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림 김홍국 회장.

 

자산규모 10조원, 재계 서열 30위에 올라선 하림그룹이 편법 경영승계 논란에 휩싸였다.

하림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는 김홍국(60) 회장의 장남 김준영(25)씨가 10조원에 달하는 그룹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증여세 100억원을 내는데 그쳤으며, 이 또한 사실상 회사가 대납해줬다는 비난이 일고 있는 것이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준영씨는 하림그룹 지배구조에서 핵심 고리 역할을 하는 제일홀딩스 지분을 44.60% 보유하고 있다.

제일홀딩스는 하림, 팬오션, 하림홀딩스와 엔에스 쇼핑, 제일사료, 팜스코, 선진 등 하림그룹의 알짜 자회사들을 지배하고 있는 회사로, 현재 코스닥 상장을 추진 중이다.

제일홀딩스의 1대주주는 41.78%의 지분을 보유한 김홍국 회장이다. 하지만 준영씨가 100% 소유하고 있는 한국썸벧(37.14%)과 올품(7.46%)의 제일홀딩스 지분을 합하면 부친 김홍국 회장보다 더 많은 44.60%로, 준영씨가 더 큰 그룹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다.

준영씨는 20살이던 2012년 김홍국 회장으로부터 올품(당시 한국썸벧판매) 지분 100%를 물려받았고, 이를 통해 10조원 규모 하림그룹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지배력을 확보했다.

준영씨가 올품을 증여받으며 낸 증여세는 100억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장 계열사를 물려받는 방식 때문에 증여세 자체도 그룹 규모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지만, 더 큰 문제는 준영씨가 증여세를 마련한 방법이다.

올품이 지난해 100% 주주 김준영 씨를 대상으로 30%(6만2500주) 규모의 유상 감자를 하고, 그 대가로 준영씨에게 100억원을 지급했기 때문이다. 준영씨는 이 돈으로 증여세를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상 감자는 주주가 회사에 본인 주식을 팔고, 회사로부터 돈을 받는 것으로, 준영씨는 유상감자를 통해 올품 지분 100%를 유지하면서도 회사로부터 100억원을 받을 수 있었다.

공시에 따르면 올품은 준영씨에게 100억원을 지급한 지난해 1월20일 230억원 가량의 엔에스쇼핑 주식을 담보로 대구은행에서 100억원을 빌렸다.

올품의 성장과정도 논란거리다.

자회사 한국썸벧이 만든 동물약품을 다른 그룹 계열사에 팔아 매출을 일궈온 올품의 연 매출은 준영씨에게 증여되기 전인 2011년 709억원, 2012년 861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증여 이후인 2013년 3464억원, 2014년 3470억원, 2015년 3713억원, 2016년 4160억원 등 4년간 무려 1조480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품을 성장시키기 위해 그룹이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일홀딩스가 코스닥에 상장하면 준영씨가 더 막대한 이익을 보게 될 것"이라며 "준영씨의 증여세는 자산총계 1조6500억원인 오뚜기의 함영준 회장이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주식에 대한 상속세로 1500억원을 납부키로 한 것과 비교하면 터무니 없는 액수"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하림 관계자는 뉴시스와 가진 전화통화에서 "가업승계가 정상적으로 안 이뤄지면 기업 경영에 문제가 생기고, 상속 역시 경영이니 기업이 작을 때 가업승계를 하자 해서 미리미리 준비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2011년 증여 당시는 팬오션 인수 전이라 하림의 자산규모가 3조5000억원 정도였다"며 "올품을 공정가치로 계산해 국세청에 신고했고, 이에 따라 증여세를 납부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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