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사회적 인식전환 절실

<이건화 전남 영암경찰서장>
 

가정이란 인간이 처음으로 접하게 되는 작은 사회이다. 가정의 문제는 곧 사회의 문제로 다가온다. 한국 사회에서 가정 폭력은 가정 내 문제로, 또는 전통적 가치관 속에서 폭력으로 인식되지 않는 면이 강했다. 부부간의 문제에 대해서는 ‘부부 싸움은 칼로 물베기’라는 속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 사회에서는 여러 잘못된 인식에 의해 맞을 짓을 했으니까 맞는다는 논리로 가정 폭력을 범죄로 인식하지 않고 사생활의 영역으로 치부해 왔다.

특히 가정 폭력은 서로가 영향을 주고 있는 가족 구성원이 한 울타리 속에서 일상을 함께하고 있는 상태에서 발생하므로 그 일상화의 심각성이 제기된다. 또한 가정 폭력에 의해 폭력의 대상자뿐 아니라 구성원 전체가 불안, 두려움, 공포 등으로 인한 자존감 상실과 더불어 조절 장애 등 다양한 정서적 문제에 노출될 수 있다. 특히, 미성년 자녀에게는 폭력이 학습되는 경향이 있어 학교폭력 및 성폭력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 그 피해의 심각성은 매우 크다.

지금의 우리사회는 가정폭력으로 인해 가정이 붕괴되고 나아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더 심각한 것은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이러한 피해를 당하고도 신고를 하지 못한다는 것에 있다. 보복이 두렵거나 ‘맞고 사는 삶’이 오랜 기간 지속되면서 신고조차할 수 없는 무기력 상태에 놓이기 때문이다.

가정 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정 폭력의 가해자는 알코올 중독자라거나 학력 및 사회 계층이 낮은 사람이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실제 가정 폭력자 중 가해자의 대부분이 가정 이외의 사회나 직장에서 원만한 생활을 하고 있는 전문직 종사자의 중에서도 가정 폭력을 행사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가정이 화목해야 나라가 산다’ 라는 말이 있듯이 가정은 대화의 창구이자, 사랑의 공간이며 삶의 재충전소다.

가정폭력은 이제 엄연한 범죄행위며, 어느 누구도 매 맞을 짓이란 없다, 때려서라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가정폭력이 발생하면 이제는 발생 초기단계에서부터 경찰에 적극적으로 신고해 전문 상담원들의 도움을 받아 가정폭력의 연결고리를 끊어야 하며, 가정폭력의 위험성을 인식 방임으로 인한 피해자가 더 이상 생겨나지 않도록 모두의 관심이 무엇보다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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