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다운 나라를 꿈꾸며

나라다운 나라를 꿈꾸며

<문정현 법무법인 바른길 대표 변호사>
 

아주 작은 별에서 지구를 찾아 온 어린 왕자는 어느 날 무려 오천송이가 넘는 장미꽃들이 피어 있는 정원을 보게 된다. 어린 왕자가 살던 작은 별에서 약간은 심술궂은 허영심으로 어린 왕자를 괴롭혔던 그 꽃, 세상에 자기와 같은 꽃은 하나뿐이라고 우쭐대던 결코 겸손하지 않았던 그 꽃이 무려 오천송이나 피어있는 정원을 보게 된 어린 왕자는 울컥 슬픔이 복받쳐 풀밭에 엎드려 울었다. 어린 왕자가 살던 별에 피어있는 그 꽃이 오천송이가 넘는 이 장미정원을 보게 된다면 얼마나 기가 죽을까. 비웃음거리가 되지 않으려고 끔찍이도 기침을 해대면서 죽는 시늉을 하게 되겠지 생각하면서…

여우를 통해 ‘서로에게 길들여져야 비로소 관계를 맺게 되고, 그래야만 서로에게 의미있는 유일한 존재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된 어린 왕자는 장미꽃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희는 아름다워. 허지만 텅비어 있어. 누구도 너희를 위해 죽을 수는 없을 거야. 물론 평범한 행인은 내 장미도 너희와 비슷하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내게 있어 내 장미는 너희 전부보다도 더 소중해. 내가 물을 준 건 그 꽃이기 때문이고, 유리 덮개를 씌어준 것도 그 꽃이기 때문이야. 또 내가 바람막이로 막아준 것도 그 꽃이기 때문이고, 벌레를 잡아준 것도 그 꽃이기 때문이야. 불평을 털어놓거나, 허풍을 떨 때, 심지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을 때도 내가 귀 기울였던 건 내 꽃이기 때문이야. 바로 내 장미이기 때문이야”라고.

그 이후 어린 왕자는 여우가 작별하면서 했던 말, “네 장미를 그토록 소중하게 만든 건 네가 장미를 위해 바친 시간때문이야”라는 말을 음미하면서 모든 사람은 언제나 자신이 길들인 것에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가슴에 새긴다.

어린 왕자가 장미를 그토록 소중하게 여긴 것은 그가 장미를 위해 바친 시간과 노력때문이었다. 그렇다. 무엇인가를 위해 바친 시간과 노력은 그 무엇인가를 소중하게 여기게 한다. 그것이 비록 어디에서나 발견할 수 있는 것일지라도.

지난 겨울 우리는 촛불을 들고 광장에 모여 흐트러지고 만신창이가 된 나라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치유하고 싶어했다. 나라다운 나라를 갖고 싶은 간절한 염원을 담아 우리의 시간을 바쳤고, 우리의 열정을 쏟았다. 우리가 적폐청산을 외치고 불의한 세력에 맞선 것은 나라다운 나라를 가꾸고 싶었기 때문이고, 국민화합을 위해 서로를 배려하고 인내한 것도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세상 모든 나라가 나라다운 나라를 갖고 있다고 해도 우리에게는 텅빈 것일 뿐이기 때문에 우리만의 소중한 나라를 가꾸어야 했다.

그 결과 장미대선이 치러졌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다. 새 정부를 지지하던, 지지하지 않던 간에 새 정부가 들어선지 몇일이 지나지 않은 지금, 우리는 행복과 환희를 느끼고 있다. 비로소 나라다운 나라가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변화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건 우리가 나라다운 나라를 위해 바친 시간과 열정이 비로소 실현될 수 있다는 기대감때문이 아닐까. 나라다운 나라를 염원한 간절함이 있었기에.

그런데 우리가 그토록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 것은 특정 세력의 정부나 나라가 아니다. 우리 모두가 갖고 싶어했던 것은 우리 모두를 위한 나라다운 나라이다. 그래서 새로운 정부가 우리가 그토록 소중하게 여기는 나라다운 나라를 위해 헌신할 때에는 박수를 보내야 하지만, 조금이라도 나라다운 나라에 손상을 입힐 우려가 있을 때에는 침묵해서는 안된다. 새 정부가 불평을 털어놓거나, 허풍을 떨 때, 심지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을 때도 우리가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다.

세상에는 나라다운 나라가 많고 많지만, 우리에게 소중한 것은 우리의 나라이다. 어린 왕자가 물을 준 건 그 꽃이기 때문이고, 유리 덮개를 씌어준 것도 그 꽃이기 때문이듯이 우리가 열정과 시간을 쏟아야 하는 것은 나라다운 내 나라이다. 이제 우리는 주권자로서 우리의 나라를 길들여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서로에게 소중하고 의미있는 유일한 것이 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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