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에 쩔쩔…물 관리 정책 다시 세워야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농어촌과 산간·섬 지역에 큰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물관리가 너무도 후진적이라는 사실을 새삼 절감한다. 극심한 가뭄과 폭염으로 저수지에 물이 말라붙어 모내기를 하지 못하고 있다. 밭작물의 피해도 극심하다. 양파의 최대 주산지인 전남 무안의 양파수확은 10%가 감소했다. ‘잔챙이 감자’가 속출해 감자농사도 망쳤다.

지난 24일 약간의 소나기가 내려 폭염주의보가 8일 만에 해제되고 26일까지 전국적으로 비가 조금 내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나 밭농사를 짓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상태다. 콩과 팥, 참깨, 들깨, 조·수수·기장 등 밭작물은 이달 중순부터 다음 달 상순까지 파종해야 하나 농민들은 마른하늘만 바라보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밭과 농민가슴이 모두 타들어가고 있다.

전남 영광군 염산면 월평마을 등 바다를 막아 논을 만든 간척농지는 소금밭이 돼 버렸다. 논바닥이 쩍쩍 갈라져 올해 모내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다음 달 초까지 많은 비가 내리지 않으면 모내기를 포기해야할 전남도내 농경지가 2천300㏊에 달한다. 대체작물을 심거나 휴경해야 한다. 섬 지역은 먹는 물까지 부족해 주민들이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농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전남도와 한국농어촌공사 등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수천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반년 가뭄’에 그동안의 노력이 헛수고가 돼버린 것은 ‘물을 모으고 새지 않도록 하는 일’을 소홀히 해왔기 때문이다. 저수지의 바닥을 깊게 해(준설) 물을 더 담아야 했으며 규격화된 시멘트로 용수로를 바꿔 상당량의 물이 땅 밑으로 새는 것을 막아야 했다.

사막기후인 미국 네바다 주나 강수량이 부족한 와이오밍, 아이다호 주가 미국 최대 농산물 생산지역인 것은 관개농업의 기틀을 착실히 다져왔기 때문이다. 사막지대인 이스라엘 역시 생활하수를 재활용하는 대수층을 만들어 이를 농업용수로 사용, 전천후 농사를 짓고 있다. 또 해수를 담수화하는 기술을 꾸준히 개발해 농업용수 부족난을 해결해 오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빗물을 저수지에 담았다가 가뭄이 들면 끌어다 쓰는 원시적 농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관정 개발 역시 밭작물 중심이고 그나마 예산부족으로 제한적이다.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강물을 집수하는 대규모 지하대수층 마련이 필요하다. 생활하수를 농업용수로 재활용하는 방안도 농가·지역별로 마련해야 한다. 물 관리 정책의 전면적 개선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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