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구청장 사퇴투쟁인가?
<이찬 한국유네스코 광주·전남협회 이사>
 

잠잠하다 싶었는데 광주광역시 서구청 노조가 또 다시 거리시위에 나섰다는 소식이 들렸다. 재작년부터 지역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서구청 노사문제가 재발할 조짐이다. 안타깝고 걱정스럽기 그지 없다. 그나마 몇 개월간 노사 양측이 냉각기를 갖고 있던터라 원만히 해결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서구청 노조는 많은 이들의 바람을 저버리고 말았다. 지난 10일 전공노 광주본부가 서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고 한다. 기자회견에서 노조는 서구청장을 적폐 청산 대상 1호 단체장으로 규정하고 구청장 사퇴투쟁에 끝까지 연대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처음 노조가 구청장 사퇴 투쟁을 시작했을 때에는 혹시 구청장이 주민들이 모르는 부정한 일을 저지른 건 아닌지 의아해 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단지 공무원들에게 지급되는 성과상여금을 분배하지 못하게 했다는 이유로 갈등이 시작됐고, 급기야 사퇴투쟁으로 번지게 된 것이었다.

성과상여금으로 촉발된 서구청 노사 갈등이 계속되면서 이제 구청장은 적폐 대상으로까지 지목되기에 이르렀다. 이번 기자회견 역시 그동안 서구청 노조가 줄기차게 부르짖어온 성과주의 폐기의 연속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벌써 3년째다. 지난 3년간 노조는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시위와 투쟁을 계속해 오고 있다.

사실 그 어떤 기관이나 단체, 그리고 사업장이든 노동조합이 설립된 곳은 노사간 크고 작은 갈등과 마찰이 있을 수 밖에 없다. 노동자와 사용자는 이해가 상충되는 부분이 많고, 서로 기대하거나 요구하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사 어느 한 쪽이라도 법이나 상식을 넘어서는 요구를 한다거나 받아들일 수 있는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때에는, 그 누구에게도 공감받지 못할뿐더러 사회적인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공감의 밑바탕에는 법과 상식이 자리한다는 점에서 현재 서구청 노조의 요구가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되짚어볼 문제다.

구청장이 부정한 일을 했다거나 또는 주민이나 지역에 크나큰 위해를 끼쳤다면 당연히 노조도 사퇴를 요구할 수 있다.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주민들이 먼저 사퇴운동에 나설 것이다.

하지만 지금 서구청 노조가 주장하고 있는 성과제도의 폐기는 누가 보아도 구청장 사퇴투쟁의 명분이 될 수 없다. 법적으로 명시된 국가정책을 추진한다고 해서 단체장을 물러나라고 할 수 있단 말인가?

더욱이 아무 권한도 없는 구청장에게 제도를 없애라고 한다면 어찌 되겠는가?

사실 그동안 주민대표들도 서구청 노사문제 해결을 위해 적지 않은 노력을 해왔다. 작년 5월 주민대표단을 구성해 노조 임원들을 만나 중재를 하기도 했고, 시위 현장에 찾아가 강경투쟁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또한, 구청장과 대화로 풀어갈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으며, 주민대표·구청장, 그리고 노조 임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연석회의를 갖기도 했다.

그럼에도 투쟁이 계속되자 주민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노조의 각성을 호소했고, 400여명이 참석한 주민 토론회에서는 노조의 강경투쟁 자제를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구청 노조는 요지부동이었다. 구청장은 주민들의 손으로 뽑은 단체장이다. 구청 내부의 일로 구청장을 나가라고 한다면 주민들과 지역의 일은 어떡하란 말인가? 서구청 노조는 거리 청소와 불법노점상 정비까지도 강제동원이라고 주장하며, 직원들에게 참여하지 말 것을 종용했다고 한다.

말도 안 되는 일 아닌가? 일반 주민들은 서구청 노조가 폐지를 주장하는 성과제도에 대해 자세한 내용까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법률에 명시된 제도를 시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꼭 폐기해야 한다면 권한 있는 기관에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과제도가 법적으로 추진토록 하게 되어 있다면 전국의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유독 서구청 노조만 반대하며 시위를 계속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주민들은 부정한 단체장이나 무능한 단체장을 원치 않는다. 만약 부정을 저지르거나 무능한 구청장이라면 주민들이 먼저 나서서 사퇴투쟁을 벌일 것이다.

하지만 서구청 노조의 구청장 사퇴투쟁은 거듭 말해 아무런 명분이 없다. 서구청 노조도 이제는 법을 초월한 요구나 상식에 벗어나는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러한 요구나 주장은 공감을 받지도, 지지를 얻을 수도 없을뿐더러 오히려 비난의 대상이 될 뿐이다.

사회와 조직의 갈등과 반목 속에서 유네스코의 정신인 관용 이해 평화를 다시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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