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형 5·18정신을 만들어야 한다

오늘은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이다. 오늘 국립5·18민주묘지 일원에서 열리는 기념식에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제창된다. 이 노래는 이명박·박근혜 정권 기간 동안 합창형식으로 불려졌다. 5·18을 상징하는 노래가 지난 2009년부터 제창으로 불리지 못한 것은 그만큼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왜곡이 우리사회에 깊게 자리하고 있다는 의미다.

문재인 정부의 출범과 동시에 합창으로 불려졌던 ‘임을 위한 행진곡’이 제창으로 울려 퍼지게 된 것은 우리사회의 비상식이 상식으로 변하고, 민의에 반하는 권력의 폭압이 제거되기 시작함을 뜻한다. 과거 5·18은 탄압받는 5·18이었다. 또 폄훼당하기 일쑤인 5·18이었다. 그 5·18은 이제 제37주년 기념일을 계기로 해 존중받는 5·18로 다시 거듭나고 있다.

정부의 5·18기념행사에서 ‘임~’이 제창되면서, 형식적인 의미에서의 ‘5·18기념’은 이제 완성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5·18정신을 구현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부끄럽게도 그 대답은 부정적이다. 정의에 대한 신념, 불의에 대한 항거, 그리고 이웃에 대한 돌봄이 핵심인 5·18정신은 3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광주·전남사회의 기본정신으로 뿌리내리지 못했다.

광주·전남사회는 5·18을 자랑스러워 하면서도 정작 그 정신을 실천하는 데는 소극적이었다. 고백컨대 5·18은 개념적이었다. 생활 속에서 구현되는 5·18이 아니었다. 이제 5·18을 ‘생활형 5·18’로 바꿀 필요가 크다. 과거에는 정부나 타 지역민들이 5·18을 왜곡하고 제대로 대접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5·18행사와 관련된 지역민들의 태도가 투쟁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임~’이 제창이 불허되던 2009년부터 2016년까지 5·18 행사장에 내걸린 구호는 거친 것이 많았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각종 37주년 행사가 열리는 금남로에는 붉은 색 일색으로 각종 정치적 구호와 남북관계 개선을 요구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는데, 무척이나 호전적이다. 우리가 지금 서둘러야 할 것은 5·18기념과 행사에서 정치색을 배제하는 것이다.

광주·전남 지역민들의 과제는 5·18정신을 실천형 시민정신으로 정착시키는 것이다. 5·18 진상규명이 미진하기에 철저한 재조사가 요청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5·18이 너무도 과거 지향적으로 흐르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5·18정신을 지역사회와 국가를 건강하게 만드는 정신으로 삼는 노력이 절실하다. 미래지향형 5·18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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