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과연 누구를 위한 정부 각료들인가

그들은 과연 누구를 위한 정부 각료들인가

<박상신 소설가>
 

900여 년 전. 고려 시대 무인들이 군사 정변을 일으켜 정권을 잡는다. 이를 역사는 무신정권 시대(1170~1270년)라 칭했다. 무려 100년 동안 철권통치를 이어나가며 집권이 거듭되자, 그들의 사리사욕은 그 수위를 조절할 수 없을 만큼 잔혹해만 갔다. 그동안 민초의 삶은 피폐를 넘어 공주 명학소의 난과 만적의 난 등 수많은 민란이 끊이지 않고 일어났다. 정중부(1107~1179년)에서부터 시작해 임유무(1252~1270년)에 의해 끝난 100년의 무신정권, 문무관직의 독점은 물론 백성을 개·돼지 취급하며 아울러 착취의 수단으로 여겼고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채워나갔다. 무인들은 하나같이 정권 권력자의 충견이 된 채 달콤한 권세를 누리다가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역사의 사이클은 또다시 그들의 과오를 재조명하려 한다. 58년 전 5·16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쥔 박정희 장군, 38년 전 5·18 민주 항쟁을 총칼로 탄압해 정권을 탈취한 전두환 장군을 떠올리게 한다. 그 휘하의 무인들이야말로, 고려시대 무인정권과 다를 바 없이 비극적인 최후를 회상하듯 역사는 그들의 과오가 잘못된 것임을 방증(傍證)하려 한다. 하지만 군사정권의 관료들 대다수가 군사 정변의 공신들로 채워졌고, 그들의 매관매직과 권세는 하늘을 찌르기만 했다. 예나 지금이나, 그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권력을 사유화했다는 것이다.

오늘날은 어떠한가. 은둔 생활 18년 만에 정계에 입문한 박근혜는 이미지 정치, 시장에서 손 흔들어주는 서민 행보 코스프레를 이어나가며 ‘선거의 여왕’이란 수식어가 무색하리만큼 박정희 정권의 향수를 자극했고, 결국엔 숨겨둔 본심을 드러내며 잠시 맡겨둔 아버지의 나라를 되찾았을 뿐이다. 그리고 어떤 이유인지는 모른다. 최순실의 나라로 국민의 권력을 사유화한 것도 모자라, 일말의 양심은 내팽개친 채 권력의 달콤함에 취해 국정농단을 벌이고 말았다.

어릴 적 그녀가 아버지로부터 배운 게 무엇인가. 상명하복의 불통정치, 곁만 민주공화국일 뿐, 독재와 오만만이 난무한 권세를 그리워했고, 국민을 기만하기만 했다. 탄핵과 아울러, 헌재의 판결로 파면되고도 국민에게 미안함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와 결을 같이한 박근혜 정권의 각료들은 어떠한가. 그들을 곱씹어보자. 지난 5월 9일, 보궐선거를 통해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 인수위 없는, 그는 박근혜 각료들과 불편한 동거임은 틀림없어 보인다. 하지만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정부의 각료들이다.

국방부에선 5월 25일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 체계) 관련, 인수위를 대신해 국정기획위원회 업무보고 시 일부 장비 반입이(발사대 4기) 빠졌고, 며칠 후 그 누락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만약 그 누락이 사실이라면 국군 통수권자에 대한 항명이며 국기문란 행위로밖에 볼 수 없을 것이다. 이와 관련 주체인 국방부 장관과 그 관료들은 그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할 것이다.

법무부와 검찰을 살펴보자. 소위 인사권을 쥐락펴락하는 법무부 검찰국장, 그는 3개월간 무려 1천여 통의 통화를 하며 국정농단의 수사대상인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비호한 인물로 불구속 수사를 이끈 장본인이다. 그와 서울 중앙지검장이 특수부 검사들과 ‘돈 봉투 술자리’를 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술자리에서 그들은 특수 활동비라는 수백의 현금을 폭탄주 돌리듯 스스럼없이 돌리며 서로를 격려하는 파렴치한 작태를 벌였다.

외교부는 어떠한가. 위안부 할머니의 피맺힌 한을 풀어주지는 못할망정 밀실 외교를 통해 돈 몇 푼에 할머니들을 팔아넘기고 말았다. 이는 일본의 외교부라고 밖에…. 참으로 비통한 심정이다. 국정화교과서를 관장한 교과부와 여타 부서도 마찬가지다.

또한, 전 국무총리/대통령 권한대행인 황교안은 어떠한가. 정의를 바로 세우려는 특검팀의 수사를 종료해 버렸다. 무엇이 두려운지 청와대 문서들을 서둘러 대통령기록물로 지정, 번갯불에 콩 볶듯 국가기록물보관소로 이관, 밀봉해 버렸다. 이젠 문재인 정부의 인계문서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그는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중책을 맡아 두 달 새 국민의 혈세(청와대 대통령 특수 활동비) 35억 원을 사용하고도 그 용처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 가히 비상식의 나라의 관료들이고, 비리 공화국의 관료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그들은 과연 누구를 위한 각료들인가. 국민과 헌법만 보면 그들의 길은 자명하다. 하지만 그들은 국민을 무시하고, 오직 권력자만을 위해, 자신들의 영달을 위해 권력을 남용했다. 이젠 그 관료들은 역사의 준엄한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 직무를 유기한 박근혜 정부의 관료들에겐 퍼도, 퍼내도 화수분처럼 부정과 비리의 악취가 얼룩져 있다. 이는 단죄해야 할 적폐(積弊)이며, 그 청산(淸算)은 좌·우의 이념대립이 아닌 사회정의의 올바른 첩경임을 대다수 국민은 너무도 뼈저리게 느끼고 또 느낀다.

문재인 정부에게 바란다. 국민들은 정치의 민주화를 열망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경제도, 교육도, 나아가 국가의 미래도 한낱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사는 얘기한다. 적폐청산의 시점이 지금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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