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광주지방기상청 기후서비스과장

<광주지방기상청이 전하는 날씨와 생활>
“간절한 장마”
김재영 광주지방기상청 기후서비스과장
 

올해 장마가 늦어지고 있다. 비에 대한 간절함이 요즘은 비에 대해 고마움을 넘어 존경심까지 들게 한다. 가뭄에 타 들어가는 우리의 마음이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장마가 시작되는 다음 주까지의 기다림이 길게만 느껴진다.

매년 오는 장마는 계절 현상이다. 태양이 지구의 적도를 거쳐 북위 23.5도까지 올라오는 과정에서 북태평양에서는 거대한 공기덩어리가 데워지며 어마어마한 습기를 품게 된다. 대기는 온도가 높을수록 습기를 가질 수 있는 용량이 비례해서 커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고온 다습한 북태평양의 대기를 저온의 건조한 대기가 와서 온도를 낮춰 버린다. 그러면 고온 다습한 대기는 감당하지 못하는 수증기를 비의 형태로 내놓게 된다. 이것이 장맛비다. 고온 다습한 대기는 남쪽의 북태평양 기단이고, 낮은 온도의 건조한 대기는 북쪽의 오호츠크해 기단이다. 남쪽 먼 해상에서 이 두 기단이 힘을 겨루기 시작하지만, 점차 우세해지는 북태평양 기단의 영향으로 전선이 북쪽으로 올라온다. 이 전선이 제주도와 남해안에 도착하는 시기가 대략 6월 하순이다. 두 기단의 싸움은 오호츠크해 기단이 밀려 결국 전선이 북한지역으로 넘어가면서 끝이 나게 된다. 장마전선은 남북으로 오락가락 하기 때문에 장마시기라고 우리나라 전 지역에 내내 비가 내리는 것은 아니다. 장마전선이 중부지방에 많은 비를 뿌리고 있을 때 남부지방은 해수욕을 즐기기도 하고 그 반대인 경우도 있다. 장마기간에 내리는 강우량이 1년에 내리는 비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작년의 경우 장마기간에 광주와 전남지역은 약 330㎜의 비가 내려 예년에 비해 50㎜ 가량 적었다.

기상청에서 표현하는 장맛비는 일기도에서 장마전선에 해당하는 정체전선에서 내리는 비를 말한다. 그래서 같은 비일지라도 장마가 끝난 이후에 일반적인 저기압에서 내리는 비와는 표현상 장마전선의 영향인지, 저기압의 영향인지로 구분을 하고 있다. 기상재해 관점에서는 장마 후 8월에 간헐적으로 내리는 비가 더 위협적이다. 이 시기에는 우리나라 전역이 습기로 가득 차 있어 집중호우 가능성이 1년 중 가장 높다. 같은 양의 비라도 긴 시간동안 광범위한 지역에서 내리는 것에 비해 짧은 시간에 좁은 지역에 내리는 비는 지상에서 처리할 수 있는 용량의 한계점을 넘어서기 때문에 재해로 연결될 수 있다.

물은 우리에게 소중한 자원으로 관리 대상이다. 물이 증발돼 생긴 수증기가 다시 비로 변해 내리는 물 순환의 많은 과정 중에서 비가 지상에 떨어지는 순간에 대한 관리는 비에 대한 안전과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관련 부처들의 긴밀한 협업이 필요한 분야다. 언제, 어디에, 어느정도의 비가 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기상의 영역이다. 광주 전남지역에 올 여름비가 시작되면서 방재적 차원의 광주지방기상청의 긴장도 시작됐다. 기상재해가 없는 올 여름의 한반도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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