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취재>“텃밭 다 헤집고…무서워서 근처도 못가”

무등산 자락 주민들 ‘멧돼지’ 공포

먹이 찾아 최근 민가 출현 잇따라

기동포획단 올해 25마리나 사살
 

최근 먹이를 찾아 민가까지 내려온 멧돼지 때문에 광주 무등산 자락 마을 주민들이 공포를 호소하고 있다. 22일 오전 멧돼지가 주로 출몰하는 위치를 가리키고 있는 광주 동구 소태동 태봉마을 주민 백명은(82) 할머니. /이은창 기자 lec@namdonews.com
최근 먹이를 찾아 민가까지 내려온 멧돼지 때문에 광주 무등산 자락 마을 주민들이 공포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22일 오전 광주 동구 소태동 태봉마을 주민 백명은(82) 할머니가 마을주민들과 함께 멧돼지 차단을 위해 설치해 놓은 폐현수막을 설명하고 있는모습. /이은창 기자 lec@namdonews.com

“사람보다 훨씬 큰 멧돼지가 텃밭을 다 헤집어 놓은디 노인들은 무서워서 뒷산 근처도 못가…”

광주광역시 동구 소태동 무등산 자락에 위치한 태봉마을에 40년째 거주중인 백명은(82) 할머니는 최근 먹이를 찾아 마을까지 내려온 멧돼지 때문에 고민이 많다. 백 할머니는 22일 “봄만 되면 멧돼지 떼들이 마을 바로 뒤에 위치한 텃밭까지 내려와 고구마밭을 파헤치고, 고사리를 다 헤집어 놓고 간다”며 “여기 사는 사람들 대부분이 70대 이상 노인들인데, 노인들 모두 행여나 멧돼지를 마주칠까 노심초사”라고 말했다. 백씨는 또 “최근에는 마을 뒷산과 마을을 잇는 문까지 멧돼지가 내려왔다”면서 “이 문도 멧돼지를 막기 위해 항상 굳게 잠궈 놓는다”고 밝혔다.

태봉마을에서 4~500여m 떨어진 운림동 동산마을과 성촌마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 3월 광주 동구 운림동 성촌마을에서 동구 기동포획단에 사살된 멧돼지 모습./동구 제공

실제로 이곳 무등산 자락 인근 마을에서는 올해만 10마리에 달하는 멧돼지가 동구 유해조수구조반 기동포획단의 엽총에 사살됐다. 북구 효령동과 장등동, 망월동 등지에서도 올해 15마리의 멧돼지가 붙잡혔다. 하지만 워낙 멧돼지의 개체수가 많은데다 최근에는 수풀까지 우거져 포획이 쉽지 않다. 기동포획단도 지난 3월께 태봉마을과 성촌마을에서 멧돼지 2마리를 잡은뒤 4월 한달과 5월 들어서는 한 마리도 포획하지 못했다.

멧돼지가 무등산 국립공원지구로 도망가는 것도 포획의 어려움 중 하나다. 자연공원법상 국립공원 내에서는 사냥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무등산국립공원으로 도망 가버린 멧돼지는 기동포획단으로서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

잇따른 멧돼지의 출현에 무등산 자락 마을 주민들도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태봉마을 주민들은 텃밭에 말뚝을 박고 폐현수막 7~8개를 이어 길이 20여m, 높이 1m 가량의 ‘멧돼지 차단막’을 직접 만들었다. 또 부득이 뒷산에 들어가야 할 경우 2인 이상 짝을 지어 출입하기로 하는 등 주민들 스스로 멧돼지 안전대책을 마련했다.

동구도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멧돼지 ‘포획틀’을 설치할 예정이다. 포획틀은 멧돼지 주요 출몰지역에 설치되며 장치 안에 멧돼지의 후각을 자극할 수 있는 라면, 닭갈비 등 먹이를 둬 멧돼지를 유인한다. 또 무인센서카메라를 통해 멧돼지가 장치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확인되면 시건장치가 자동으로 작동되고, 멧돼지는 포획틀 안에 갇히게 되는 원리다.

동구는 우선 올해 추경예산을 통해 개당 200만원에 달하는 포획틀 3개를 설치한 뒤 효과가 있을시 내년부터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동구 환경청소과 관계자는 “엽총과 사냥개를 이용한 포획방법은 멧돼지들이 무등산국립공원으로 달아나버리는 등 한계가 있었다”며 “포획틀과 기동포획단을 동시에 운영해 마을 주민들의 멧돼지 공포를 덜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은창 기자 le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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