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가 울컥…유족도 시민도 대통령도 울었다

제37주년 5·18 기념식 감동과 눈물의 드라마

손에 손잡고 ‘임~행진곡’ 제창…전국에 울려 퍼져

“속이 후련하다” 박수·환호…위상·의미도 회복

임을 위한 행진곡 부르는 문재인 대통령
제37주년 5·18 광주민주화운동기념식이 18일 오전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거행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자들과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광주가 울컥했다. 5·18 민주화운동 제37주년 기념식을 맞아 유족도 광주시민도 대통령도 울었다. 새 정부가 들어 선지 8일만에 맞은 서른 일곱 돌 5·18 기념식은 감동과 눈물이 뒤 섞인 가슴 찡한 한 편의 드라마였다.<관련 기사 2·3·4·7·8·9면>

18일 오전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5·18정신계승, 정의가 승리하는 대한민국’을 주제로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거행됐다. 오월 영령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억하고 그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한 기념식의 시작과 끝은 박수와 환호였다.

오전 9시50분, 행사 시작보다 10분 일찍 5·18민주묘지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과 다르게 차를 이용하지 않고 민주의문부터 기념식장까지 걸어서 이동했다. 문 대통령이 기념식장까지 걸어가는 동안 시민들은 벅차 오르는 감동과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문재인”을 외치며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문 대통령은 격식 파괴와 열린 경호로 화답했다.

기념식이 진행되고 문 대통령이 기념사를 통해 5·18 진상 규명과 역사 왜곡 방지, 오월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겠다는 등을 언급할 때마다 기념식장에 참석한 참배객들은 박수를 보냈다. 15분간의 연설에서 참배객들은 24번이나 박수를 쳤고 문 대통령은 연설하는 중간 중간 잠시 말을 멈추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5월 광주는 지금도 살아 있는 현실이고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역사”라며 “5·18 광주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정례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일부 참배객들은 문 대통령의 기념사가 울려 퍼질 때 “속이 다 시원하다”며 눈가에 맺힌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가정과 직장에서 TV 통해 기념식을 지켜본 시민들도 그동안 억눌렸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광주 풍암동에 사는 엄윤상(40)씨는 “무거운 기념식도 이렇게 감동을 줄 수 있구나하는 생각을 했다”면서 “문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과 촛불 혁명의 정신을 받들어 민주주의를 온전히 복원할 것이다’는 말을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고 벅찬 감동을 전했다.

기념식에서는 9년만에 ‘임을 위한 행진곡’이 제창됐다. 문 대통령을 비롯한 참석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옆 사람들과 손을 맞잡고 박자에 맞춰 흔들며 ‘임~행진곡’을 함께 불렀다. 왜곡과 축소로 점철됐던 ‘임~행진곡’이 광주를 넘어 전국으로 울려 퍼졌다. 그동안 정부의 외면으로 역사적 의미가 축소되고 형식적인 행사로 전락했던 5·18이 그 위상을 되찾은 상징으로 해석됐다.

굴곡진 지난 세월을 보상받듯 이날 5·18민주묘지에는 1만명이 넘는 역대 최대 규모인 구름 인파가 몰려 민주와 인권·평화로 상징되는 광주정신의 부활을 외쳤다. 국가보훈처는 이날 기념식을 국민개방형 행사로 진행했다. 과거와 달리 국민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도록 입장 통제를 하지 않았다. 초청장 없이도 추모객 누구나 별다른 통제를 받지 않고 입장이 가능했다. /노정훈 기자 hun7334@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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