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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광석 목포과학대 교수의 남도일보 '남도시론'5·18에 시작하는 100일 햇살 기도

5·18에 시작하는 100일 햇살 기도

<형광석 목포과학대학교 교수>
 

형광석 목포과학대 교수
 

오늘로 문재인 대통령님이 대통령으로 취임한 지 만 열흘이 떠나갔다. 어찌 된 일인지, 내 몸속 세포는 그 하루하루를 1년으로 셈하는 반응을 보인다. 10년에 걸쳐 일어났어야 할 세포의 반란이 10일간에 압축해서 이뤄진 느낌이다.

5월 10일에 당선의 기쁨을 곧바로 물리치고 취임하여 긴급한 돌발 상황에 대응하는 아주 숙련된 5분대기조처럼 발등에서 활활 타오르는 불을 꺼가는 신속하고 적확한 실질적 조치를 단행하는 문 대통령님의 배짱과 내공을 보면서 내 마음의 심리적 인자는 그렇게 반응했다. 대통령님의 제1호 업무지시인 ‘일자리 위원회 설치 및 운영방안’,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는 의지와 방법을 보여준 인천공항 방문, 2014년 4·16사변 ‘세월호 참사 기간제 교사 순직 인정’ 지시와 그 교사의 아버지에게 드린 위로 전화, 참여와 연대의 정신으로 삶을 형성해온 인사를 정면에 전면 배치, 고위 검찰의 ‘돈 봉투 만찬’ 사건에 대한 고강도 감찰 지시 등과 같은 일은 이미 떠나간 엊그제 9년간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는 듣도 보도 못한 일이다. 만일 그걸 상상하고 드러낸 사람은 짱돌로 맞았을 거다.

새 대통령님이 물려받은 집의 상태는 어떨까? 언론보도에 기초하여 각색하면 이렇다. 방은 사방이 무슨 용도인지 모를 대형거울로 치장됐으나 비가 오면 천장에서는 비가 새고 방바닥에는 습기가 올라와 이슬이 맺히고, 집 구석구석에는 독성이 심한 곰팡이 버섯이 자라고, 수도관은 녹슬어 녹물이 나고, 하수구는 막혀 구린 냄새가 진동하고, 인터넷 선은 끊기고 공유기는 고장인지 네트워크는 작동하지 않고, 더구나 제4차 산업혁명이 밀물이라는데 컴퓨터는 깡통이다.

나라가 이 지경에 이른 그 9년간 각종 트라우마 탓으로 세포는 증식 활동을 멈추다시피 했다. 불행 중 다행인지 정신이 돌지는 않아서 촛불을 들 의지와 용기를 잃지는 않았으나 희망은커녕 실망할 일조차도 없이 오로지 절망과 더 큰 절망의 연속이었다. 그들이 쥐락펴락했던 9년은 시간의 길이로는 9년이지만 시간과 역사발전의 기회비용까지 고려하면 그 시간 길이의 열서너 배인 약 120년을 잃어버렸다. 우리나라는 120년 전인 19세기 말과 비슷한 상황으로 뒷걸음질했다.

1894년 갑오년 동학혁명이 일어났을 때, 당시 조선 조정은 독자적으로 상황을 관리하지도 수습하지도 못 하고 외국 군대를 불러들이고 외세에 의존했다. 마침내 군대를 보내달라는 조선 조정의 요청에 따라 청나라는 군대를 파병했고 일본도 곧바로 톈진조약(天津條約)을 빌미로 조선에 군대를 출병했다. 톈진조약은 1884년 갑신정변 실패의 결과로 동북아시아 세력균형을 위해 1885년 4월에 청나라와 일본이 맺은 조약이다. 그렇게 청군과 일본군은 우선 동학혁명을 무자비하게 살육하고 나서 그들끼리 전쟁을 벌였다. 그게 청일전쟁이다. 전쟁터는 중국도 일본도 아닌 우리나라 땅이었다.

현재 일본 수상인 아베 신조의 언행을 보면, 일본은 어떻게 해서든지 한국에 일본군을 출병할 명분을 찾느라 눈이 벌겋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렇게 엄중한 상황에서도 직전 정부는 외교에서는 마치 무장 해제당해 지팡이도 없이 손마저 뒤로 묶인 포로처럼 속수무책이었다. 효과적인 대응책은 고사하고 우리나라의 문제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이게 나라다운 나라인가?

일본군이 남한에 출병한다면, 중국군이 북한에 출병한다면, 어떻게 되지? 최근에 생긴 필자의 공포이다. 그저 공포에 그치기를 빈다. 청일전쟁으로 말미암아 우리들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겪은 트라우마가 내 유전인자에 박혔을까.

나라다운 나라, 온전한 민주공화국가, 주변 4대 강국인 중국·러시아·미국·일본에 당당한 나라, 노동자의 경영참가권과 이익균점권을 보장하고 실현하는 나라, 제37주년 5·18 광주 민주화 운동 기념식장에서 아버지에게 바치는 ‘슬픈 생일’이라는 제목의 추모사를 눈물로 낭독한 유족을 직접 걸어 나가서 포옹하고 위로한 문 대통령님을 염두에 두고 틈만 나면 햇살처럼 널리 전파되라는 의미로 100일간 하느님과 천지신명께 햇살 기도를 바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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