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정부가 정부조직을 현행 17부 5처 16청에서 18부 5처 17청으로 확대하며 국민안전처를 소방청과 해양경찰청을 분리시키는 내용의 정부조직개편을 발표한 5일 오전 정부세종2청사 국민안전처에서 직원들이 출입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대로 해양경찰청을 부활시켰지만, 다시 해양수산부 산하에 두도록 한 것에 대해 우려가 나오고 있다.

먼저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구조에 실패한 책임을 물어 해체됐던 해경이 사고 당시 관할 부처였던 해수부 산하로 복귀하는 이유가 분명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8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이전의 조직 형태와 이번에 개편된 정부 조직안이 큰 차이가 없다"며 "국민안전처가 문제가 많지만, 개편안이 참사 이전으로 가는 것이 옳은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새 정부가 왜 이렇게 결정했는지 설명하지 않으면, 세월호 참사는 조직 문제가 아닌 인적 문제로 볼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또한 경제부처인 해수부가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해경과 함께 일하면 충돌하거나 해양 안전이 밀릴 수 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김현수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해양법) 교수는 "해수부는 정책을 운영하는 부서, 해경은 집행하는 기구라 이해관계가 상충된다"며 "과연 제대로 기능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집행부서와 정책부서가 부딪히면, 집행부서가 눈치를 볼 수 밖에 없고 정치적 판단에 따라야 한다. 따라서 집행부서를 별개로 운영해야 한다"며 "해경이 행정안전부로 들어가면 힘이 있는데, 해수부로 들어가면 과거 세월호 사고처럼 역할을 제대로 하기는 어렵다. 해수부와 해경간 구조적 문제가 있는 데 해결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새 정부, 국민안전처 폐지·해경 부활

지난 5일 정부는 당·정·청 회의에서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국민안전처를 폐지하고, 국민안전처 소속인 해양경비안전본부를 해양경찰청으로 부활시켰다. 또한 해경은 해양·수산 분야 정책을 총괄하는 해양수산부 산하 외청으로 두게 했다.

이번 조직 개편으로 지난 2014년 11월 재난 관련기관을 통합해 출범한 국민안전처는 2년 6개월 만에 간판을 내리게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직후인 2014년 5월 19일 해경을 해체한 뒤 해양 구조·구난 및 해양경비 분야는 신설한 국민안전처로, 수사·정보 기능은 경찰청으로 이관했다.

▲ 5일 오전 서울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에서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 열린 고위 당정청회의에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문재인 정부는 해경을 부활시키고 수사·정보 기능까지 복원하게 했다.

◇"갈등빚을 것" VS "시너지효과"

해경은 해양경찰청의 부활을 반기면서도 세월호 참사 이전 소속 부처인 해수부로 돌아간다는 데 우려를 보이는 모습이다. 세월호 참사 때 해경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상기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달갑지 않은 표정이다.

해경 한 관계자는 "조직 입장에서는 반기지 않는다. 해수부는 경제 논리로 가기 때문"이라며 "행안부는 안전을 전담하는 조직이 있다. 그리로 들어가는 것이 더 낫다"고 전했다.

해수부와 해경 간 업무 중복으로 인한 갈등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업무가 중복될 수 있다"며 "해수부는 (불법 조업 등) 단속을 하고 고발 조치를 한다. 경찰권을 가진 해경은 수사권이 있다. 권한이 더 많다. 이 과정에서 업무를 조율하는 문제가 생긴다"고 밝혔다.

해경이 우려를 보이는 것과 달리 조직 규모가 커지는 해수부는 기대감이 한껏 높아진 모습이다.

해수부 고위 관계자는 "해경이 돌아오면 해수부와의 시너지 효과가 크다"며 "해경청의 탄생이 해수부가 신설된 것과 비슷한 시기다. 통합 해양행정을 하라는 취지다"고 강조했다.

해양경찰청은 지난 1996년 해수부가 신설되면서 경찰청으로부터 떨어져 나왔으며, 해수부 산하 외청으로 편입됐다.

이 관계자는 "해양에서 경제활동 뿐 아니라 불법어선 단속, 해양 영토에 대한 방어 등을 실행하는 해양 경찰이 같이 연계돼 있어야 통합 행정이 실현된다는 취지에서 1996년 해수부가 만들어지면서 독립을 한 것"이라며 "해수부는 환경부로부터 해양 환경 기능도 떼어왔다. 불법어선 단속도 하고 있다. 법안수립을 비롯해 정책·예산은 해수부가 맡고 있고, 집행은 해경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이개호(오른쪽 두 번째)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경제2분과 위원장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열린 해수부 업무보고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이어 "해수부가 경제부처로 분류되긴 하지만, 해수부 특징이 통합 행정, 바다와 관련된 모든 조직이라고 봐야 한다"며 "해경이 외청으로 옴으로써 문재인 정부는 경제 분야 뿐 아니라 해양 안전, 해상에서의 사고 예방, 수산업을 살리고 안전문제나 불법 단속과 같은 해경 본연의 업무를 더 잘 챙기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수부 밑에서 해양경찰청이 더욱 발전했다"며 "강력한 집행기구(해경청)가 왔으니깐 시너지를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 과거로 돌아간다는 것은 어폐가 있다"고 부연했다.

◇'해수부-해경' 새롭게 출발하려면…

이윤철 한국해양대 교수는 "해양 경찰 중에 바다를 아는 경찰이 있고, 모르는 경찰이 있다"며 "해양경찰이 1만명인데 더 늘어난다고 한다. 이들이 바다에 대해 알아야 한다, 전문성을 길러나가야 한다. 해경함정을 타는 사람만 바다를 알면 안된다"며 해경의 해수부 복귀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어 "해경은 경찰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민간선박이 보다 말을 잘 듣는다"며 "해수부가 독자적으로 단속하는 경우도 있지만, 해경이 협력하면 불법 조업 단속 등도 훨씬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해경과 해수부 업무는 보완적·보충적"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해경이 해수부 안에서 제 역할을 하려면 해경의 독립성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현수 인하대 교수는 "해수부 장관에게 인사권(제청권)·예산권이 있는데, 해경청장이 소신있게 일할 수 있나? 해수부가 예산을 제대로 줄까?"라면서 "(해경청에) 인사권·예산권을 제대로 두지 않으면 세월호 이전처럼 똑같이 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내부적 지침을 마련해 해수부 장관이 해경에 대한 영향력 및 통제를 최소화해야 한다. 해경이 독자적 업무를 할 수 있도록 모든 권한과 힘을 실어줘야 한다"며 "명목상으로는 해수부 영향력 안에 들어가 있고, 실질적으로는 해수부 영향력을 벗어나는 조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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