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일 오후 서울 삼청동 인근의 한 카페에서 설경구와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에서 범죄조직의 1인자를 노리는 '재호' 역을 맡았다.

  "새 대통령이 취임했으니 앞으로 잘 하시겠죠. 일단은 뭔가 자연스러워진 것 같아요. 덜 불편하잖아요? 이전에는 뭔가 정서가 불편했다면, 지금은 편안해지지 않았나요?"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으로 다시 관객들 앞에 선 설경구를 만난 날은 바로 10일,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날이었다. 그간 국정농단과 '블랙리스트' 논란으로 힘든 시기를 겪어야했던 문화·예술계에도 새로운 국면을 맞는 전환점이 된 날이다.

마침 청와대 인근인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설경구를 만난 김에 새 정부를 맞는 감회를 물었다. 그 역시 스스럼없이 이 같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다양성에 대한 기대다.

"4년 전에는 진짜로 '이런 이야기 해도 돼? 누가 투자 한대?' 이런 얘기(걱정)들을 했죠.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 갖고 뭐라고 할 사람은 아니잖아요. 문화·예술 쪽은 좋아질 것 같아요. 그러니 영화도 더 많은 아이템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임시완과 함께 호흡을 맞춘 이번 영화도 이 같은 설경구의 기대만큼이나 색다른 작품이다. 누아르 영화의 스타일리시한 영상미와 자유분방한 연출이 눈에 띤다.

그는 "'어? 이 친구들 봐라? 이런 꼴통들이 나한테 자극을 주네'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신진 연출자인 변성현 감독에 대해 친한 동생을 대하듯 다소 거친 언어로 이번 영화의 독특함을 표현했다.

▲ 지난 10일 오후 서울 삼청동 인근의 한 카페에서 설경구와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에서 범죄조직의 1인자를 노리는 '재호' 역을 맡았다.

"공부 못하는 고등학생들이 유일한 관심사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목소리에 핏대를 세우는 것 같은 분위기였죠. 무언가에 미친 꼴통들이라고 얘기할 수 있죠. 그래서 제게도 큰 자극이 됐어요."

그간 슬럼프를 겪은 뒤 이번 영화를 찍는 과정에서 한층 성숙해진 점도 털어놨다. 그는 "그동안 제가 연기를 너무 쉽게 접근했던 것 같다"며 "'이러다 끝난다 너' 하는, 정신이 번쩍 드는 점도 있었다"고 돌이켰다.

이 영화에서는 임시완 말고도 설경구의 상대역이 또 한 명 등장한다. 그가 '준호형'으로 부르는 허준호다. 교도소 안에서 설경구와 대결구도를 이루는 인물로 등장하는 허준호는 사실상 극 중 재호(설경구)의 캐릭터를 완성시켜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허준호를 사실상 설경구가 캐스팅한 비화도 있었다. 미국에서 지내고 있는 허준호가 입국한 걸 안 설경구가 제작진에 해당 역할로 '준호형'을 넌지시 추천했고 결국 '준호형'도 "경구 때문에 하겠다"고 승낙한 것.

러닝타임으로는 그다지 오래 등장하진 않는 배역이지만 캐릭터에 필요한 몸매를 두 달 이상 유지한 허준호에 대해 설경구는 "프로야"라고 치켜세웠다.

▲ 지난 10일 오후 서울 삼청동 인근의 한 카페에서 설경구와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에서 범죄조직의 1인자를 노리는 '재호' 역을 맡았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이번 영화에서 돋보인 것은 설경구 자신이다. 그는 연기생활 이후 4번째로 오는 17일부터 열리는 프랑스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받게 됐다. 비경쟁부문인 '미드나잇 스크리닝' 섹션이다. 이에 대한 기대감도 숨기지 않았다.

2000년에 '박하사탕'으로 칸영화제에 갔을 당시 르미에르 극장 앞에서 이창동 감독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지만 '진짜 레드카펫'이라 할 수 있는 르미에르에는 들어서지 못했다. 르미에르에서 상영되는 영화는 경쟁부문 초청작과 '미드나잇 스크리닝' 초청작뿐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번에는 '미드나잇 스크리닝' 초청작으로 당당하게 레드카펫을 밟는다. "제가 원래 레드카펫은 별로 안 좋아하는데요, 그래도 거긴 굉장히 서있는 것만 해도 영광인 것 같아요."

설경구는 이번 영화가 칸에 진출한 이유에 대해서는 누아르 영화이면서도 좀 더 다르게 풀어나간 이야기도 주효한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놨다.

"칸 진출 이유요? 그걸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하지만 다른 남성 투톱 영화들과는 좀 다르게 풀어나간 점이 이 영화의 매력이기 때문 아닐까요? 이번 영화는 출발점이 다른 영화와 같다는 기시감이 들더라도 나중에는 결이 다르게 빠져나간다는 점이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게 영화네', 하고요."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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