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전과자 낙인 찍히는 것 막고 싶었다" 주장
법원 "고통 풀어주기는커녕 숨기려 해" 실형 선고

 

 보육원생들 간 일어난 폭력 행위 등을 수년에 걸쳐 방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보육원 직원들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이들은 폭력을 저지른 아이들에게 형사처벌 전력을 남기는 것보다 사랑으로 훈육하고자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피해 아동에게 미쳤을 부정적 영향을 고려하면 '사랑의 훈육'이 어떤 걸 의미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김주완 판사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A보육원 원장 정모(65·여)씨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하고,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80시간 이수를 명했다고 18일 밝혔다.

정씨와 함께 기소된 A보육원 사무국장 윤모(54·여)씨에게도 징역 2년6개월에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80시간 이수가 선고됐다. 아울러 A보육원 교사 이모(35)씨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아동학대 치료 강의 40시간 수강이 선고됐다.

정씨 등은 2012년 4월부터 2016년 5월까지 원생들 사이에서 발생한 수십 건의 폭력·성폭력 범죄를 아동보호전문기관 또는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이 같은 사실이 외부에 알려질 경우 시설장 교체나 시설 폐쇄 등의 행정처분을 받을 것을 우려해 신고 등 재발 방지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 과정에서 정씨 등은 "수사기관에 곧바로 신고하지 않은 것은 아동들에게 전과자라는 낙인까지 찍어주는 것을 막고 싶었기 때문이다"라며 "현실적인 제약 아래 나름대로 아동들을 위해 조치를 취했다"고 주장했다.

김 판사는 각종 증거를 통해 이들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아울러 정씨 등이 재판서 보인 태도를 엄중히 꾸짖었다.

김 판사는 판결문에서 "정씨 등은 문제아동이라 하더라도 이들 역시 가족이라 생각했고, 사랑으로 훈육하고자 신고를 꺼렸다고 진술한다"며 "이들 논리대로라면 가해 아동은 좋을지 모르나, 피해 아동은 계속해 가해 아동의 보복에서 벗어날 수 없는 지경"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씨 등은 피해 아동의 성폭력 피해 상황을 인지했음에도 1년간 사실을 숨기고 방치했다가 학교에서 경찰에 신고했다는 사실을 알고부터는 회의를 통해 교사들 입을 맞추고자 했다"고 지적했다.

김 판사는 "피해 아동들 중 일부는 인격이 형성되는 가장 중요한 아동·청소년기에 약 3년이나 되는 시간 동안 폭력·성폭력 등에 시달려 왔다"며 "피해 아동의 인격 형성에 미쳤을 극단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고려하면, 정씨 등이 주장하는 '사랑의 훈육'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의미를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씨 등은 대외적으로 보육원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가장했으며, 피해 아동을 가해 아동과 완전히 분리해 보호하려는 시도도 하지 않았다"며 "피해 아동들의 고통을 풀어주기는커녕 대외적으로 숨김으로써 그 고통을 장기간 이어지게 한 범행은 무거운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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