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은 안중에 없었던 성과금 토론회

<임소연 사회부 기자>
 

“왜 토론회를 마련했는지 모르겠다.”

광주 서구와 서구노조의 성과상여금 갈등 해소를 위한 토론회를 지켜본 한 공무원의 평가다. 양측이 5시간 가까이 의견을 주고 받았음에도 토론회가 아무 소득없이 끝난 때문인지 큰 실망감을 나타냈다.

서구와 노조는 지난 16일 ‘노사 문제해결을 위한 구청장-노조간 공개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는 임우진 서구청장을 비롯한 서구 집행부측과 서구 노조측의 성과상여금 분배 갈등 해결 방안을 찾고자 마련됐다.

양측은 2015년 3월부터 성과상여금 문제로 2년 3개월동안 고소·고발을 하는 등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다. 갈등의 여파로 제2공무원 노조가 탄생하고, 주민들이 ‘노조는 구청장 사퇴 시위를 중단하라’는 시위·집회까지 갖는 등 주민-노조 대립 상황까지 야기시켰다.

공개토론회는 많은 이목을 집중시켰다. 2년 넘게 진행된 대립과 갈등을 끝내고 서로 합심해서 주민복리에 앞장서는 공직사회 본연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란 기대감이었다.

기대는 토론회 시작과 함께 물거품으로 변했다. 양측은 첫 주제부터 기존에 주장했던 내용을 되풀이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상대방의 주장을 진지하게 수용, 검토하려는 자세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토론 주제마다 반박과 재반박이 이어지면서 오히려 갈등의 골만 깊어지지 않았나라는 느낌마저 받게 했다.

양측 모두 인사말에서 갈등을 끝내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지만 립 서비스에 불과했다. 양보 대신 자신들의 주장이 옳다라는 점을 각인시키는 데 더 초점을 맞췄다.

심지어 마지막 질문때 BSC(성과관리시스템)를 지지하는 서구측과 노조측이 감정싸움을 하는 볼썽사나운 모습까지 연출했다. 그들이 섬기고 헤아려야 할 주민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나올 수 없는 행동이었다.

서구와 노조가 지난 3년간의 반목을 한 번의 토론으로 풀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 그동안 강조해온 명분과 주장을 하루 아침에 바꾸는 것 역시 쉬운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집행부와 노조 모두 구성원들은 공직자다. 공직자들의 생각과 행동은 주민을 최우선으로 둬야 한다는 의미다. 양측 모두 대화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했으니 서둘러 다시 만나 해법을 찾았으면 한다. 토론회 시작 전에 양측 대표들이 손을 맞잡고 환하게 웃는 모습을 하루라도 빨리 보여주는 게 주민들을 위한 일이다. 서구 주민들은 성과금 ‘싸움박질’에 언제까지 인상을 찌푸려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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