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센터의 추억

카센터의 추억

<문상화 광주대학교 외국어학부 교수>
 

유학생활은 힘들었다. 공부도 물론 힘들었지만 유학생활을 더욱 힘들게 한 것은 경제적인 문제였기 때문에 우리는 절약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생각해내야 했다. 미국에서는 차 없이 살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차는 선택이 아닌 필수품목이다. 그리고 당연히 관리 부담이 따른다. 가난한 유학생이라고 해도 예외가 아니다.

아무리 텍사스라고 해도 아파트의 뒷마당에서 기름이 펑펑 나오지 않는 한 기름 값은 어쩔 수 없는 고정지출비용이지만, 자동차를 관리하는데 드는 비용은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엔진오일을 직접 갈기로 했다. 처음에는 오일 교환 중에 차가 주저 않지 않을까 걱정스러웠지만 점차 익숙해져서 나중에는 손가락에 기름 한 방울 묻히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엔진오일을 교환하는 비용 $20을 절약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2만원을 절약한 것이지만 그 때는 그 $20이 20만원의 가치만큼이나 컸다.

엔진오일을 교환하는 것이 익숙해질 때 쯤 브레이크에서 마찰음이 나기 시작했다. 주변에 물어보니 브레이크 패드가 다 닳아서 소리가 나는 것이라 했다. 바퀴를 들어내고 브레이크를 보니 정말로 패드가 다 닳아서 못이 드러나고 있었다. 카센터에서 가격을 물어보니 한 개당 $50씩, 앞 브레이크에만 $100을 달라고 했다. 그 가격을 지불하느니 내가 할 수도 있을 것 같아 $10에 부속을 사다가 직접 교환하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든 막상 해보면 보기보다는 쉽지 않은 법. 붙였다 뗐다를 몇 번씩 반복한 후에 앞 브레이크 한 쌍을 새것으로 교환했다. 어딘가 어설퍼 보이기는 했지만 손으로 두들겨보아도 빠지는 것 같지는 않기에 만족하기로 했다. 이후 차를 몰고 나가면 정지할 때마다 어딘가 어설프고, 차가 흔들리는 느낌이 있었지만 불안감보다는 $90를 절약했다는 뿌듯함이 더 컸다.

그리고 얼마 후에 타이어가 마모되어서 교환을 하러 카센터에 갔을 때 내 차의 브레이크 패드를 들여다보던 기사의 안색이 변했다.

“이거 누가 한 거니?”

“내가 얼마 전에 한 건데, 무슨 문제가 있어?”

서양애들은 면전에서 구박을 주는 일이 좀처럼 없기 때문에 그 젊은 기사가 어색한 얼굴을 했고, 마침 지나가던 카센터의 매니저가 이 광경을 봤다. 그리고는 다가와서 내 차의 브레이크 패드를 들여다 보더니 다가와서 부드럽게 말을 걸었다.

“이봐 젊은이. 자네 혹시 야구 할 줄 아나?”

내가 그렇다고 했더니 그 매니저가 말을 이었다.

“야구에서는 말이야, 이전 타석에서 삼진을 당하더라도 다음 타석에서 홈런을 치면 잘하는 거야. 다이아몬드를 돌고 들어올 때 동료들이 일어서서 하이파이브를 해주잖아. 근데 인생은 안 그래. 이런 차를 타다가 사고가 나서 다리를 잃으면 평생 불구로 살아야 하는 거야. 중요한 일은 잘하는 사람에게 맡겨야 하는 거야. 그게 삶의 지혜야, 내 말 알겠어?”

매니저가 고개를 흔들면서 가버린 후에 나는 한참 서 있었다. 이후 브레이크 패드를 안전하게 고쳤는지는 상상에 맡긴다.

바야흐로 문재인정부의 인사철이다. 대통령이 채워야 할 자리가 꽤 많을테고 그 자리를 노리고 달려드는 사람도 자릿수보다는 분명히 훨씬 많을 것이다. 대통령도 고심을 하겠지만 사람보다는 자리를 우선 고려해서 인사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자리에는 자리가 요구하는 전문적 능력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래서 그 것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선임자의 업적을 무조건 지우려는 사람, 자리가 요구하는 것보다는 내가 원하는 것을 우선 하는 사람, 윗사람의 입맛에 맞는 일을 먼저 처리하려는 사람, 그리고 수시로 말을 바꿔가며 그 자리를 탐하는 사람은 우선 배제되었으면 한다. 누구나 다 할 수 있다고, 시키면 못하는 일이 어디 있겠냐고, 그쯤은 나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 사람 또한 우선 배제대상이다.

중요한 직책에는 전문가의 오랜 경험과 전문적 식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가 엉터리로 고친 차의 책임은 내게 돌아오면 그만이겠지만, 부적절인사의 책임은 정부뿐만 아니라 소중한 우리 아이들의 미래에 까지 미치는 법이다. 부디 현 정부는 사람이 원하는 것보다 자리가 원하는 것을 먼저 생각했으면 한다. 문재인정부의 인사가 잘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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