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뻥 뚫렸다…이게 진짜 나라여”

확 바뀐 기념식…‘임~행진곡’ 제창·개방형 진행

갈등 없는 ‘소통·통합의 장’찬사…감동의 눈물도

제37주년 5ㆍ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이 18일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5ㆍ18민주묘지에서 열린 가운데 관람객들이 핸드폰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촬영하고 있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간절한 기도를 이제야 하늘이 들어준 것 같어. 가슴이 다 뻥 뚫린 느낌이여…”

18일 오전 제37주년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이 끝나고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행방불명자 묘역에서 만난 최옥순(77) 할머니는 올해 기념식 덕분에 5·18 당시 목숨을 잃은 남동생에게 진 빚을 조금이나마 던 것 같다며 기뻐했다. 최 할머니의 동생 최판술(당시 28세) 열사는 5·18 당시 계엄군의 총탄에 맞고 목숨을 잃었으나, 시신도 찾지 못해 행불자 묘역에 비석만 남았다.

최 할머니는 “매번 ‘임을 위한 행진곡’도 제창 못하게 하고, 대통령도 안 오고 보수정권에서 얼마나 5·18을 홀대했었냐”며 “이제 문재인 대통령이 책임자도 처벌한다고 하고, 기념식도 온 국민이 화합할 수 있게 꾸며줘 기쁨의 눈물이 다 나왔다. 동생 볼 면이 선다”고 밝혔다.

최 할머니의 말처럼 올해 기념식은 ‘임~행진곡’ 제창은 물론 국민 누구나 참석 가능한 개방형행사로 치뤄져 국민소통과 통합의 의미를 더했다.

이날 1만여명의 광주시민 등은 간단한 보안검색을 마친 뒤 자리가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자유롭게 기념식장에 입장해 행사를 관람할 수 있었다. 과거 유족들이 기념식 초청장을 제시해도 유공자증을 보여달라던 보훈 당국의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더욱이 손에 손을 잡고 부르는 ‘임~ 행진곡’ 제창은 말 그대로 ‘화합의 장’이었다. 5·18 유가족과 시민들은 ‘임~행진곡’을 부르는 동안 갈등의 세월을 떨쳐내고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5·18 당시 남편을 잃은 유가족 박유덕(74) 할머니는 “‘임~행진곡’도 마음대로 못 부르게 하더니 어떻게 정권이 바뀌었다고, 이렇게나 변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노래를 부를때는 감동이 밀려와 오월어머니들과 다함께 목놓아 울었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기념식을 찾은 박순호(46)씨도 “다함께 부르니 이렇게 좋은걸 국민 통합을 저해한다고 못하게 했으니 참 그 세월이 야속하다”며 “지금부터라도 ‘임~행진곡’을 힘차게 부를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다”고 말했다.

이번 기념식 행사에 새로 추가된 기념공연도 참석자들을 한마음으로 묶어냈다. 기념공연 1막에서 1980년 5월 18일 자신이 세상에 태어난 날 계엄군의 총탄에 아버지를 잃은 김소형(37·여)씨의 사연이 나오자, 시민들은 아직 끝나지 않은 5·18의 아픔을 공감하고 김씨와 함께 눈물 흘렸다.

TV를 통해 기념식을 지켜봤다는 김영순(56·여)씨는 “대통령이 유가족을 끌어안고 함께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고 이게 진짜 나라라는 생각에 울컥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념공연에서 서울과 경상도, 전라도, 강원도 등 각 지역을 대표하는 대학 음악교수들의 합창은 지역감정 타파와 국민통합의 의미를 잘 전달해 주목받았다.
/이은창 기자 le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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