 광산구 삼거동과 함평군 월야면 일대 406만㎡(123만평)에 조성중인 빛그린산단은 두 개의 거대한 나비 날개 모양을 닮았다. 한 쪽 날개에 해당하는 광주시 삼거동 일대만 해도 한 눈에 볼 수 없을 정도로 넓다. 시청과 기아차공장, 무안공항, 목포신항 등과는 40~50분 거리에 위치한다. 2018년 말, 부지조성 공사가 끝나면 전기차 중심의 완성차 공장과 부품업체들이 들어설 것이다.

이날 현장방문 행사에는 그린카 재단을 비롯한 자동차 관련 연구기관과 기업체, 대학의 산학협력단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현장을 둘러보며 산학연관 협업관계를 논의하자는 의도다. 각 기관이 추진 중인 내용을 설명하고 이어 간담회가 진행됐다. 현장에서 느낀 것들을 문답식으로 정리했다.

‘이 거대한 황토밭을 어떻게 공장들로 채울 것인가?’ 이 질문은 현실적이다. 미래비전은 허상이 될 수도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윤장현 시장은 말했다. “산단은 미래 전기차 중심이고 아직 한 번도 시도되지 않는 분야입니다. 그래서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 덧붙여 인도의 마힌드라 그룹과 현대기아차를 설명했다. 각각 1조원을 투자해 한국에서 전기자동차 플랫폼을 구성 중이다. 이들이 광주를 피해갈 수 없도록 미리 준비해 놓겠다는 전략이다. 조이롱 자동차는 이미 인증절차를 밟고 있다. 완성차 공장이 온다면 부품업체들은 자연 들어서게 될 것이다.

‘완성차 공장 유인책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이 질문에 중국의 조이롱 자동차를 예로 든다. 산단조성과 다양한 혜택. 높은 기술력과 세련된 자동차 디자인. 광주형 일자리. 그리고 또 한가지 든다면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기대이다. 광주는 한전덕분에 에너지 분야에서 큰 변화를 맞을 것이다. 최고 성능의 배터리, 전장기술의 빅뱅이 예고되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 실체가 있는 것인가?’ 이 질문은 모든 완성차 공장의 최대 관심사다. 적용된다면 대박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답은 진행형이다. 구체적인 실체는 빛그린 산단이 완성될 때 드러날 것이다. 파급효과를 예측해 보자. 완성차들이 외국으로 나간 이유가 있다. 고액임금과 강성노조다. 이것을 해소하면 돌아오게 할 수 있다. 광주의 분위기는 좋은 편이다. 새로 출범한 기아차 노조위원장도 광주형 일자리에 대해 부정적이지 않다. 빛그린 산단이라는 특정지역 내에서 평균임금 4천만원대의 협약이 사회적 합의로 이뤄진다면 조건은 충족된다. 윤 시장은 이를 위해 “강성노조라는 단어조차 광주에서는 사용되지 않도록 조심하자”고 당부한다. 중간임금으로도 넉넉히 살 수 있는 근로자 정주시설도 마련 중이다.

‘만약, 완성차 공장이 오지 않는다면…?’ 여러 조건을 갖춰도 오지 않는다면 사실상 답은 없다. 한 기업인의 얘기가 대안이 될 수 있다. “근거리용 전기차는 우리도 생산해 낼 수 있다. 조합을 만들어 시도할 테니 도움을 달라” 산단에 들어설 전기차 공용플랫폼은 광주만의 강점이다. 시스템이 완성차 공장설립과도 연결될 것이다. 4차 산업 시대, 자동차 생산도 레고와 같은 형태로 가변적으로 변하고 있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으로도 난관을 뚫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는 법. 진행과정이 매끄러울까?’ 이 질문에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현장에 온 유관기관들의 의지는 확연했다. 광주 그린카재단은 테크노파크 자동차센터와 통합 중이다. 기업체들도 애프터마켓 등의 조합을 결성해 대비하고 있다. 광, 전자, 에너지 산업들은 연계를 모색 중이다. 자동차안전연구원도 광주에 내려오도록 협의 중이다. 우려가 있다면 국비지원의 혜택을 받지 못한 기업들의 상대적 박탈감. 소외받지 않도록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성과에 급급하지 않기를 바란다. 척박한 땅에 깃발을 꽂았다면 시간이 필요하다. 진정성은 세월이 평가한다.

나는 현장에서 윤장현 시장을 다시 보게 됐다. 애초 자동차 선도도시를 처음 구상한 것도 그다. 취임 초기 광주형 일자리의 논리도 그가 짰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고 국비 3천30억원을 확정하기까지 그는 세 번의 눈물을 흘리며 읍소했다 한다. 이 국비는 붐 조성의 동력이 되고 있다. “광주에는 세 가지 밸리가 있습니다. 자동차, 에너지, 그리고 문화 밸리입니다. 새롭게 출발합시다. 도움 주시기 바랍니다.” 그의 말에 자신감이 배어 있다. 산업발전의 큰 획을 긋기 바란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